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한대의·정동현 기자] 최근 정부가 발표한 2·4 부동산 대책은 민간조합이나 건설시행사가 아닌 LH·SH 등 공공 주도로 개발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사업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지만 개인이 얻을 이익의 대부분을 환수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상 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등 정책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상 지역 주민이나 조합 측은 내년 대선 이후로 사업을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공공 주도의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서둘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업성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민간 주도의 개발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꼬일대로 꼬인 부동산 시장, 현 정부가 내놓은 규제 다 풀면 4~5년 후 해결”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공학 학·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정부에서 수행하는 신도시 개발 등 수많은 국책사업에 참여한 전문가다. 그는 2·4 부동산 대책을 ‘서류상의 계획만 화려한 대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발표에서 83만6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6만3000호 이외에 57만여호는 어디까지나 추정치다”며 “(이번 대책은) 공급계획이 아니라 ‘공급추산’이다”고 꼬집었다.
심 교수는 이번 대책의 다른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주상복합의 용적률이 보통 600%인데 이번 대책에서는 최대 700%까지 올라간다”며 “서울의 평균 아파트 용적률이 270% 정도인데 (용적률을 700%로 올리면) 결국 홍콩의 구룡성채 같은 곳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주차장이나 조경, 일조 채광 등의 기준도 완화한다. 인근에 그런 주택이 생긴다면 주거권이 악화되는데 과연 주변 주민들이 찬성할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 국내 손꼽히는 부동산 전문가인 심교언(사진) 건국대 교수는 “2·4 부동산 대책은 공급계획이 아닌 ‘공급추산’이다”며 83만호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분양가·임대료 상한제와 보유세 인상 등의 최종피해자는 결국 서민이라고 지적했다. [사진=황정아 기자] ⓒ스카이데일리
심 교수는 지금이라도 공공 개발에 치중한 정책 방향의 선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문제 진단부터 처방까지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념에 따른 정책을 계속해왔다”면서 “여·야 어느 쪽이 다음 정권을 잡아도 이 문제를 풀기 쉽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현 정부가 모든 문제의 시작을 투기꾼이라고 진단한 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투기꾼 몇천명이 모여서 단체 카톡으로 한 단지의 아파트 값을 올릴 수 있지만 전국 수백만채를 올릴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집값 상승의 원인이 결국 잘못된 정책에 있다고 지적이다.
심 교수는 임대차 3법, 분양가 상한제, 세금 압박 등의 조치들이 결국 서민의 목을 조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와 임대료 상한제가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결국 서민이 타격을 입는다”며 “재산세나 보유세, 양도세 인상도 주택 투자가 줄어 (물량이 감소해) 서민이 피해를 입는다. 제발 교과서에 나온 대로만 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독일의 상황을 사례로 제시했다. 독일은 자가보유율이 40%대에 달해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활성화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강력한 임대료 상한제와 임차인 보호 정책을 펼쳐 전체 주택의 30~40%가 임대료 인상률 제한 규제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새로 건축되거나 리모델링한 주택에는 임대료 인상률 제한이 예외이기 때문이다.
LTV(주택담보 인정비율) 규제에 대해서도 심 교수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진국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연구결과가 나와 있는데 서민을 위한 게 아니라 서민을 죽이는 정책이다”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절반 가량은 생활비 조달을 위해 대출을 받는데 이를 줄일 경우 이들을 대부업체로 떠미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공공개발 활성화는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매년 약 50만호가 등장하는데 이 가운데 공공 공급은 10~20%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80~90%를 공급하는 민간에게 대한 규제 해소가 주택공급 해결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이 아무리 노력해도 민간의 물량을 감당하지 못한다”면서 “조직과 경비 절감문제에서 더 효율적인 민간에게 공공과 똑같은 조건을 부여해 민간이 개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심 교수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할 대책에 대해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했던 걸 다 철폐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동안 쌓여있던 규제를 풀고 물량이 나오려면 지금부터 4~5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그 때쯤이면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진국은 네거티브 규제가 아니라 포지티브 규제를 한다. 사업자가 임대물량을 늘리면 혜택을 주는 식이다”라며 “국가는 (경제력) 하위 20~30%(계층)에 집중해야 한다. 선진국의 공통적인 부동산 정책은 소득 하위 20% 미만은 공공이 주거복지 차원에서 철저히 공급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가격이 올라가면 공급을 늘리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격이 올라가면 정부가 공급을 잡아서 가격이 더 올라간다”며 “이번 정부에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온 것과 반대로 하는 ‘경제학 원론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괄적인 성냥갑 개발 대신 지역 맞춤형 개발 콘텐츠 개발해야”
▲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는 2·4 부동산 대책의 대안으로 “지역에 걸맞은 개발로 문화나 기반시설을 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부동산 컨설팅기업인 ‘도시와경제’의 송승현 대표는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수익의 90% 이상이 환수되는 것을 꼽았다. 송 대표는 “개발 진입 단계의 수익성은 이점으로 작용할지 모르겠으나 완공되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용적률 상향으로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점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2·4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가 예전처럼 자율적이면서 민간이나 조합이 주도하는 것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사업을 추진하려다 보니 반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이번 대책의 효과는 6월 1일이라는 과세 기준일을 지나봐야 안다”며 “당장의 효과를 섣불리 말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2·4 부동산 대책의 대안으로 지역별 컨텐츠에 맞는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격을 억지로 눌러가면서 공급을 억제한 상태에서 공공이 개입하면 풀어주겠다는 것은 자율적인 것이 아니어서 역효과만 키우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강남이나 특정지역의 재건축이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이유는 기반시설이나 커뮤니티를 깨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면서 “조합이 추가적인 부담을 가지더라도 공공보다는 자율적인 사업을 더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이 개발하면 특정 개발회사들과 조합만 돈을 번다는 세간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백~수천가구의 공공 임대주택을 짓는 것보다는 차라리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공원녹지 등의 기부채납이 이뤄지면 오히려 더욱 공공성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 대표는 “(이를 통해) 녹지확보라는 공공의 요구와 자산가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서울 지역의 공공개발 대상으로 거론된 지역에 대한 장소별 개발 대안도 제시했다. 먼저 최근 주목받은 동자동의 경우 그동안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으로 사회적인 관심에는 떨어져 있었다. 그는 “뒤에 있는 남산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높이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입지가 명동과 광화문, 서울역에 인접한 지역이어서 서울역이라는 교통기능과의 연계성을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업무용과 주거용 건물을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개발이 완성됐을 때 거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느냐는 문제인데 그러기 위해선 주변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주택으로만 개발되기는 아까운 지역”이라며 “기업들이 업무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계동의 경우 그동안 혈세 낭비에 가까운 도시재생으로 인해 이번 대책의 공공개발이라도 수용하겠다는 분위기도 있는 실정이다. 송 대표는 “거주민들이 원하는 개발 방식에 따르는 것이 가장 좋다. 수요에 맞는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에 맞는 컨텐츠로 개발을 해야 한다”며 “공급에 상관없이 주택가격이 오른다면 차라리 개발을 하면서 주거지 상향을 하는 게 주민들에게 더 좋다”는 대안을 내놨다.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