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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진단]-대우조선해양 하도급 불공정 실태

갈 길 먼 대우조선 갑질 근절, 하도급 사각지대 여전

계약서 미교부·하도급대금 후려치기 피해 수두룩…근본대책·피해구제는 요원

임현범기자(hby6609@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03 00: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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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의 하도급 대금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가 후려치기부터 서면 미발급, 공사대금 미지급 등 악질적인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되풀이되고 있는데다 피해구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 조선소 [사진=스카이데일리 DB]
 
대우조선해양(이하·대우조선)의 하도급 대금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공정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하도급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서면 미발급, 공사대금 미지급 등 악질적인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되풀이되고 있는데다 피해구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대우조선과 같은 대형 조선업체의 하도급 대금 갑질이 지속될 경우 국내 조선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우려가 높다. 기존 사내협력사가 파산하고 새로운 협력사로 자주 교체되면 품질하자와 재작업 증가, 선박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원가 절감 희생양된 사내협력사, 부당대금 산정에 허울뿐인 ‘선계약·후공정’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의 하도급 대금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선 선계약 후공정이 확립되고 정당한 하도금대금이 산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내협력사와의 거래계약이 사실상 사후계약으로 이뤄지다보니 대우조선이 공사를 진행한 후 임률단가를 실제보다 지나치게 낮게 산정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7개 하도급업체에게 해양플랜트 및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거래 조건을 기재한 계약서면 총 1817건을 하도급 업체가 작업을 착수하기 전까지 발급하지 않았다.
 
이는 하도급업체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 하도급계약의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한 하도급법 제3조 제1항에 위배된다. 특히 작업을 시작한 후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정·추가 공사를 할 때 ‘선작업 후계약’ 원칙을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하도급업체는 작업 수량이나 대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정·추가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도급업체는 작업이 끝나고 나서야 대우조선이 작성한 정산합의서에 서명받도록 강요받은 것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심지어 대우조선은 서면을 사전에 발급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작업이 끝난 견적의뢰서나 게약서를 사후에 형식적으로 만들어 계약 날짜와 기간을 허위로 기재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이후 대우조선의 흑자전환이 사내협력사 및 노동자들에 대한 수탈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대우조선이 하도급업체와 맺은 계약은 실제 내용과 달랐다. 형식적으론 시수계약으로 대금을 지급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투입된 인력계약으로 운영했다. 시수는 작업물량을 노동 시간 단위로 변환한 것으로 수량에 일정한 산식을 곱해 정해진다. 작업마다 정해진 시수는 다르게 책정되지만 단순히 인력비용만 계산해 지급해야할 대금을 후려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갑질피해 하도급업체 대책위원회 윤범석 위원장은 “시수 계약을 위해선 작업 종류별로 시수로 전환하는 산식인 품셈표가 필요하다”며 “대우조선은 시수계약으로 대금을 지급한다고 해놓고 품셈표조차 없어 업체가 돈을 얼마나 받을지조차 알지 못한 채 일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대금을 맞추기 위해 외주시공계약서와 정산합의서를 공사가 끝난 후에 체결하면서 근로자의 임금도 되지않는 대금을 강제로 결정했다”며 “공사를 먼저 진행해놓고 계약서나 합의서를 월말에 일괄적으로 작성해 전자서명하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위원은 “추가공사로 인한 비용을 협력사에 먼저 전가하고 사후적으로 선주사에 추가비용을 받아내는 구조가 잘못됐다”며 “대우조선이 시수산정 기준을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노동자들의 생산시수에 따라 정당하게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십조 원 공적자금 투입된 대우조선…산업은행 관리감독 부실 책임 불가피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업계 안팎에서는 하도급 갑질을 일삼은 대우조선뿐 아니라 수십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 비판도 새어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이후 제출한 비용절감 경영개선안을 검토한 뒤 승인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우조선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실행위원 김남주 변호사는 “하도급대금 지급과 같은 모든 자금집행은 관리단 승인사항이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전에 산업은행이 파견한 경영관리단과 기업구조조정실은 예상 손실을 축소하기 위해 추가 품의 요청을 불승인하는 내용의 재무계획, 경영계획 등을 알고 승인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하도급 갑질에서 방관자가 아닌 명확한 공범이다”며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조했고, 발각 이후에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못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업체들의 손해배상 등 피해구제에 대한 해결책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08억 원과 시정명령, 검찰 고발조치 등을 받았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처분취소 등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에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불공정행위를 저질러 공정위 제재까지 받았음에도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보상이나 사과도 없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위원장은 “현재 25개업체가 약 650억 원 정도의 피해금액을 호소하고 있고, 기자재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하도급 90여개 업체의 피해금액은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산업은행에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보전을 요청한 상황이지만 피해보상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이후 협의하기로 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임현범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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