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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정년연장 논의
미래세대 앞 길 막는 정년연장 카드 꺼낸 文정부 ‘의도는’
전문가들 “정년연장은 청년고용 감소·노후소득 양극화 우려” 한 목소리
나광국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6-27 00:05:05
▲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00명(6.1%) 줄어든 2만6100명으로 집계됐다. 4월 출생아 수는 1981년 월별 통계 집계를 시작한 뒤 가장 적었다. 이에 따라 향후 생산가능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른 노동력 확보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전경 ⓒ스카이데일리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정부가 65세 정년연장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세대 간 일자리 갈등, 경제적 비용부담, 노후소득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 나온다. 특히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등 청년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여온 것과는 배치되는 행보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여론도 적지 않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은 논의를 시작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도 미비해 사실상 인기몰이식 정책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일 적게 시키고 임금 올려주고 이번엔 정년연장까지…“한국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우리나라 출생아수는 무려 41개월 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만61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00명(6.1%) 감소했다. 출생아 수는 월별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1년 이후 4월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감소폭(6.1%)은 전월이나 전년 같은 달에 비해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3월 출생아 수 감소폭은 전년 동월 대비 9.7%였고 지난해 4월 하락 폭은 전년 동월 대비 8.9%였다. 통계청은 “주로 아이를 낳는 연령대인 30~34살 여성 인구의 감소폭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며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20∼2029년 연평균 33만명, 2030∼2039년 연평균 52만명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내년부터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자 최근 정부는 정년연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유엔(UN) 경제사회국은 최근 발표한 ‘세계 인구전망’에서 2060년 우리나라의 비생산연령인구(만 14세 이하·65세 이상) 비중이 생산가능인구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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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정년연장 논의에 대한 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만 60세 정년이 시행된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은데다 청년일자리 문제와 상충돼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높은 임금체계와 경직된 고용시장 등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풀지 않으면 법적 정년을 늘려도 현실적인 고용 연장은 힘들 수밖에 주장이다.
 
기업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영여건이 불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상당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기업과의 사전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정년연장 추진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업들은 정부가 미래 경쟁력 확보는커녕 점점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종국엔 해외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성태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할 것이다”면서 “하지만 내수부진과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인력을 떠안는 꼴이 되는 탓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청년 채용에 있어서는 소극적이게 될 수밖에 없어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일자리 확대를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일자리 확대 외친 문재인정부, 청년 취업문턱 높이는 정년연장 추진 ‘의도는’
 
정년연장 추진은 그동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청년일자리 창출과는 배치되는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정년이 늘면 새로운 인력 충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청년실업률은 11.5%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35만4000명, 50대는 10만9000명 등으로 증가했다. 이에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정책의 실효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고용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년제 전면 시행 이후인 2017년 기준으로 143만개의 사업장 가운데 정년제를 시행하는 곳은 29만9000곳이었다. 전체의 20.3%에 불과했다. 정년 연장 이전 시점인 2015년(18.7%)과 비교해 1.6%p 늘어나는데 그쳤다.
 
▲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에 대해 내수부진과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당장 도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보라매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인층(위)와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 학원가에서 자료를 출력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 모습 ⓒ스카이데일리
 
전문가들 역시 고령화에 따라 필요한 정책이지만 노년층 정년이 연장되면서 청년층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고용 대체 현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년연장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현 시점에서 정년연장의 실효성보다 경기부진과 고용시장 위축의 부작용이 우리 경제에 더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일자리가 잘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신규 채용이 줄어들어 청년들에게 너무 큰 타격을 주게 되고 일본처럼 프리터족이 양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정년연장 등 제도를 경직적으로 시행하면 노동시장은 청년층과 노년층의 전쟁판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프리터족’은 특정한 직업 없이 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젊은층을 일컫는 말이다.
 
홍우성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연장은 고령화 사회에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청년도 취직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금같이 경기 침체기에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며 “정년연장이 시작된다면 청년 일자리는 줄고 고령층 역시 대기업과 공공부문 등 소수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국민들도 정부의 정년연장 정책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4월 인구동향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25일 서울시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만난 박지만(66·남) 씨는 “요즘 젊은 청년들의 결혼률이나 출산율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청년들이 취업하기 힘들고, 먹고살기 힘든 사회구조가 이러한 저출산·고령화사회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시대에 정년연장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지금 당장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어가면서 시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면서 “기존에 60세 정년연장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왜 정부가 총선을 1년 앞두고 정년연장을 추진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20대 청년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박수란(26·여) 씨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국민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며 “정년연장이 필요하지만 지금 경기상황에서 당장 필요한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부동산, 일자리 등 단순히 보여주기에 급급한 정책 일색이다”며 “이번 정년연장도 총선 전 중장년 지지층의 표심몰이용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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