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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진단]-정부 추경계획 발표
밑 빠진 독 전락한 정부 경제·일자리 정책에 ‘국민 패닉’
470조 슈퍼예산 이어 수조원대 추경 카드 만지작…野 “선심성 퍼붓기”
이한빛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4-09 16:45:00
    
▲ 정부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미세먼지 등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추경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 편성에 이어 빠른 추가 편성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특히 추경에 포함되는 항목이 대부분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은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사진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지난 2일 미세먼지 대응과 선제적 경기대응 등의 조치를 담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미세먼지 등 현안에 대응하겠다는 계힉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 계획을 두고 부정적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올해 예산안으로 많은 비용이 편성된 상황에서 선심 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추경에 투입되는 재원이 부족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가 부채로 경기를 부양한다는 방식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특히 높다.
 
IMF 권고에 당·정·청 세 번째 추경계획 발표
 
정부가 추경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월 정기 연례협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IMF미션단은 한국 경제가 중·단기적인 역풍을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이 견고하지만 성장 둔화와 고용 부진, 높은 가계부채 비율, 양극화, 불평등 등으로 하방 위험이 더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 기조를 확장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정부에 대규모 추경을 편성할 것을 권고했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Tarhan Feyzioglu) 미션단장은 “최근 수출 둔화 등 부정적인 소식들이 많이 들리고 있고 투자도 둔화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정부 당국이 정책 조치들을 통해 성장을 지원하는 노력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추경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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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제시한 추경의 규모는 국가총생산(GDP)의 0.5%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난해 원화 기준 명목 GDP가 1782조2689억원임을 감안하면 IMF가 권고하는 추경의 규모는 8조 9113억원에 이른다.
 
▲ 한국경제의 중장기적 위기를 지적한 IMF의 추경권고 이후 정부와 청와대, 여당은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경기 대응과 일자리 문제 해결, 미세먼지 현안 등의 대처를 위한 예산을 편성키로 합의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열린 고위당정협의 참석자들의 모습(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조정식 민주당 예결위의장,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사진=뉴시스]
 
IMF권고 이후 정부는 추경 편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2일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추경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미세먼지 측정과 배출량 저감을 위한 인프라를 조기에 확충하고 노후 SOC에 대한 안전투자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외 경제의 하방 리스크 확대에 대비한 선제적 경기대응 조치를 위해 생애주기별 일자리 창출 지원, 위기지역 지원, 사회안전망 구축 등도 추진키로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열발전소가 원인으로 밝혀진 포항 지진피해 지원대책을 추경안에 담아줄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지난 4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한 예산 역시 반영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추가 당정협의 등을 거쳐 4월 중에 추경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추경안 제출은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 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25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예산 이어 이른 추경…“나랏빚 내서 선심성 퍼붓기” 비판 여론 솔솔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은 이번 추경안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각종 현안 해결과 경기 회복을 내세웠지만 이미 지난해 말 470조 규모의 슈퍼 예산을 편성한 상황에서 몇 개월 만에 경기 회복을 목적으로 수조원의 추경을 편성하는 데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두 차례의 추경 모두 일자리와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거액의 예산을 편성한 만큼 또 다시 경제, 일자리 관련 추경을 감행한다는 것은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음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성 예산 편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추경에 재난 복구 및 지원과 관련된 예산을 무조건 적으로 포함하려는 데 대해 경계감을 내비쳤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선심성 추경에 대해 반대하고 삭감해야 한다”며 “예비비를 우선 지출하고 부족한 부분은 추경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번 추경 방침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추경 편성에 논의되는 미세먼지 예산, 포항 지진과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 관련 예산 등이 포퓰리즘에 가까운 선심성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정부에서 가용 가능한 재원이 약 600억원대에 불가한 상황에서 적자국채 발행을 감수하면서 추경 편성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3일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면담을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어 “여당은 또 추경을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고 할 텐데 재난을 정쟁에 이용하고 추경을 통과시키기 위한 밑자락 깔기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재난과 관련된 추경편성은 지난 2015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정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와 가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11조60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도 추경을 통한 경기, 일자리 회복대신 경제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금으로 국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을 할 수만 있다면 경제와 일자리 문제에 성공하지 못할 나라는 어느 나라 어느 곳도 없다”며 “이미 실패가 확인된 소득주도성장의 폐기와 경제 정책의 전면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 혁신과 최저임금 인상 동결 등으로 시장 경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심성 포퓰리즘 가능성과 더불어 예산 확대에 따른 국가 부채의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추경에 쓸 수 있는 가용 금액은 약 6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결산상 잉여금은 16조5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서 차년도 이월액 3조3000억원을 제외한 세계 잉여금은 13조2000억원이다.
 
그러나 세계 잉여금은 국가재정법 제90조에 따라 지방 교부세 정산(10조5292억원), 적자금상환(385억원), 채무상환(269억원) 등에 투입된다. 결국 남는 금액은 629억원 정도로 IMF의 요구안에 턱없이 모자란 재원이다. 정부가 추경 편성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은행 잉여금이나 기금 여유자금 등 재원 확보 방안은 여럿 있지만 조 단위의 규모를 채우려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는 국가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와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각각 38%대, 4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더라도 재정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낙관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번 추경 규모를 IMF권고 수준까지 맞추지 않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IMF의 권고 수준에까지는 미치지 않을 것이다”며 “규모를 미리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추경 목적에 맞는 사업을 선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추경안 편성이 정치권의 포퓰리즘 지적과 국가 부채 부담 등의 이유로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교수는 “대규모 예산안이 편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추경을 감행한다면 사회적으로 반발만 사며 통과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나 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이 이미 두 번이나 이뤄졌는데 정 추경을 해야 한다면 미세먼지와 지진, 산불에 대한 피해 지원을 위한 예산 편성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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