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가까운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사실상 비대면이 강제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타인과의 관계 맺기는 무척 번거로워졌고 일상의 대부분은 자택 등 개인적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모임 인원의 통제와 영업시간의 제한은 밤거리를 비추던 네온사인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다수 사업장이 문을 닫았고 적지 않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거나 얇아진 월급봉투를 받아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주저앉을 수 없던 우리는 각자 방식대로 ‘탈출구’를 찾아 나섰고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내일을 바라보게 됐다. 만남의 장소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지친 이들은 스스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았다. 다수 사업장이 문을 닫았지만 코로나19를 통해 기회를 잡은 이들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코로나가 바꾼 일상’을 선정하고 각 세대별 코로나 시대 생활양식과 시민들의 반응 등을 취재해 세 편에 나눠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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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로 대변되는 10·20대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였다. 대면만남 자체가 금기시 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연애부터 친목, 교류 등에서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 데이트 장소는 실내 또는 차량을 선택했고 좁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놀이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영상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모여 각자의 집에서 서로 소통하며 술을 즐기는 ‘랜선 술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일종의 숙박 멀티플렉스 같은 느낌…친구랑 와도 좋아”
서울 광진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이정민(24·가명)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말마다 3년 사귄 애인과 모텔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단순히 숙박 목적으로 가는 건 아니다. 둘만의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애인과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매일 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모텔은 이들에게 바이러스 감염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었다.
이 씨는 “거리두기 지침을 지켜 둘이서 식당에 방문해도 2명씩 방문한 수십명이 한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보니 마음이 편치않다”며 “그런 면에서 숙박업소에서 데이트를 하면 불특정 다수와 만날 확률이 현저히 줄어 안전한 느낌이 들고 폭염이나 한파에도 고생할 일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텔은 최근 연인들이 자주 찾는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혼남녀의 주된 데이트 장소는 호텔·자취방이 4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차 안(21.6%), 공원·유적지·산(19.8%) 등의 순이었다. 전통적인 커플 데이트장소로 꼽혔던 쇼핑몰과 영화관은 각각 1.2%와 0.8%에 불과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젊은 연인들의 인기 데이트 장소인 모텔이 어떤 곳인지 확인하고자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숙박업소를 방문했다. 입구는 여느 모텔과 비슷했지만 객실 안으로 들어가니 기존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넓은 공간에 커플용PC 2대와 노래방 기기, 오락기, 안마의자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백화점에 있는 복합 상영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TV엔 넷플릭스 같은 OTT(Over-The-Top) 서비스가 보통 기본 옵션으로 설치 돼 있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PC 역시 고사양이라 온라인게임을 좋아하는 연인에겐 이 보다 좋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직장인 커플이라면 일주일 1~2번 보는 경우가 많아 이런 곳에서 데이트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배달 앱을 통해 끼니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서울 시내 모텔에선 파스타나 스테이크처럼 고전적인 데이트 음식부터 멕시코, 베트남, 인도 음식처럼 이색적인 요리까지 손쉽게 시켜먹을 수 있었다. 카페에 온 것처럼 갓 내린 커피와 디저트를 시켜먹는 것도 문제없었다. 거리두기 지침에 구애받지 않고 22시 이후에도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보였다.
이 씨는 “예전에는 모텔이라고 하면 성관계를 하기 위해, 혹은 값싸게 숙박하기 위해서 찾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새는 많이 바뀌었다. 일종의 숙박 멀티플렉스 같은 느낌이라 친구랑 와도 좋을 것 같다”며 “숙박업소는 회전율도 낮고 소독도 철저히 해 노래방에서 오락실, 피시방 등으로 옮겨 다니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휴대용 소독 티슈 정도 챙기면 안심되니까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데이트 문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추억의 자동차극장…코로나 시대 데이트 장소로 부활
차내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와 영화를 관람하는 자동차극장에도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직장인 김성진(28·가명) 씨는 주말마다 자가용을 끌고 애인을 태운 뒤 데이트를 시작한다.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음식을 구입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자연풍경을 바라보며 식사한다. 해가 질 때쯤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사 자동차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한다. 하루 종일 직접 접촉한 사람은 오로지 둘 뿐이다.
