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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3기신도시 부지선정 문제점

‘마천루감옥’ 죄수신세 내몰린 200억 혈세 리모델링 마을

화전 벌말마을 신도시 예정부지에 포위…주민들 “정부정책 못 믿겠다” 분노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6-14 13: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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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고양시 화전동 벌말마을은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 지역이다. 이곳은 최근 고양·창릉 제3기 신도시 예정부지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초고층 아파트 숲에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벌말마을 모습 ⓒ스카이데일리
  
초고층 아파트 숲에 마을이 고립될 위기에 처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곳 주민들은 앞으로 마을이 제대로 된 주거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에 위치한 벌말마을 이야기다.
 
벌말마을은 그동안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돼 왔다. 최근 마을을 제외한 나머지 주변 지역이 제3기 신도시 예정부지로 선정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벌말마을은 4층 이상의 건물 건축이 제한된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초고층 아파트 숲의 외딴섬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란 입장이다. 반면 마을 주민들은 생활여건 악화가 예상되는 데도 주민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며 정부정책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도시재생마을, 정부 3기 신도시 일방추진에 초고층 아파트숲 외딴섬 전락 위기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소규모 저층 주거 밀집지역(1000가구 이하)을 대상으로 △주택개량 △도로정비 △문화서비스 공간 설치 △점포 리모델링 등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주거 환경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의 낙후지역 500곳을 대상으로 국비 2조원, 주택도시기금 5조원, 공기업 사업비 2조원 등 10조원을 5년 동안 투입하는 총 50조원 규모의 사업이다. 노후화된 1기 신도시의 대안으로 주목되면서 후보지 선정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12월 고양시 화전동 일대 14만4399㎡ 지역을 ‘화전지역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사업기간은 2018~2021년이며 사업비 규모는 216억7000만원이다. 선정된 구역은 고양시 화전동 165번 길 벌말마을 일대 약 6만㎡, 화전역 앞 중앙로를 따라 화전경찰서에서 화전동행복센터까지 약 8만㎡ 등의 지역이다. 화전역 일대 도시재생 지역은 3기 신도시 예정부지와 200여 미터 거리를 두고 제외돼 있다.
 
국토부는 주민공청회를 거쳐 지난해 5월 도시재생 선도 지역으로 지정·고시한데 이어 같은 해 8월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최종 승인·고시했다. 현재 벌말마을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 사업은 ‘벌말 밝은마을 Ciao-화전상회’ 사업이 대표적이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기자] ⓒ스카이데일리
 
사업은 벌말마을 내 ‘화전상회’와 맞닿아 있는 공간을 리모델링해 지역 정착을 원하는 예술인들에게 작업공간으로 지원하는 한편 지역주민들의 예술·문화 활동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주민들과 벌말예술가들의 협업을 통한 ‘벌말 가는 길’, ‘특화거리’ 등 마을 경관 개선사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예산이 확보됨에 따라 현재 리모델링이 한창 진행 중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지역 주변에 초고층아파트라니…3기신도시 졸속추진 분통”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던 벌말마을은 최근 크게 들썩이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용두동·화전동 일대 813만㎡(246만평)에 주택 3만8000호를 공급하는 내용의 ‘고양창릉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예정부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 중인 벌말마을을 둘러싼 형태로 돼 있다.
 
주민들은 벌말마을을 제외한 채 주변 지역에 신도시가 조성되면 고층아파트와 빌딩에 둘러싸인 외딴섬 형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하고 있다. 현재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이 3기 신도시 예정부지와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경우는 벌말마을이 유일하다. 주민들은 특히 벌말마을 내 농지는 개발용지로 수용된 반면 주택은 수용되지 않아 생활환경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벌말마을은 폭 약 6m의 화전동 165번 길 좌우로 노후화된 주택 100여 가구가 들어선 형태로 조성돼 있다. 마을을 벗어나면 비닐하우스만 보이는 허허벌판이다. 편의점·약국 등 공중이용시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생활필수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약 1km 거리의 화전역 인근으로 나가야 한다. 3기 신도시 개발공사가 본격화 되면 벌말마을은 공사현장으로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인근 창릉천을 끼고 있는 벌말마을은 지대가 낮을 뿐 아니라 4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신도시 공사가 완료돼 마을 주변으로 수십층의 고층 건물들이 들어설 경우 벌말마을은 존재조차 잊혀질 만큼 ‘고립무원’ 형태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벌말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 이선혜(65·여·가명) 씨는 “이곳이 도시재생 지역이어서 신도시 부지에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을 주위에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 이곳이 소외될까봐 그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벌말마을은 지대가 낮아 폭우 때 물이 하천으로 빠지지 않으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는 곳이다”며 “신도시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마을에 어느 정도 피해가 올지 모르지만 심각성이 상당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며 “도시재생을 해서 마을이 오랜만에 활력을 찾아가는데 주변에 으리으리한 건물을 세우겠다고 하니 허탈할 뿐이다”고 말했다.
 
주민 김선규(60·남·가명) 씨는 “주민 상당수가 노인이어서 그런지 도시재생, 신도시 등에는 관심 없다”며 “하지만 마을 주위로 높은 건물이 올라가면 마을주민들이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벌말마을 일대를 신도시 지역으로 결정할 거면 왜 이곳을 도시재생 지역으로 만들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직은 시에서 별다른 말이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고 밝혔다.
 
▲ 정부와 LH는 벌말마을이 고층 아파트 숲에 가려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마을주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 외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화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사진 왼쪽) 모습과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된 벌말마을 모습 ⓒ스카이데일리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자’며 추진한 도시재생 사업 역시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도난영 화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센터장은 “마을주민 중에는 ‘재생사업을 해서 뭐 하겠냐’는 분들도 있고 ‘3기 신도시와 무관하게 재생사업 진행하자’는 분들도 있다”며 “하지만 어떤 방향이 맞는지에 대해 주민들은 혼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은 벌말마을이 3기신도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불만보다는 3기 신도시에 아파트들이 들어가고 자족도시가 형성되면 벌말마을이 더 낙후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며 “마을이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건물 높이가 제한되는 등 여러 가지 규제가 있다 보니 그런 걱정이 나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벌말마을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육군 30사단 신병교육대가 부지를 이전키로 함에 따라 군부대 부지를 신도지 예정부지로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지형상 불가피한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3기 신도시 개발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김호남 도시계획부 차장은 “군 부대 이전에 따른 유휴 부지를 신도시 부지에서 제외했다면 애당초 이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며 “하지만 유휴 부지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도시의 체계적인 계획 상 군부대 이전으로 발생 예정인 유휴 부지를 3기 신도시 부지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벌말마을의 경우 도시재생 사업을 무시할 수 없어 신도지 예정부지에 포함시키기 어려웠다”며 “이로 인해 벌말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을 신도시 예정부지가 둘러싸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부와 LH는 벌말마을이 고층 아파트 숲에 가려 고립될 것이라는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단지 마을 주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김 차장은 “당연히 대책을 수립해서 주민들이 우려하는 사태는 없도록 할 것이다”며 “마을 주변의 신도시 지역을 저층의 단독주거지나 녹지시설로 조성하는 등의 방법이 있는 만큼 향후 토지이용계획 수립 시 이를 감안할 것이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 서인철 주무관은 “벌말마을 주변으로 층고 제한이라든가 완충 녹지를 둔다거나 하는 방안이 있다”며 “토지이용 계획상 마을 주변에 주택지가 들어갈지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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