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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의 문학푸드
〈기생충〉과 BTS를 통해 확인한 우리의 문화적 DNA
문화는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강력한 힘이다
이정일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1-27 11:20:15
▲ 이정일 인문학 칼럼니스트
 BTS가 2020년 새해 첫날 뉴욕시 타임 스퀘어에 섰다. 미국에서 약 2500만 명이 시청하는 새해맞이 라이브 쇼 무대에 선 것이다. 이들 멤버들은 존재 자체가 아트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BTS가 미치는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이들이 창출해내는 경제효과가 연 5조~6조원에 달한다니 ‘걸어다니는 대기업’이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무형의 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그들의 음악과 메시지엔 뭔가가 있음이 분명하다.
 
봉준호 감독도 마찬가지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옥자〉, 〈마더〉 같은 작품으로 이미 국내에선 팬 층이 두텁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이 흥행에 성공하여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권위있는 세계적 영화상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발언도 BTS처럼 즉각 주목을 받았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상을 받으며 남긴 수상 소감인데 무척 인상적이다. 미국인들은 자막이 있는 외국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팩트이다. 미국 내 전체 영화 매출에서 외국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6.4 퍼센트(2016년 기준)라는 통계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봉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오스카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대답도 무척 인상적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스카는 국제적인 영화제가 아니다. 그건 매우 지역적인(local)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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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발언이 분명한데도 반응이 뜨겁고 빠르다. 작년 10월 그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그의 트위터에 달린 ‘좋아요’가 1만 4천개가 넘었다. 다수의 영화 팬들은 긍정적인 댓글을 남겼다. 오스카가 권위 있는 상이긴 하지만 미국이 전 세계의 기준은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봉 감독의 말처럼 자막은 겨우 1인치 밖에 되지 않지만 그것은 넘지 못할 산과 같았다. 다들 올려보기만 했지만 그걸 BTS가 넘었고 봉준호 감독이 넘었다. 2016년엔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번역이란 장벽을 넘어 부커 문학상을 받았다. 이걸 보면서 문학과 예술을 보는 눈이 바뀌어가는 것을 느낀다.
 
늘 밖에서만 찾았던 비틀스가 우리 안에 있었고 밖에서만 찾았던 명작이 우리 안에 있음을 새삼 느낀다. 봉준호, BTS, 한강은 아마 서로 만난 적이 없겠지만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줄기차게 팠고, 그 결말을 멋지게 완성한 것이다.
 
2019년 말 양준일 팬들이 그를 30년 만에 무대로 소환하는 것을 보고 인성도 사회적 자본임을 깨달았다. BTS나 봉준호 감독을 보면서도 같은 것을 느낀다. 겸손하지만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가장 창의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대중예술의 발전은 눈부시다. 원인은 여럿일 테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어도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온 사람들 덕도 크다. 봉 감독이 〈기생충〉은 갑자기 튀어나온 영화가 아니라 한국 영화라는 과정 중의 하나이자 연장선으로 본 것은 인상 깊다. 한국인의 문화적 DNA를 발굴해 내는 작업이 더 이어지려면 우리 역시 더 많이 듣고 보고 읽으며 응원하고 격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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