김 씨는 “코로나 시대에 영화관은 다소 부담스럽다. 떨어진 거리가 1미터(m)도 안 되는데 칸막이도 없고 수십 명이 영화가 끝나자마자 우르르 모여 나가지 않냐”면서 “자동차극장은 오고 가는 길을 통틀어서 내가 만남을 계획하지 않은 타인과는 철저히 분리된다는 점이 가장 좋다. 영화관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연인과 함께할 수 있어서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요새 영화관에서는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지만 자동차극장에서는 팝콘뿐만 아니라 원하는 음식을 무엇이든 먹으면서 관람할 수 있고 애인과 한 자리를 건너 앉을 필요 없이 옆자리에 앉아 작품을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 좋다”며 “자동차극장이 빛 공해가 적은 수도권 외곽에 있다 보니 한적하게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드라이브 스루, 자동차극장 등으로 이어지는 데이트코스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경기도 포천이었다. 우선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맥도날드·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했다. 드라이브 스루 주문 방법은 간단했다. 안내된 길을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 스루로 진입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앞에 차가 없어도 속도를 내선 안 된다. 진입하고 나선 주문기기에 바짝 다가가 음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된다. 그 다음 조금 더 앞으로 가 계산대에서 결제하고 음식을 받으면 끝이다. 그 과정에서 타인과의 직접 접촉은 없었다.
구매한 음식을 들고 자동차극장으로 향했다. 극장은 포천에서도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영화 상영은 오후 8시20분이었지만 1시간 전 미리 도착해 표를 구매했다. 표는 선착순으로 현장에서 구매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되도록 일찍 도착해야 했다. 8시쯤 돼자 많은 차량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대부분 20·30대 커플들로 보였다.
자동차극자 이용방법은 간단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한 뒤 안내요원의 안내에 따라 주차하고 전조등·미등을 끄면 된다. 그 다음 입장권에 표기된 라디오 주파수(FM 107.1mhz)를 맞추고 영화를 기다리면 된다. 영화관과 비교해 화질·음질 등이 부족했지만 둘만의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으면서 볼 수 있는 게 장점이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는 타 세대에 비해 야외활동을 좋아하고 운동량도 많아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코로나 시국엔 그럴 수 없어서 자동차극장·드라이빙스루를 자주 이용하는 것 같다”며 “감염병 사태를 감안한 일종의 타협점이다. 야외활동이면서 다른 사람과 접촉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이상적인 데이트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는 만남을 즐기는 나이”…놀이문화로 정착로 정착한 ‘랜선 모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대학생들 사이에선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술자리를 갖는 일명 ‘랜선 술자리’가 놀이문화가 각광받고 있다. 랜선 술자리는 음식점 등 오프라인이 아닌 각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음주 문화를 의미한다. 언택트 수업으로 줌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은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모일 수 없게 되자 ‘랜선 술자리’라는 대안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생 최성환(20)씨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학교 강의뿐만 아니라 새내기 새로 배움터, 예비대학, 학생회 사업, 뒤풀이 등의 행사도 줌을 통해 진행했다”며 “(대학 생활) 첫 만남부터 ‘랜선 만남’이었기에 그 이후의 만남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일을 다른 세대보다 덜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펜데믹이 장기화되면 많은 친구들이 기숙사나 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대신 자신의 고향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한 번에 모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에서 술자리를 가지면 멀리 있는 친구들과도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고 거리두기 지침에 저촉되거나 방역에 해가 될 우려도 없다는 사실이 좋다”고 덧붙였다.
'랜선 술자리‘ 방법은 간단하다. 화상회의 하듯이 줌을 설치하고 로그인하고 방을 만든 뒤 링크를 채팅방에 전달하면 된다. 해당 링크를 타고 친구들이 방에 들어오면 ‘랜선 술자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실제 술집에서 여러 명과 만나는 것보다는 재미는 덜 하지만 3명 이상 만날 수 없는 시국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임 교수는 “젊은 층들은 지금 사람을 만나야 하는 시기다. 보통 발달과제라고 이야기하는데 에릭슨의 ‘발달단계이론’에서 보면 20대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일은 친근감을 만드는 것이다”며 “친근감을 형성하고 또래관계를 만드는 게 젊은 시기에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이라서 코로나 시국에 어쩔 수 없이 줌을 이용해서라도 친구들과 만남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일종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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