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엔씨) 대표의 리니지 성공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지나친 과금 유도와 사행성 논란 등 숱한 비판 속에서도 게임을 출시하기만 하면 ‘흥행불패’를 이어왔던 엔씨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어서다. 올해에만 벌써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소울2(블소) 등 2개의 신작을 출시했지만 엄청난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신작 부진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그 중심엔 소비자를 기만한 과도한 돈벌이 논란이 자리잡고 있다.
엔씨가 신작 출시 전부터 리니지의 과금 체계와는 다를 거라고 밝힌 것과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껍데기만 다른 리니지’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이름만 다를 뿐 리니지와 유사한 과금 모델을 또 다시 내놓으면서 엔씨가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러한 불만은 블소2의 흥행부진으로 이어져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5일까지만 해도 83만7000원이었던 엔씨의 주가는 26일 블소2가 출시한 날 15.29%가 하락한 70만9000원에 장마감했다. 27일에도 7% 이상 빠졌다. 30일 정오 기준 엔씨의 주가는 63만9000원에 거래됐다. 3거래일 동안 무려 23%가 넘게 떨어지면서 시가총액만 4조원 이상 증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엔씨가 하반기 내놓을 예정인 리니지W 등 신작들에 대한 흥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니지 과금 모델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엔씨를 향한 소비자들의 외면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엔씨의 과금 모델에 대한 비판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엔씨는 연초부터 지나친 상술로 이용자를 기만한다는 비판을 받고 불매운동에 휩싸인 바 있다.
그렇다고 엔씨가 리니지 시리즈 특유의 과금 모델을 뜯어고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지난해 엔씨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지만, 수익 대부분을 국내에서 유료 아이템 판매로 벌어들였다. ‘3N’으로 대표되는 국내 대형 게임사 중 엔씨는 유독 해외에선 기를 쓰지 못한 채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다.
현재 엔씨는 해외시장에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대만, 베트남, 캐나다 등에 진출했지만 지난해 해외에선 45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그나마 대만과 일본에서 70억과 3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을 뿐이다. 사실상 엔씨는 국내에서만 리니지 유저를 상대로 조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넷마블과 넥슨이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과반을 넘거나 과반에 조금 못미치는 상황과 대비된다. 김 대표의 리니지 성공신화가 결국 지나친 과금 유도로 국내 소비자만을 쥐어짜낸 결과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안방호랑이라는 오명에도 김 대표는 그간 리니지의 과금 모델을 기반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인터넷·게임업계 ‘연봉킹’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그가 챙긴 연봉은 무려 184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2분기 엔씨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6%, 40%나 급감했지만 올해에도 김 대표가 연봉킹 자리를 차지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엔씨의 실적 부진에도 김 대표는 상반기에만 무려 94억원을 수령했다.
김 대표가 엔씨로부터 챙기는 연봉 수준은 회사 창업주임을 감안해도 과도한 수준이다. 비슷한 매출 규모를 가진 넷마블에선 창업주인 방준혁 의장이 올해 상반기 보수로 7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연봉 최고액을 경신했음에도 24억원에 그쳤다. 24억원이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184억원을 수령한 김 대표의 연봉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결국 김 대표가 엔씨를 향한 소비자 불신을 불식시키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날개를 펼치기 위해선 과금 모델의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지나친 과금 유도 정책은 당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진 몰라도 장기적으로 엔씨는 물론 국내 게임산업을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김 대표가 ‘마지막 리니지’라며 리니지W를 공개하자 오히려 ‘사골 리니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만큼 김 대표의 엔씨를 향한 소비자 불신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나친 과금 유도를 막을 수 있는 수익 모델 다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내 게임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이 잘못된 성공 모델을 쫓지 않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얘기다.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엔씨의 지나친 과금 유도식 수익 모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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