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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 어때<3>]-삼성생명

삼성생명 전영묵 금감원·고객 상대 무리수에 타 생보사 불똥

즉시연금 소송 패소 ‘후폭풍’… 무리한 행보로 업계에 부담 지워

충당금 적립·위험손해율 인상 등 실적 악화 우려에 ‘노심초사’

기사입력 2021-08-02 13:57:18

▲ 삼성생명 본사. ⓒ스카이데일리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이 즉시연금보험 관련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여론 안팎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처음 제기된 즉시연금 민원의 당사자로서 ‘총대’를 메고 금융당국의 지급 결정을 앞장서서 거부했다. 하지만 ‘업계 1위’ 맏형의 다소 무리한 행보 탓에 업계에 큰 부담을 지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실적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저효과 영향과 위험손해율 인상, 낮은 코스피 지수 상승률로 인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4300억원으로 추산되는 즉시연금 미지급금이 충당금으로 적립될 경우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재판부, ‘적립액 공제’ 명시·설명 불인정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5부(재판장 이관용)는 즉시연금보험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삼성생명은 원고에게 총 5억9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날 재판은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이 약관에 명시됐는지, 가입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보험계약자인 A씨 등에게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을 명시, 설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삼성생명은 이 사건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을 각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매월 발생하는 공시이율 적용이익에서 이 사건 적립액이 공제된다는 내용은 각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에 관한 내용이며, 이는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면서 “‘약관법’에 따라 사업자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 설계돼 있다는 점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보험의 기본 구조와 원리, 이를 전제로 한 ‘연금계약 적립액’에 대한 정의 규정의 해석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만 도출될 수 있는 내용에 해당한다”며 “이를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할 때 일의적으로 해석·도출되는 내용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국 ‘일괄구제’ 방침 거부… ‘분쟁 조정’만 수용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즉시연금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 전액을 한꺼번에 납입하면 한 달 뒤부터 연금 형식으로 매달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보통 순수종신형, 확정연금형, 상속연금형(종신형·만기형)으로 나눈다. 원고 57명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매월 생존연금을 받고 만기 시 원금 상당액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다.
 
즉시연금 분쟁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가 연금이 줄어들자 최저보증이율에 못 미친다며 제기한 민원에 그해 11월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약관에 따라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하지 않고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듬해 2월 삼성생명은 민원인 1명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금감원은 시범 운영 중이던 일괄구제제도를 통해 모든 생명보험사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통보했다. 당시 금감원이 추산한 즉시연금보험 전체 가입자수는 16만명, 미지급금 규모는 1조원에 달했다. 삼성생명은 가입자 5만5000명에 미지급금 43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한때 일부 수용하겠다던 삼성생명은 돌연 ‘배임 소지가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신한생명(현 신한라이프), DB생명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사도 금감원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이 대대적으로 즉시연금 가입자를 모아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사실상 공동소송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현재 총 7개 생명보험사가 즉시연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NH농협생명을 제외한 4개 보험사가 1심에서 패소했다. 미래에셋·동양·교보생명은 항소해 2심으로 넘어갔고, 삼성생명은 항소를 검토 중이다. 한화생명과 KB생명은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약관에 연금액 차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NH농협생명만 지난해 9월 승소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해” vs “공제가 합리적 해석”
 
▲ 삼성생명 즉시연금보험 약관(위)과 산출방법서. 본지가 해당 내용 강조 표시.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보험업계에서는 NH농협생명을 제외하면 생명보험사들의 약관이 삼성생명 약관과 거의 같다고 평가한다. 농협생명 즉시연금은 약관에 “가입 후 10년간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10년 경과시점의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아지게 하는 재원을 ‘차감’하고 계산한 금액의 연금월액이 됨”이라고 명시했다.
 
반면 삼성생명 약관은 “…연금지급개시시의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해당일에 지급”으로 기재했다. 농협생명과 달리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차감)한다’는 내용은 없다. 대신 각주로 “연금계약 적립액은 이 보험의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안내하고, 산출방법서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하고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수식’을 넣었다.
 
이를 근거로 삼성생명은 약관(각주)과 산출방법서에 걸쳐 공제에 관해 명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출방법서는 보험사 내부 문서로 보험가입 시 제공되지 않는다. 삼성생명은 산출방법서 미교부를 인정하면서도 상품 판매 전 약관, 산출방법서 등의 기초자료를 보험개발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인받았다고 강조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연금월액 산정에 관해 약관의 내용·목적·취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보험계약상 연금월액 지급에 있어 적립액의 공제는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도 1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험가입자 측 대리인 김형주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최종 결론을 봐야 되겠지만 1심 판결만 두고서도 보험사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홍 금소연 보험국장은 “다른 보험사 공동소송에서도 승소를 기대하며 지금이라도 자발적으로 미지급금을 돌려주기 바란다”며 “소수 소송참여자만 배상하거나 소멸시효까지 시간을 끌지 못하도록 하루빨리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멸시효와 관련해 삼성생명은 이미 최종적으로 패소할 경우 2023년 11월 소멸시효를 지나더라도 소송 미참여 가입자를 포함해 미지급금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삼성생명이 당장 항소를 포기하고 스스로 미지급급을 돌려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삼성생명은 아직 이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놓지 않아 향후 적잖은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조2660억원(별도기준)의 순이익을 올려 상장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임기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학형 기자 / sky_hhkim , hh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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