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핵시설을 2년 6개월 만에 재가동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던 북한의 이른 행동이라 보기에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영변의 플루토늄 원자로 가동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초부터 영변 원자로에서 냉각수 방출 등 여러 징후가 포착된 것이다.
영변 원자로는 2018년 12월부터 가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달 초 이후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실험실을 이용하고 있는 징후도 포착됐다. IAEA는 냉각수 배출과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분명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전형적인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이라 볼 수 있다. 앞에서는 평화를 말하고 속으로는 전쟁을 준비하는 그들의 전략에 우리는 또다시 속았다. 북한은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것 마냥 한미연합훈련을 ‘북침전쟁준비’를 위한 ‘전주곡’이라며 “평화를 해치려는 침략전쟁의 도화선에 기필코 불을 지피려는 호전광들”이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가 나오기 바쁘게 정부여당은 분주했다. 통일부는 연합훈련 실시를 만류하는 등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고, 범여권 국회의원 74명은 김여정의 하명을 받은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행동하며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총책이라 볼 수 있는 김여정의 요구에 정부여당의 발 빠른 아부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74명의 국회의원들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조치로서 한미군사훈련의 연기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며 한미연합훈련 연기의 필요성은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전환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가를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또다시 증명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영변 원자로를 돌렸다. 우리의 머리 위에서 국민을 죽이려는 핵물질이 만들어짐에도 북한을 비호하고 나선 정부여당의 태도에 죽비라도 들고 싶을 지경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바로 이러하다.
근시안적 관점만으로 대북문제에 접근하는 현 정부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리도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 없는지 안타까울 지경이다. 이들을 보는 국민 대다수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이 정부엔 이리도 대북전문가가 없는가. 북한에 대한 전략 자체가 존재는 하고 있는가. 남북관계 개선이 맹목적인 복종으로 풀린다고 믿고 있는가.
북한에 또 다시 조리돌림 당한 여당 국회의원들은 그러고도 창피한 줄을 모를 것이다. 아니면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 사실을 알면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주장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의원들이라면 충분히 이런 예측이 가능하다. 국민만 모르고 그들은 이미 북한과 ‘짜고 치는 고스톱’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난하면 그를 교체하고,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면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되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면 여당 국회의원 74명씩이나 나와 북한을 비호하는 모습이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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