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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도유망한 기업의 상장을 재무 상태와 상관없이 허용해주는 제도이지만 이를 통과한 기업이 상장 이후 수년 동안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아서다. 금융당국이 이들 기업에 대해 특례를 제공한 만큼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리 유망 기업 발굴 취지라지만…특례상장 기업 주가·실적 줄줄이 낙제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신규 상장한 기업은 박셀바이오 등 25곳이다. 지난해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 84곳(SPAC제외) 가운데 약 30%에 달한다. 2005년 기술특례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대 규모다.
2005년 처음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은 경영성과 요건을 갖추지 못해도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회사의 보유 기술이 유망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시가총액 500억원(공모가 기준) △직전 매출 30억원 △직전 평균매출증가율 20%이상 등을 충족한다면 재무제표상 적자가 있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다.
해당 제도는 유망 기업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상장 후 이들의 주가가 줄곧 저조한 모습을 보여 부작용이 속출했다. 지난해 상장한 25개사 중 시초가 대비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11개사(44%)에 불과했다. 주가 상승률이 279%에 달한 박셀바이오를 제외할 경우 전체 수익률은 3.27%에 불과하다.
기간을 늘려 봐도 특례상장 기업의 성적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특례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모두 112곳이었다. 이 가운데 시초가를 뛰어 넘은 곳은 49곳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평균 수익률은 9.44%로 집계됐지만 이 마저도 알테오젠과 제넥신 등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6, 13위 종목에 수익률이 집중된 결과로 분석됐다. 112개 기업의 시초가 대비 수익률 중위 값은 3.19%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뿐만 아니라 실적도 부진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잠정)을 공개한 특례상장 기업 87곳 가운데 18개만이 순이익을 거뒀다. 839억원 적자를 낸 헬릭스미스를 포함해 100억원 이상 적자를 낸 곳도 28곳에 이른다. 특례상장 취지상 일반기업에 견줘 이익을 내기까지 기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2017년 이전에 특례상장을 한 37개 기업을 살펴보더라도 이들 기업의 지난해 평균 순손실은 111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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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특례상장의 경우 상장유지를 위한 충분한 자격요건이 검증되고 보증됐다기보다는 잠재력을 인정받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다른 상장 종목에 비해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례상장을 통해 진입한 기업이 상장 이후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시장상황 변화나 예측하지 못한 기술개발 및 상품화 실패로 부실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상장 심사 당시 기술력과 성장성이 미비하거나 허위사실에 근거한 부실기업에 상장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리종목 요건 완화 속 지분 정리 잇따라…‘개미투자자’ 보호 뒷전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례상장사 가운데 제품화되기까지 성공 불확실성이 높고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고위험·고수익의 제약·바이오산업이 많아서다. 또한 코스닥시장 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상당히 많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거래소 특례상장 증가와 투자자 보호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개인투자자가 기술성장기업부 제약·바이오업종에 투자한 누적순매수 규모는 3조원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전체 개인투자자 순매수 거래대금(19조원)의 15.7%인 셈이다.
강소현 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제품화나 기술이전계약까지 각 개발단계에서 많은 위험요소가 존재한다”며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복제약 시장은 경쟁사가 선제적으로 출시할 경우 시장진입이 어려울 수 있으며 신규진입 기업 증가로 가격경쟁이 심화돼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관리종목 지정요건을 완화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반기업은 자기자본 잠식률이 50%를 초과하거나 세전손실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발생한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상장 후 3~5년 간 그 적용을 유예 받는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마저 줄어들면서 경영진과 임원들이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본금을 엉뚱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임상 실패 발표 직전 보유 주식을 팔아 개인투자자에 손실을 입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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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거래가 정지된 신라젠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 상장하고 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1년 후 보호예수가 풀리고 나서 경영진·임원들이 수천억원의 지분을 처분하며 논란이 됐다. 일부 임원들은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3상 실패를 발표하기 전 보유 중인 보통주 전량을 매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13만1000원(2017년 11월 21일)이던 신라젠의 주가는 2년 만에 1만7600원(2019년 11월 21일)으로 10분의 1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5월 거래가 정지될 때가지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규모(110조7750억원)가 전체 89.7%인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엄청나다.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 모임은 작년 7월 입장문을 통해 “주주들은 거래소의 기술 특례 상장 기준을 믿고 신라젠에 투자했다”며 “신라젠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과거 이 회사의 상장 심사를 진행한 거래소가 책임을 회피하고 죄 없는 소액주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례상장 1호 기업 헬릭스미스도 비슷한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 회사는 2019년 9월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유전자 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 ‘엔젠시스’의 중간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고 공시하기 직전 최대 주주 일가가 보유 지분을 매도했다. 19만9200원(2019년 9월 16일)이던 주가는 보름도 안 돼 6만6300원(2019년 9월 30일)으로 66.7%나 떨어졌다.
앞서 2019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경우 이벤트가 있을 때만 공시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공시토록 해 개인투자자들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개정해야 한다”며 “짧은 보호예수 기간으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대주주의 지분 처분 사례가 빈번한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해 별도의 보호 예수 기간을 지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받아들여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특례상장 심사를 까다롭게 개선하기로 했다. 코스닥 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 평가가 효율·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기술성과 시장성 관련 평가항목을 확대·정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분류 평가항목은 현행 기술성 4개, 사업성 2개에서 기술성과 사업성으로 각 3개씩으로 항목이 조정된다. 또한 총 평가 항목 수를 현행 26개에서 35개로 늘리는 등 기술평가 평가항목도 세분화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평가기관의 평가 시 평가 기관별 편차를 축소해 일정 수준의 평가 품질 유지로 평가 신뢰성을 높여 기술특례상장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다”며 “기술성과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도 기술특례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할 수 있기에 기술성과 시장성 등을 객관적 판단 근거를 통해 면밀하게 심사해 투자자 보호에 힘쓸 것이다”고 밝혔다.
[윤승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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