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 없으면 AI강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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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혁신 없으면 AI강국도 없다

스카이데일리 칼럼

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05 00:02:22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최근 열린 소프트웨어와 AI(인공지능) 분야 콘퍼런스 ‘데뷰 2019’이 내건 슬로건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해 AI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가 추진을 준비 중인 AI 기본구상을 공개하고 연내 구체적인 국가전략을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인공지능 분야 기업인과 개발자들이 모인 행사장에 직접 방문한 데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의 경우 응용분야가 넓은데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단순한 경제·산업 경쟁력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될 공산이 크다. 사실상 인공지능 기술이 향후 제조업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지배적 위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각국 정부가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는 배경이다.

정부 역시 4차 산업혁명 기반이 되는 핵심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은 이미 세워뒀지만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세부전략을 내놓진 않았다. 문 대통령이 올해 안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인공지능 국가전략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말이다. IT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지만 인공지능 분야에서 만큼은 힘을 못쓰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혁신기술 분야가 그러하듯 인공지능 역시 핵심인재 수와 수준에 따라 기술경쟁력이 판가름나는데,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진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인공지능 두뇌지수 핵심인재 분석와 의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전문가 상위 500명 중 한국은 불과 7명에 그쳤다. 25개국 중 19위다. 핵심인재 수로만 따지면 우리나라가 태국이나 이스라엘, 터키에도 뒤처졌다.

다행인 건 뒤늦게나마 정부가 인공지능 분야 인재양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학위과정으로 인공지능 대학원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졸업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인공지능과 같은 선도 산업의 실무교육을 실시하는 혁신성장 청년인재 집중양성 등의 비학위과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인공지능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공지능뿐 아니라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공유경제, 데이터, 바이오헬스 등의 분야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내년 예산안에 편성된 과기부의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은 지난 1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선정된 후 적격성을 인정받아 사업비 67억여원을 편성받았다. 그런데 적정성 검토 결과 해당 사업에 활용되는 데이터에는 다양한 개인정보 및 의료정보가 포함돼 있어 연구개발 시 관련 법령 위반 가능성이 다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부와 산통부, 복지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바이오 빅데이터구축 시범사업도 규제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의료정보를 표준화해 신약, 의료기기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의료정보 등 건강 관련 정보는 개인정보법 위반 우려가 크다. 결국 정부가 혁신기술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해봤자 규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공수표에 불과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인공지능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날 공유경제 대표주자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인공지능 기술 분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선제적 규제혁신이 없다면 문 대통령의 인공지능 국가전략 역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