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예술가든,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이든 해보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면서 멋있다고 느끼기만 하는 것보다 그것을 직접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기만 하는 것과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니까요. 공중퍼포먼스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장비도 만져보고, 퍼포먼스 기술도 몸으로 익혀 보는 등 새로운 경험을 해보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줄 거에요.”
누구나 한번쯤은 창공을 자유롭게 누비는 상상을 해 봤을 것이다. 공중은 예로부터 인간에게 항상 선망의 대상이 돼 왔으며 오늘날에도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그 공간에 겁없이 맨몸으로 도전한 이들이 있다. 그저 평면적인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그 어디보다 가능성이 열려있는 공간인 공중에서 예술을 탐구하는 공중 퍼포먼스 단체, ‘프로젝트 날다’의 멤버인 김경록 대표(45), 심주영 안무가(36), 김소희 기술팀장(31)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국내 최초의 공중 퍼포먼스 단체, ‘프로젝트 날다’
2010년에 창립된 ‘프로젝트 날다’는 국내 최초의 공중 퍼포먼스 단체로, 하네스를 매고 절벽 위를 뛰고 걷는 버티컬 댄스, 애크러배틱(acrobatic)한 움직임으로 보조 장비 없이 곡예를 펼치는 서커스, 크레인이나 애드벌룬 같은 대형 장비를 이용한 공중 공연 등 공중에서 여러 콘텐츠를 활용한 융합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전국 각지 예술 축제에 초청돼 공연을 해온 ‘프로젝트 날다’는 2018년 평창 패럴림픽 개막식 공중 예술단체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시 일상으로’ 비대면 공중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세계적인 팝 가수들의 무대에 공중 퍼포머가 함께 서는 등 비교적 대중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프로젝트 날다’를 창단한 김경록 대표가 공중 퍼포먼스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2008년 춘천마임축제에서 프랑스 공연팀 ‘9.81’의 공중 퍼포먼스 공연을 보면서였다.
“저는 당시 경계없는 예술센터 소속이었는데요. 2008년 춘천마임축제에서 프랑스 공연팀의 공중퍼포먼스 공연을 처음 보고 한눈에 매료됐어요. 공중 퍼포먼스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그 길로 공연팀을 초청했고,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 날다’의 스승격인 프랑스의 공중퍼포먼스 단체 ‘르투라몽’을 소개받을 수 있었어요. 르투라몽에서 배운 기초적인 공중 퍼포먼스 기술이 ‘프로젝트 날다’의 창단에 도움이 됐죠.”
‘프로젝트 날다’는 김 대표가 공중 퍼포먼스를 하기로 마음먹은 뒤 공중 퍼포먼스에 관심이 있던 주변의 연극인 및 무용가들과 함께 창단했다. 당시 연극을 전공하고 있던 김소희 기술팀장이 공중 퍼포머로써 ‘프로젝트 날다’의 멤버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활동하게 된 것도 김 대표의 권유로 우연히 시작한 공중 퍼포먼스가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체질에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프로젝트 날다’의 전체 단원은 평균 20명 정도로, 무용 및 연극 분야의 창작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으며 매년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협업 아티스트를 뽑는다. 김 팀장에 따르면 매년 평균 15명에서 20명 사이의 인원이 워크숍에 참가하며, 그 중 5명 정도가 ‘프로젝트 날다’ 팀에 합류하게 된다.
“아무래도 그라운드에서 하는 게 아니라 공중에 매달리거나, 벽을 건너다니는 등 평소에는 하지 않는 동작들에 익숙해지려면 요령과 적응 시간이 필요해요. 또 안전을 장비에 의존하는 공연이다 보니 장비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필요하고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워크숍을 통해서 함께 공중 퍼포먼스를 할 수 있을지 아닐지를 가늠해보는 것이죠.”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공중에서 이뤄지는 퍼포먼스이기에 공중 퍼포먼스 공연은 위험성이 높다. 김소희 기술팀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말하면서 실제 공연할 때뿐만 아니라 공연 연습을 할 때도 모든 장비를 면밀히 체크하고 작은 흠집 하나에도 민감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습 중에 벽에 무릎을 부딪혀서 찰과상을 입거나, 단원 스스로의 실수로 잘못 발을 디뎌서 발목이 삐긋하는 정도의 가벼운 부상 외에 장비 문제로 생기는 큰 사고는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어요. 연습 때는 혹시 모를 낙상 사고를 대비해 바닥에 매트를 깔아두기도 해요. 그만큼 안전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요.”
특수한 공연인만큼 연습 공간을 선택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프로젝트 날다’는 본래 문래예술공단에서 몸에 장비를 연결하고 벽을 타는 버티컬 댄스를 연습했다. 건물이 밀집한 도심지에서는 연습이 어려운 크레인 공연 및 대형 기구 공연은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심주영 안무가는 말했다.
