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을 약 70여일 앞둔 가운데 최근 중도층은 물론 보수지지층에서도 기존과 다른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여당의 권력독주로 인한 각종 부작용 우려와 함께 보수정당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 쪽으로 과도하게 편중된 권력구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건설적인 대안세력 구축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저마다의 이권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수층 지지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보수성향을 띈 군소정당에 날 선 비판을 가하는 모습이다. 권력의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수적우위를 점하고 있는 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지지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통합을 무기로 실리를 챙기려는 행보는 사실상 국민과 국가를 인질삼아 욕심을 채우려는 것과 다름없는 행태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온다.
정부·여당 쪽으로 기울어진 권력 무게추…자유한국당 “국가·국민 위한 대안은 보수통합”
지난 16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1월 3주 차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민주당 37% △한국당 32.4% △새로운보수당 5.3% △정의당 4.8% △민주평화당 2.2% △민중당 1.5% △우리공화당 1.5% △대안신당 1.1% 등이었다. 정당의 정치적 성향으로만 놓고 보면 진보와 보수가 팽팽한 양상을 띄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진영 결집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1일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자유민주 진영의 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며 보수통합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로부터 보름도 지나지 않아 황 대표는 계획을 곧장 행동에 옮겼다. 첫 단계는 통합작업을 주도할 기구 설립이었다. 지난 14일 한국당을 포함 새로운보수당 등의 보수진영 정당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이하·통추위)가 공식 출범했다. 혁통위는 문재인정권의 일방독주를 심판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대안세력을 만들기 위해 중도·보수세력의 통합신당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는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
세부적으로 통추위는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 4.0 창당준비위원장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혁통위는 보수진영의 힘을 하나로 합쳐 오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현 정부의 독단적인 행보를 막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단계는 통합을 위한 희생이었다. 한국당은 ‘100% 국민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공언했다. 통추위에 참여하는 새보수당 등의 당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을 감안해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인 공천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덕분에 통추위의 움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통추위는 내달 중순 중도·보수 통합신당을 목표로 하는 통합 로드맵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23일부터 30일까지 제정당·시민단체·개인 통합 동참 활동 및 성과를 취합한다. 27일부터 30일까지는 성과 점검 및 통합 관련 사항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오늘(31일) 범중도보수 통합 결과 1차 대국민 보고를 통해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대상과 범위에 관한 세부적인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아울러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통합신당창당준비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곧바로 통합신당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 2월 중순경엔 통합신당을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통합 빌미 무리한 요구에 신당창당까지…보수성향 정당·세력 밥그릇 챙기기에 국민 공분
한국당 주도의 보수통합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곤 있지만 아직까지 통합을 섣불리 낙관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보수성향을 지닌 세력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당초 통합 대상으로 거론됐던 정당들은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통합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다. 일례로 새로운보수당의 주인으로 평가받는 유승민 의원은 ‘선거 연대’ 거론 등을 거론하며 아직까지 통합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 세력 중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의식한 신당창당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전광훈 목사는 얼마 전 함께 손을 잡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통합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상황에서의 신당창당은 사실상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로 비춰지고 있다.
통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의 행태는 보수층 내부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수야권 내 일어나는 분열 조짐을 겨냥 “나라를 망치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우파·보수 통합을 위해 각자 밥그릇을 챙길 한가한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파 통합에 참여할 것을 호소한다”며 “혁산통합추진위원회에서도 광장세력이 참여할 수 있는 필드를 확보해 달라. 우파·보수 통합에 훼방을 놓는 정치인들은 4월 총선 이후 어디에도 발 붙일 수 없는 비루한 몰락을 맛 볼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국민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자영업자 김상태(45·남) 씨는 “지금 현 정권이 보이는 행보는 그야말로 과거 독재 정권과 별반 다를 거 없는 모습이다”며 “현재 한국당이 정부·여당에 맞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다른 보수정당과 시민단체들이 통합을 빌미로 제 밥그릇 챙기기만 급급한 것 같아 화가 난다. 국민과 국가를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는 것과 다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지민(22·여) 씨는 “나는 지금까지 어려서 정치는 잘 몰랐다. 그래서 민주당은 약자를 대변해주는 당이고 한국당은 강자를 대변하는 당인 줄 알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잘못된 편견이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민주당은 최근 본회의 강행처리 등 우리나라의 의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분오열된 상태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야당들이 더욱 밉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지해(29·여) 씨는 “정부에서 자꾸 청년 정책 등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청년들이 너무 힘들어졌다”며 “제대로 된 대안세력이 등장해 어느 정도 견제를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한국당이 보수통합을 주도하고 있는데 각자 자기 욕심만 챙기는 이들 때문에 그 마저도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국민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보수 대통합은 어떤 기치를 가지고 통합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깨지기 쉽다. 통합은 물리적으로 얽어매는 통합이 아닌 성찰이 동반되는 화학적 통합이 돼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이념과 가치를 두고 진심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또한 통합 진행 중에서도 갑론을박해서 분열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침착하게 준비를 해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병만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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