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나마 주변 환경에 적응이 빠른 이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층에 비해 기회가 적은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까스로 찾은 돌파구에도 100% 만족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현실을 이겨내는 그들의 도전 정신은 주변에 귀감이 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새로운 취미·온라인 플랫폼 통해 스트레스 해소
개개인의 평범한 일상을 순식간에 앗아간 코로나19는 그간 당연하게 누려온 여가·취미 생활조차 즐길 수 없게 만들었다.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이동진(남·61) 씨 역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피해자 중 한명이다. 이 씨는 충남 소재의 한 자동차 제조업 부품공장에서 여타 직장인들처럼 열심히 일을 하며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
회사 근처에서 혼자 거주하는 이 씨는 주말엔 가족들이 거주하는 본가를 찾는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가족들과 같이 드라이브 또는 등산을 하거나 친구와 어울려 술을 마시며 일상이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곤 했다. 그러나 영업제한과 사적만남 규제 등의 조치가 내려지면서 일상의 행복을 잃었다.
아내와 종종 시간이 되면 차로 3시간 넘게 걸리는 전라남도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곤 했지만 거리두기가 강화된 이후론 엄두도 못내고 있다. 바닷가를 구경하고 맛있는 해산물도 즐겨 먹곤 했지만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그 마저도 못하고 있다.
씁쓸한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그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두 달여 전부터 한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통기타를 구입했다. 책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해가며 독학을 통해 통기타를 배우고 있다. 이젠 이 씨에게 있어 통기타는 유일한 낙이자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매김했다.
이 씨는 “평소라면 가족들과 같이 인근 산에서 등산을 가거나 가까운 지역에 드라이브를 즐기곤 했었다”며 “그러나 지난해부터 코로나19라는 감염병 확산으로 모든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답답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무엇을 취미생활로 해볼까 고민하다가 기타를 혼자 독학해보자고 다짐했다”며 “평소에 음악을 듣고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제법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하나하나씩 음계를 익혀나가고 서서히 배워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취미를 접한 후 이 씨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꼭두새벽부터 기상해 30분 가량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이른 아침식사를 한다. 그러고 나서 안방으로 들어가 매일 2~3시간씩 기타를 치며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긴다. 이 씨는 “기타세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서툰 단계지만 조만간 악보 없이 노하우를 차츰 쌓아나가 고급자와의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주부 정은주(62) 씨는 코로나19 이전엔 주말을 이용해 쇼핑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다. 한 달에 한번 수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딸이 내려올 땐 같이 가서 쇼핑도 하고 외식을 하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이 마저도 어렵게 됐다. 대신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았다. 바로 중고거래였다.
정 씨는 “딸이 집에서 갑갑해 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겼는지 1년 전 쯤 중고거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인 ‘당근마켓’을 소개해줬다”며 “처음엔 그게 뭔지 전혀 몰랐지만 이런 저런 사용방법을 알려줬고 필요한 물품이나 의류들을 하나하나씩 사보니 점점 중독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집콕 시간이 늘어났고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면서 불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해 팔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바깥생활 제약 때문에 힘들었지만 온라인 플랫폼 발전으로 쇼핑 같은 걸 할 수 있어 스트레스가 일부 해소됐다”고 부연했다.
반강제이지만 그래도 뿌듯…코로나 생계 위기에 새로운 돈벌이 찾아 나선 가장들
코로나19는 생계 유지수단까지 앗아갔다. 우리 사회의 풀뿌리 경제를 담당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피해는 특히 심각했다.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연장조치로 매출 절벽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자영업자 500명 대상으로 ‘자영업자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4명(39.4%)은 현재 폐업을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을 고려중인 자영업자들 중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3개월 이내 폐업을 예상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33.0%에 달했다. 폐업 고려 이유로는 매출 감소가 4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강권석(가명·57)씨의 경우엔 2019년 8월 중순 오픈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뒤 코로나19가 덮치는 바람에 문을 닫았다. 물론 지난해 몇 번 문을 열기도 했으나 올해는 한 번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는 반강제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나서야 했다.
강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수단이 원천 차단됐는데 자식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인테리어 사업을 벌이는 주변 지인 덕에 새로운 일을 배우게 됐고 소액이지만 수입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종점을 알 수 없는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의 생계 절벽에 놓인 점에 대해 강 씨와 뜻을 공감했다.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선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 본격화와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거리두기 조치로 영업이 단축·제한된 자영업자 대다수가 배달 라이더·퀵서비스·대리운전기사 아르바이트같은 최후의 보루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보통 월세나 공과금 등 고정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투잡을 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생활 상태가 어려운 실정이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두터운 손실보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영업자의 영업 정상 궤도 복귀를 위해 내달 중으로 예정된 ‘위드코로나’ 전환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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