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지나친 책값 인하 경쟁을 막아 출판업계 활로를 모색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책값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출판업계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출판사 주도 법 개정, 피해는 지역서점·독자들 몫
도서정가제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서점 확장에 따른 지역 서점들을 보호하고자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 차례 이뤄진 관련 법 개정 과정에서 대형 출판사 위주로 정책이 논의돼 본래 취지가 점차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로 인해 신간에만 적용됐던 10% 할인 제한이 모든 책에 적용됐다. △중·소출판사 경영 개선 △소비자의 도서 구매 저변 확대 △지역서점 활성화 등을 위한 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도서정가제가 개정된 지 4년이 지난 현재 출판업계 현실은 참담하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지역 서점의 수는 1535개로 법 개정 이전인 지난 2014년(1625개)보다 100개에 가까이 감소했다. 전체 오프라인 서점 수 역시 지난 2013년 2331개에서 지난 2017년 2050개로 줄었다.
도서정가제가 전반적인 책값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책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감소로 이어진 게 직격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4년 1만5600원이었던 평균 책값은 2017년 1만60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덩달아 출판사들의 매출 규모도 지난 2014년 4조2300억원에서 2016년 3조9600억원으로 2년 새 약 2700억원 감소했다.
이에 출판업계 및 소비자들 사이에선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산업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초구 내 대형서점에서 만난 이현우(28·남)씨는 “법 개정 이전의 도서정가제는 18개월 이후 할인 폭이 자유롭고 가격할인과 별도로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들이 있었는데 개정 이후의 도서정가제는 구간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신간이 발행되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책 값이 저렴해지는 게 당연한데 지금은 발매일과 관계없이 동일한 할인율이 적용돼 가격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 중인 강기환(47·남)씨는 “국가가 독서를 통해 마음의 양식을 쌓고 지적 만족감을 갖는 독자들을 위해 부담 없이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현재의 법은 폐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 논란…“법 개정 이전으로 돌아가야” 폐지 여론 분분
도서정가제로 인해 상승된 책값이 오히려 책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오는 2020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을 두고 잡음이 무성하다. 일부 대형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동일 도서의 전국 균일가 판매 제도’ 즉 완전 도서정가제가 거론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완전 도서정가제가 도입된다면 출판 생태계 전반에 막대한 문제를 초래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2014년 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도서정가제로 이익을 본 곳은 상위 15~20%의 대형출판사와 상위 12%의 대형서점(온·오프라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출판사의 경우 신간 출판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수익을 내고 있는 반면 중·소형 출판사는 신간을 출판한다고 해도 비용 부담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시장에선 대형 출판사들이 출판한 신간 위주로 베스트셀러가 구성되다보니 출판업계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것이다. 이는 독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하는 기회 상실로 이어진다.
신인작가들 역시 도서정가제의 폐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긴 마찬가지다. 출판사들이 검증된 베스트셀러 작가만 뽑아서 계약하다보니 참신한 신인 작가들의 책을 판매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도서 시장 전반적인 침체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모임(이하·정반모) 회장은 “2014년 이전에는 전체 출판시장 매출액 중 베스트셀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내외였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60% 이상까지 높아졌다”며 “대형 출판사와 대형 서점들의 신간 및 베스트셀러 작가 위주로 매출이 쏠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생산품의 경우 판매가격을 규제하면 공정거래법 상 위반이지만 도서는 저작권의 보호 명목으로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는 재판매가격유지제도를 위해서만 존재하거나 그나마 합리적인 부분이 존재했던 지난 2014년 이전의 도서정가제로 돌아가는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장수홍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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