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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명암<871>]-현대백화점

비상구서 휴식·끼니 때우는 직원들 눈물 ‘정지선 몰랐나’

근무지서 먼 애물단지 휴게실…탈의실 마땅찮아 화장실서 옷 갈아입기도

강주현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02 00: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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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곳곳엔 고객들을 위한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다. 안락한 소파와 의자 등이 곳곳에 자리했고 쾌적하고 넓은 화장실도 존재한다. 편한 이동을 위한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도 설치돼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고객을 위한 것일 뿐 백화점 직원들은 이용에 제약이 따른다. 백화점 직원들도 엄연한 백화점의 소중한 식구지만 ‘손님이 왕이다’는 문구 아래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백화점은 고객들을 위해 마련된 휴게시설, 편의시설 등을 직원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재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건물 구석에 자리한 직원 휴게실,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백화점들의 행태는 직원들의 인권과 건강권 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도 직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밝혀져 강도 높은 비판을 받고 있다. 화살은 파격·혁신으로 유명한 젊은총수 정지선 회장을 향하는 모습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현대백화점의 직원 근무환경 실태와 열약한 휴게 환경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현대백화점이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게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탓에 직원들은 비상구 계단 등 불편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의 모 지점은 직원들을 위한 휴게실을 마련해 두긴 했으나 근무지와 거리가 먼 까닭에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내 계단에 걸터앉아 끼니를 해결하는 한 직원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현대백화점의 열악한 근무환경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고객들에게 넓고 쾌적한 쇼핑·휴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반대로 직원들에겐 좁고 열약한 환경의 휴게공간만을 이용토록 강요하고 있다는 내부 직원들의 주장이 나왔다. 근무지와 휴게실과의 거리가 멀어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부 직원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해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다며 오너인 정지선 회장을 향해 성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 측은 직원들의 휴식과 편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휴게실의 크기를 넓히고 낡은 시설을 교체한다는 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단 보여주기에 가까운 땜질 처방만 내놓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사측의 대처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직원휴게실까지 기나긴 여정…계단서 끼니 때우는 직원들
 
백화점 직원들의 휴게환경을 둘러싼 문제는 과거부터 반복적으로 지적받던 사안이다. 장시간 서서 노동을 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충분한 휴식시간과 안락한 휴게시설이 요구된다. 그러나 적합한 휴게환경이 제공되지 않는 탓에 적지 않은 백화점 직원들이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인권위)가 조사한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 건강권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유통업·서비스판매 종사자들의 직업특성으로 인해 목, 허리, 어깨, 다리 등 근골격계 질환 증상 유병율의 고위험군이 44.7%에 달했다. 족저근막염 등의 질병도 앓은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족저근막염은 발뒤꿈치 통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질환이다.
 
지난해 김승섭 교수가 전국서비스산업노동연맹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및 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앞선 1년간 하지정맥류 혹은 족저근막염 등으로 진단·치료를 받은 직원의 수가 같은 나이대 여성 근로자에 비해 각각 25.5배, 15.8배 가량 높았다.
 
▲ 백화점 직원들은 휴게실이 멀어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현대백화점 모 지점의 직원들은 휴게실을 이용하기 위해 지하 3층까지 내려가야 하지만 짧은 휴게시간 동안 이곳과 근무지를 오고가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직원들은 비상구 계단, 직원용 엘리베이터 옆 소파 등을 휴게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옆엔 쓰레기 배출구가 있어 악취를 견뎌내야 한다. 사진은 쓰레기 배출구 옆에서 휴식을 취하는 직원들의 모습(위)과 지하 3층 주차장 뒤편에 자리한 직원용 휴게실 ⓒ스카이데일리
 
인권위는 유통업·서비스판매 종사자들의 건강이 악화된 원인 중 하나로 미약한 휴게시설을 꼽았다. 이에 직원들의 건강권 보호 등을 이유로 이용시설, 휴게공간 개선 등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백화점 등의 직원 휴게시설은 미약한 것을 나타났다. 건강상의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도 여럿 존재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몇몇 지점이 타 백화점들에 비해 직원 휴게실이 특히 미약한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모 지점의 경우 직원 휴게실이 근무지와 지나치게 먼 곳에 위치해 사실상 휴게실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지점의 여성직원 휴게실은 지하3층 주차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지상 3층 주차장에 있던 휴게실을 폐쇄하고 위치를 지하 3층으로 옮겼다.
 
