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재건축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사진은 은마아파트 전경.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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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한대의·정동현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에 대한 신뢰가 급격하게 추락했다.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지금의 국민 여론이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이곳 주민들은 국토부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토지 강제수용 방식의 개발을 발표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LH 일부 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민들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주택지구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환지 방식을 기반으로 한 주민참여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정부 공공개발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광명·시흥지구 외에도 여러 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개발을 통한 민간의 수익을 허용하지 않고 국가가 흡수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의 공공주도 개발에 대해 ‘공공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획기적인 난개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40년 노후아파트 은마, 80년대 달동네 분위기 동자동… “아무리 급해도 공공개발 반대”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4424가구를 포함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다. 1979년 8월에 입주를 시작했다. 80년대 인근 대치동에 학원가가 빼곡히 들어서면서 자녀교육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학부모들이 대거 몰렸다.
여전히 은마아파트는 우수한 교통과 학군을 갖춘 알짜 단지로 평가된다. 삼성로, 영동대로, 남부순환로, 도곡로 등을 끼고 있고 지하철 3호선 대치역이 지척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 휘문고등학교, 경기고등학교, 숙명여자중학교, 대명중학교 등의 우수한 학교도 여럿 자리하고 있다. 도곡동과 대치동에는 입시교육을 비롯한 고등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학원들이 들어서 있다.
▲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추진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한 시기는 약 20년 전부터다. 시설 및 설비 노후로 인해 배관이 터지고 엘리베이터 고장이 빈번히 일어나면서 재건축 시도 움직임이 생겨났다. 그러나 주민들 간 의견불일치로 사업은 번번이 무산됐고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개발 관련 규제가 등장하면서 재건축 이슈는 사라지다시피 했다. 최근 공공 재건축 이슈가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주민들은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마아파트 주민 이지영 씨(가명·여)는 “공공 재건축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에 재건축을 하게 된다면 민간에서 추진하는 아파트 재건축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공공재건축을 하게 되면 아파트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반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희 씨(가명·여)는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공공 재건축은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은마아파트는 3종 주거지역의 법적 용적률 300% 다 받아도 일반 분양이 말도 안 되게 적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재개발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동자동에선 공공 개발 이슈가 불거진 이후부터 오히려 개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동자동 지역에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해 주민 동의 없이 땅을 수용해 개발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달 5일 정부는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이에 따른 강제적 토지수용 방침을 밝혔다.
▲ 동자동 주민들이 내건 공공재개발 반대 현수막 ⓒ스카이데일리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오정자 위원장 외 주민 일동)는 이달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정작 토지건물주들과는 그 어떤 협의나 의견 수렴도 이루어지지 않은 내용으로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개인들의 사유재산을 사실상 대규모 강제수용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반발했다.
동자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50대 이철승 씨(남·가명)는 “공공개발대책이 지역주민들에게 어떻게 적용될지 파악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이번 부동산 대책을 보면 재개발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지에 대한 가장 중요한 요점은 빠진 상황이어서 무턱대고 지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 지역을 재개발하길 바란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1200가구나 짓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며 “임차인이나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반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개발 안 하면 못 살지만 정부 공공개발 그대로 수용 못 해”
일부 지역의 경우 공공재개발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부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엔 반대 의사를 피력하겠다는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70년 넘게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생활환경 자체가 낙후된 서계동 주민들은 이번 공공재개발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계동 재개발추진위원회 대표 서상현 씨(남·가명)는 “저희 지역은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됐지만 사실 옛날하고 달라진 부분이 거의 전무하다”면서 “재개발을 해야 하는데 서울시에서는 도시재생지역이라 개발을 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9월에 다시 재개발 재신청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공공재개발이든 민간재개발이든 지역주민들은 재개발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 서계동 개발추진협의회 사무실 전경. ⓒ스카이데일리
그러면서도 “지역 주민 누구나 민간개발을 원하고는 있지만 70년 넘게 재개발 자체를 못하게 서울시가 묶어뒀던 지역이라 손해 보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공공개발이라도 진행해달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만일 공공재개발로 선택되더라도 시공은 주민들이 민간건설사를 선택하는 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이것이 실천이 안 되면 우리 요구를 관철시킬 때까지 공공재개발을 막을 것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공주도 개발의 현실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개발에 대한 정부의 강행의사는 보이나 주민들의 반대로 주춤한 상황이다”며 “정부가 내놓은 2‧4 부동산 대책 역시 추진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공공재개발 대책들은 시기적으로 보궐선거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바꾸는 일이 그리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고 공공재개발 가능성 또한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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