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의 학창시절 당시 벌인 학교폭력(이하 학폭) 폭로가 이어지면서 학폭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피해 당시 보복이 두려워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한 학폭의 수위가 제3자가 들어도 끔찍할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의 트라우마로 성인이 된 후에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이 적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많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학폭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교권의 추락’을 꼽고 있다. 학생 인권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정책으로 교권이 붕괴되다보니 교사 입장에서는 학폭 사실을 알고도 제재 할 방법이 없어 사태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일선 교사 선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치는 학폭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교권회복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해자 웃음 뒤엔 피해자 피눈물…평생 지워지지 않는 학폭의 상처
현재 학폭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처벌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다. 정도가 심할 경우 일반 폭행·상해 등의 혐의가 적용될 뿐이다. 경미한 사건의 경우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당사자끼리 합의를 보도록 종용해 유야무야 해결되는 사례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해자는 해결됐다고 생각하고 죄의식을 털어버리는 반면 피해자는 평생 가슴 속에 상처를 안고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끔찍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 피해자들은 시간이 흐른 후 이른바 ‘학폭 미투’로 당시의 사건을 폭로해 가슴의 상처를 덜어내곤 한다. 최근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이 과거에 저지른 학폭이 뒤늦게 공론화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학폭은 당시의 피해도 피해지만 시간이 흘러도 트라우마가 오랫동안 남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호숙 학교폭력예방종합지원센터 로하스교육연구소장은 “가해자는 학폭에 대한 과거를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아 반성 자체가 안 되기도 하지만 피해자는 그 기억을 절대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거 학폭 피해자들 역시 시간이 흘러도 피해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고통에 평생을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이수진 씨(23·가명)는 “학교폭력은 정말 한 사람을 죽을 때까지 괴롭히는 트라우마를 만들어주는 범죄다”라며 “가해자뿐 아니라 내가 당했던 학폭을 바라본 주변의 방관자들도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성인이 됐음에도 학폭 고통을 잊지 못한다는 전봉준 씨(25·가명)는 “학폭은 당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그 느낌을 알 수 없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은 학창시절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며 “나는 이렇게 후유증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은 두발 뻗고 살아간다는 게 너무 분하다. 그저 진심어린 사과를 바라는데도 그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생인권만 찾다 붕괴된 교실…조언만 해도 녹음기부터 들이대는 요즘 학생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거에 발생한 학폭 사례가 뒤늦게 알려지는 이유는 최초 발생 시점에서 학폭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교권붕괴가 자리하고 있다. 일선 교육 현장의 교권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교사 입장에서도 학폭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합당한 처벌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쉽게 말해 선생님이 무섭지 않다보니 학생들이 잘못된 일을 거리낌 없이 벌인다는 설명이다.
교권 침해 사례 또한 매해 증가하고 있다. 교총이 지난해 5월 발표한 ‘2019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교총에 교권을 침해당했다며 상담을 신청한 건수가 513건으로 2008년 249건과 비교하면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교권붕괴로 일선 교육 현장을 떠나는 교사도 늘고 있다. 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2월말 정년이 되기 전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은 6669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0.8%(649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추락이 결정적 이유로 꼽혔다.
경기도 부천 소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요즘은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에 대해 똑 부러지게 잘 알고 있어 사소한 학생 간의 갈등이 발생해도 교원들이 끼어들면 문제가 될까봐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교내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교원이 한 마디 하거나 ‘이 녀석’이라는 단어만 써도 휴대전화 동영상이나 녹음기능을 틀고 ‘폭언으로 교육청에 신고 하겠다’고 협박하는 학생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폭이 발생하면 관련된 증거자료를 일일이 작성해야하는데 보통 A4용지 기준 300장을 가뿐히 넘어 밤샘 작업을 해야 하기 일쑤다”면서 “학폭 사건 담당 교원이 가해자를 경찰로 이관하거나 학폭심의위원회를 열고 징계하면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가만있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한다. 교권이 이렇게 추락한 상황에 어느 교사가 학폭을 막을 수 있겠나”고 말했다 .
이성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강화국장은 “교육 현장에서 ‘교원의 권리’는 사라지고 ‘학생의 권리’만 남은 지 오래다”며 “교육체계에 있어 학생들의 인권만을 중요시할 게 아니라 인권에 상응하는 의무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교권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만 교내 질서가 정립되고 나아가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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