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과 미·중간의 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경제 전반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드높인 삼성그룹마저 각종 외부악재로 성장 동력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경제계 안팎에선 삼성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리더십 회복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일부 진보 경제단체 및 진보 성향 정치인들의 연이은 ‘삼성 때리기’에서 비롯된 反삼성 분위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국가경제 기여 등 긍정적인 부분은 배제한 채 오로지 부정적 부분만을 들춰내다 보니 삼성그룹 리더십 회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삼성그룹이 외부악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해외 본사 이전을 택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강국 위상 회복 위한 이재용 사면 주장에도 反삼성 부르짖는 정치권
지난달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론에 대해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당시 발언은 반도체강국 위상 하락에 따른 국가경제 타격은 우려되지만 국민적 공감대 없인 재벌 총수의 사면을 선뜻 결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아울러 국민적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를 애둘러 표현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이후에도 정권 주요 인사들은 ‘이재용 사면론’ 만큼은 국민에게 선택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제계나 종교계, 그 다음에 외국인 투자기업들로부터 그런 건의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며 “사면은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국민 정서라든지 공감대 등도 함께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권 주요 인사들이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여론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삼성 때리기’ 발언이 쏟아져 나와 삼성그룹 리더십 위기에 따른 한국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 사면 문제를 두고 국가경제 타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한국경제 타격을 우려해 입장을 선회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서도 날 서 비판을 가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3월 대선 당시 “박근혜·이재용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사면은 절대 불가하다”고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한국경제 위기가 가시화되자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고 국민들의 뜻에 따라서 대통령께서 결정하실 일이다”며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후보일 때 하던 얘기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돼서 하는 얘기와 달라져서는 안 된다”며 “정치인들은 원칙에 맞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재용 사면론’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한편, 찬성 입장으로 점차 기우는 분위기도 철저히 차단했다. 장 의원은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을 위해 이재용 씨가 필요하다는데 이재용 씨가 무슨 요술방망이냐”며 “이재용 씨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라 국정농단에 연루된 경제사범이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재용 씨는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의 주범이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경제사범이다”며 “재계가 마르고 닳도록 얘기하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자다. 특경가법에 따르면 이재용 씨는 사면은커녕 부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밥그릇 외면한 소수의 무분별한 反삼성 여론 조장…“국가경쟁력 갉아먹는 매국 행위”
삼성그룹 리더십 회복을 통한 국가경제 도약을 바로 막는 反삼성 여론 조장은 비단 정치권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금융정의연대·민변·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참여연대·한국노총·한국YMCA전국연맹 등 다수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 사면을 막기 위해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 4월 성명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논의는 사면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사법제도와 경제범죄에 대한 원칙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와 삼성그룹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어 “개인의 사익을 위해 삼성그룹과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정권 실세에게 불법로비를 일삼았던 중범죄자에게 사면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어불성설이다”며 “또한 삼성그룹은 총수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운영되는 구시대적인 조직이 아니므로 이 부회장의 일신과 회사경영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용 사면·가석방 논의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재계는 물론 여론 안팎에서도 삼성그룹 리더십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가운데 몇몇 시민단체가 反삼성·反재벌 여론 확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정치인과 몇몇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反삼성 여론 조장 움직임이 생겨나는 데 대해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깊은 우려의 감정을 표했다. 반도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리더십 회복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소수의 목소리 때문에 국가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상황에 놓였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그룹의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이 18%에 불과했다. 반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이자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TSMC의 점유율은 56%에 달했다. 현재 TSMC는 높은 점유율을 기반삼아 대만·미국에 이어 일본으로까지 반도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연일 삼성 때리기가 지속될 시 차후 한국경제의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다른 해외 선진국들은 정부가 기업을 부추겨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 성장과 혁신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로 가득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삼성그룹이 고꾸라지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귀결되기 때문에 연이은 ‘삼성 때리기’는 반국가적 행위나 다름없다”며 “지금이라도 삼성그룹을 향한 공격을 멈추고 글로벌 여건 등을 고려해 국민 여론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대만의 TSMC보다 삼성전자가 점유율에서 뒤처지고 있는 가운데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의 다툼과 삼성 때리기는 국가경쟁력을 더욱 후퇴시킨다”며 “반도체 사업 같은 경우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국민을 위해 정치적인 이념 논쟁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 원장은 “반도체·배터리 등의 미래먹거리 산업은 한국경제를 이끌어나갈 주춧돌이다”며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룹총수를 사면해 미래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강성좌파와 진보단체들의 연이은 삼성 때리기는 국가 경제는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와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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