지하 3층으로 옮겨진 탓에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휴게실까지 가려면 무려 10분 가량을 이동해야 한다. 직원들이 고객용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어려운 탓에 이동에 대한 피로감이 특히 더하다. 통상적으로 백화점 판매직 직원들의 휴식시간은 30분 안팎으로 확인되는데 휴게실을 옮겨 이동시간을 늘린 백화점의 정책 때문에 오히려 휴게실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해당 지점에서 근무 중인 김경미(25·여·가명) 씨는 “기존 휴게실의 경우 지금 휴게실보다 환경이 열악했지만 거리가 가까워 이용하기 편했는데 지금은 거리가 멀어져 휴식시간이 긴 점심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휴게실은 폐쇄한 후 방치하고 있는데 차라리 기존 휴게실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결국 직원들은 비상구 계단 등을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바닥이 차갑고 딱딱하긴 하지만 이동거리가 짧아 조금이라도 더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게 비상구를 찾는 이유였다.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휴게실 대신 비상구 계단에 앉아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김 씨는 “휴게실로 향하는 시간이 부담스러워 엘리베이터 옆 소파에서 자주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바로 옆에 쓰레기 배출구가 있어 하수구 냄새를 견디며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며 “휴게시설을 놔두고 이곳에서 휴식을 취했으니 불만을 가지면 안 된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 순 있겠지만 계속 서서 일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휴식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이동하는 데 소비하는 것 보다 업무 효율을 위해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피로를 푸는 것이 낫다”고 귀띔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스카이데일리
 
이어 “휴게실에 간다고 해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경우 자리가 없어 다시 나와야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근무지 근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쉬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며 근무환경의 열약함을 토로했다.
 
지하 3층에 위치한 탈의실…좁디 좁은 화장실서 옷 갈아 있는 직원들
 
현대백화점 직원들은 휴게실 외에도 탈의실, 화장실 등 편의시설의 열악함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탈의실도 휴게실과 마찬가지로 근무지와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탈의실 대신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직원이 적지 않은데 그 화장실마저도 협소한 까닭에 불편함이 뒤따른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 시내 현대백화점 모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내가 근무하는 지점의 경우 탈의실이 지하 3층에 위치하고 있어 사실상 사용할 수가 없었다”며 “출근 시간엔 바쁘고 퇴근 시간엔 지쳐서 먼 거리를 오고가기가 부담스럽기에 현실적으로 화장실 탈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하 3층 탈의실마저도 공사를 이유로 사용을 못하게 해 탈의실을 사용하던 직원들도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 직원들 사이에선 근로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적합한 휴게공간을 제공하지 않으며 직원들의 인권, 건강권 등을 비롯한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성토의 목소리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강병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조직국장은 “백화점이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게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을 고객용, 직원용 등으로 구분지어 이용에 제약을 두는 것은 직원들의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며 “백화점들의 매출 향상에 직원들은 막대한 공로를 세웠고 오늘날에도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백화점은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권위는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백화점들의 휴게공간 미흡 등 직원처우를 둘러싼 문제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조사가 끝난 이후에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해당 지점의 휴게실, 탈의실 폐쇄의 경우 더 좋은 환경의 휴게실과 탈의실을 제공하기 위한 작업에 따른 것으로 새로 마련된 곳은 전보다 더 넓고 쾌적해 오히려 직원들의 편의를 더 증진시켰다고 볼 수 있다”며 “현대백화점은 각층마다 직원 화장실도 마련하고 있으며 고객용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의 사용에 제약을 두지 않는 등 직원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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