“처음에는 크레인을 이용한 공연을 포함한 대부분의 문래예술공단에서 했어요. 버티컬 댄스의 경우 면적보다는 높이가 중요하다 보니 괜찮았는데 크레인과 대형기구를 이용하기가 힘들었죠. 그래서 지금은 김포에 있는 창고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파주에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새로 만들고 있고요. 그곳에서 연습도 하고 공중 퍼포먼스 대중화를 위한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다양한 경험, 도전정신, 신선함, 재미가 공중퍼포먼스의 매력”
지역 행사 일정과 예술 지원사업 등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만큼 수익이 불안정하고 늘 안전상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단점에도 멤버들은 각자 공중퍼포먼스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심주영 안무가는 공중 퍼포먼스의 가장 큰 매력으로 색다른 경험과 도전정신을 꼽았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최초라는 타이틀이나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한 분야라 마음이 끌렸어요. 이런 예술을 접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쉽지 않잖아요. 또 순간순간 도전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저는 원래 고소공포증이 있었던 사람이라서 장비를 매고 벽을 타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려웠어요. 하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번 도전하고 연습했더니 지금은 공포증을 어느 정도 극복하기도 했고요. 공포에 대한 도전뿐만 아니라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예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정말 마음이 설레는 일이에요.”
“날다의 공연은 모두 야외에서 이뤄져요. 그러다 보니 같은 작품도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고, 또 그에 맞춰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해요. 일전에 포천아트밸리의 암벽에서 버티컬 댄스를 공연한 적이 있었어요. 그동안은 항상 건물 외벽에서만 공연하다가 진짜 자연에서 하듯 암벽에서 공연을 하니까 자연의 일부가 된 기분도 들고 그 에너지를 제가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제게는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공연 중 하나죠.”
김소희 팀장은 ‘프로젝트 날다’에서 하는 활동만큼 재밌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때 팀을 떠났던 사연을 꺼내기도 했다.
“날다에서 하는 일만큼 재밌는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는 걸 못 견디게 지겨워하는 저로써는 매번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날다의 일이 너무 잘 맞아요.”
“예전에 한 번 날다를 떠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당시 날다가 서커스를 막 시작한 참이었는데 저는 서커스를 하기가 너무 싫었거든요. 제가 서커스를 하러 들어온 것도 아닌데 서커스를 하려니 심적으로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날다를 떠났는데 결국 날다에서 느꼈던 즐거운 성취감을 찾아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날다의 공연이 모든 면에서 참신하다는 것도 저를 다시 불러들인 데 한 몫을 했어요. 아직 제가 공중 퍼포머로 데뷔하기 전, 스태프로 일하고 있을 당시에 날다가 공연을 하는데 관람객들이 목이 아픈지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봤어요. 앉아 있지 않고 누워 있는 관람객이라니 정말 신선하고 흥미로웠지요. 날다의 퍼포먼스는 작품뿐 아니라 관람 방식을 포함한 장르 자체에서부터 신선함을 가져올 수 있었던 거죠.”
‘프로젝트 날다’는 매년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곡예 공연뿐 아니라 물품을 이용한 전시, 지역 초청행사 등을 포함하면 매해 평균 18회에서 20회에 가까운 공연을 한다. 김경록 대표는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 주류인 만큼 봄, 여름, 가을에 대부분의 공연이 몰려있고 겨울에는 주로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다음해 예술 지원사업을 신청하는 등 서류 업무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저희가 파주에 스튜디오를 지금 만들고 있는데요. 그곳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공중퍼포먼스의 대중화를 위한 수업을 진행하려고 해요. 얼마 전에 모집 정원 40명의 접수가 끝났어요. 유료 수업을 통해 어느 정도 단체의 재정적 안정성을 보완해 보려고 해요. 처음 한 달 정도의 무료 체험 과정을 제공한 후에 약 1년에 걸쳐 기초적인 기술과 응용 방법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작품 창작 및 연출 부분까지도 강의할 예정이에요. 공중 퍼포먼스의 대중화를 노리면서도 강의료로 수업을 진행하는 단원들에게 조금 더 안정적인 수익을 챙겨주고 단체의 운영에도 안정성을 더하려는 취지죠.”
끝으로 김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대중적 교육사업을 활성화시키고 날다 스튜디오의 완성과 단원들의 복지향상에 좀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출자를 영입해 더욱 다양하고 큰 규모의 작품을 만들어 해외공연을 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일전에 날다의 스파이더스 공연을 보고 이탈리아에서 저희를 초청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사정이 있어서 못 간 아쉬움이 남아 있어요. 해외 공연을 하면 단원들의 프라이드 상승에도 도움이 되니까 이제는 그런 큰 목표를 갖고 언젠가 그 꿈을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죠.”
[박정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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