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박정은 기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그들의 삶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삶이 장점으로 부각되지만 단점은 그보다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과 신체의 건강관리 측면에선 두 명 이상이 사는 가구와 비교해 상당히 미흡한 측면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덜 건강한 1인 가구… 외롭고 못 먹고 병원비 더 들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김연우 씨(가명)는 인터뷰에 앞서 최근 언론 매체에 노출되는 1인 가구의 삶은 대체로 긍정적인 면만 부각된다고 꼬집었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치열한 사회생활을 견디며 ‘우아한 삶’을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지적하며 되는 대로 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혼자 살 때 집에 들어갈 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인사하며 들어간 적이 있다”며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 우울한 일이 있으면 누군가와 대화를 하지 못해 우울감을 더욱 오래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보니 건강도 좋지 않았다”며 “특히 30대가 되면서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인 가구의 연간 의료비는 88만4000원으로 18세 이상 인구의 연간 의료비가 64만원인 것에 비해 약 1.4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1인 가구와 18세 이상 인구의 연간 의료비 격차는 2015년(18만2000원), 2016년(24만3000원), 2017년(24만4000원) 등 매년 커지고 있다.
30대 남성 강희선 씨는 “밥을 챙겨 먹는 빈도가 다른 사람에 비해 많다고 생각하지만 차려 먹기는 쉽지 않다”며 “주변에서도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식품을 사먹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없어 눈치 볼 사람이 없다 보니 혼술도 자주 한다”며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 가구 중 주 1회 이상 간편식(즉석섭취식품)을 구입하는 비중은 47.7%로 전체 가구(40.7%)보다 7%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는 정신건강 관리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루이 쟈콥 프랑스 베르사이유 생퀑탕엉이블린대 의대 박사후연구원팀은 혼자 사는 사람은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정신장애가 생길 위험이 크며 그 주요 원인이 외로움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공개했다.
이 연구팀은 고령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독거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1993년과 2000년, 2007년 16~64세 영국인 2만5030명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동거자 유무와 함께 진료 당시 기록했던 키와 몸무게, 음주습관이나 약물 사용, 사회 활동 등을 고려했다.
그 결과 이들 중 정신장애를 겪은 사람의 비율은 1993년과 2000년, 2007년에 각각 14.1%, 16.3%, 16.4% 등이었다. 그 중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은 각각 8.8%, 9.8%, 10.7% 등에 달했다. 정신장애 여부와 연령대, 성별은 큰 관련이 없었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정신장애를 겪을 위험은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에 비해 1.39~2.43배 높았다.
30대 여성 진희경 씨(가명)는 “이전에는 괜찮았는데 갈수록 혼자 사는 게 힘들고 마음이 허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남성 이성진 씨는 “다른 건 불편하지 않은데 아플 때가 제일 서럽다”며 “반려견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아플 때면 대신 산책 나가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정신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삶의 전쟁터에서 평생 옆에 두고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전우 ‘가족’
1인 가구와 반대로 기혼가구는 우울 등 정신건강과 신체적 건강 부분에서 1인가구보다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모습을 보였다.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는 박영희 씨(51)는 화목한 가정에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가족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자녀들이 아직 학생이라 자녀들에게 돌봄을 받는 느낌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크게 위로를 받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그는 “가끔 회사에서 괴롭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그 자체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가끔은 공감도 얻으면서 다시 회사에 나갈 힘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생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를 꼽기도 했다. 그는 “지금 내가 자녀들과 이렇게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은 모두 남편이 뒤에서 버팀목이 돼줬기 때문이다”며 “남편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든든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자녀가 있는 지금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럽다”면서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아이들도 되도록 결혼해서 내가 느끼는 행복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은 것은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다”면서 “지금의 행복이 변치 않고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6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권재종(80) 임경희(78) 부부는 서로를 전우와 같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믿고 의지한다는 의미다. 권 씨는 “나는 안사람을 전우의 예로써 위하고, 안사람도 나를 그렇게 위했다”면서 “거친 세상의 풍파 속에서 가진 것 없던 우리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굳건히 버티고 선 서로에게서 안정감을 찾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임 씨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어려운 살림에 아이를 키우면서도 은행 빚을 갚고 집을 마련하려고 허리띠를 졸라매 자금을 모았다. 모두가 함께 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고 설명했다.
권 씨는 “우리가 살면서 크게 싸울 때도 있었지만 어려운 시절을 함께 지나오며 쌓아올린 전우애도 그만큼 견고해졌다”며 “아내는 내 인생의 중심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나를 아내는 꼼꼼히 챙겨줬다”며 “‘이런 아내를 어찌 존경하지 않고 그 앞에 복속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부부의 슬하에서 자란 세 자녀도 모두 좋은 배필을 맞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임 씨는 “아들이 둘이고 딸이 하나인데 딸이 정말 우리에게 잘한다”며 “얼마 전 골다공증으로 병원에 입원할 일이 있었는데 딸이 수발도 들어주고, 몸에 좋은 것들도 챙겨줬다. 사위도 참 정직하고 영민한 사람이다. 사위가 매일 전화해 장인 장모를 끔찍이 챙긴다”고 웃으며 말했다.
권 씨도 “내 아들들은 영원한 나의 버팀목이다”면서 “아들들은 존재만으로도 든든하다. 자녀는 곧 나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나의 존재를 담보해주는 보석이다”고 설명했다.
[박정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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