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중들에게 투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관심 있는 분야에 직접 투자해 수익금뿐만 아니라 심리적 만족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재테크다. 과거에는 미술 등 예술품으로 투자 대상이 한정됐지만 최근엔 영화, 드라마, 공연, 전시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K-콘텐츠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문화 콘텐츠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서 콘텐츠 자체에 직접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이 각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콘텐츠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투자금을 잃을 수 있으므로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읽으며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징어게임’ 등 한류 콘텐츠 직간접 투자 관심 ↑
최근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주식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관련주로 분류되는 버킷스튜디오의 주가는 작품 공개일(9월 17일)에 2765원이었으나 3번의 상한가를 거쳐 이달 1일 6020원까지 치솟았다. 45일 만에 117.7%나 오른 것이다. ‘오징어 게임’ 제작사인 싸이런픽처스에 투자했던 쇼박스의 주가도 같은 기간 4100원에서 6880원으로 67.8%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테마주와 같은 간접투자가 아닌 콘텐츠 자체에 직접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도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용어로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자금모집 및 보상방식에 따라 △증권형 △후원·기부형 △대출형 등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증권형은 수익을 목적으로 주식·채권 등을 사들이는 투자 기법이다.
올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다소 부진한 상태다.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발행금액은 1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3억원) 대비 51.9% 줄었다. 그러나 콘텐츠 분야만큼은 달랐다. ‘예술·스포츠 관련 서비스업’의 발행은 같은 기간 19억원에서 32억원으로 68.4% 늘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투자방법은 간단하다. 중개업자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하고 투자한도를 조회한 뒤 투자를 진행하면 된다. 이때 청약내용, 투자자 위험고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 최종 청약을 신청하고 청약증거금을 이체하면 끝이다. 일반투자자의 경우 투자한도는 1개 당 500만원, 연간으로는 1000만원이다.
김한슬 영진위 산업정책연구팀 연구원은 “크라우드펀딩은 그 자체로 ‘대중’의 관심이 있어야 하는 만큼 바이럴 마케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특히 증권형일 경우 대중 스스로 투자에 참여하기 때문에 영화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상당수 상업영화 프로젝트는 홍보 수단의 하나로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K콘텐츠 크라우드펀딩, 2030세대 70.4%… 70~130만원 투자
문화콘텐츠에 투자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펀더풀(funderful)이 있다. 펀더풀은 한국 영화, 드라마, 전시, 애니메이션, 웹툰 등 콘텐츠에 투자하는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체다. 이들은 전문투자사에 한해서만 투자할 수 있던 콘텐츠 영역을 일반인에게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투자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수익 실현 기간은 평균 12개월 이내로 짧다. 1개 프로젝트에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5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투자한 콘텐츠 투자 상품이 제시된 손익분기점 이상 매출 실적을 달성하면 수익이 나타나지만 손익분기점 아래일 경우엔 손해가 발생한다. 또한 각 프로젝트마다 모집할 최종 목표액이 있는데 투자 종료시점에 목표액 대비 80% 이상 달성하면 성공, 그렇지 못하면 실패로 투자금은 전액 환불 처리된다.
K-콘텐츠 투자에 있어서는 30대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 전체 연령대 투자자 가운데 30대 비율은 56.2%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 26.5%, 20대 14.2%, 50대 이상 8.5% 순이었다. 이들은 평균 70~160만원 정도의 적은 금액으로 투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40대 162만원 △30대 134만원 △50대 이상 124만원 △20대 77만원 등이다.
기본적으로 펀더풀 투자 상품은 개별 콘텐츠의 매출에 따라 수익이 정산된다. 영화의 경우 극장매출과 극장외매출, 전시는 전시 티켓 매출과 티켓외매출 등이다. 드라마는 보통 시청률로 수익을 결정한다. 앞서 5월 청약을 진행한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의 경우 모집 시작 2주 만에 4억9560만원을 모집하며 관심을 끌었다.
이때 내걸었던 투자 예상 손익 추정표는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시청률이었다. 이에 따르면 시청률에 따른 수익률은 5개월 만기 기준 △5% 미만 (2.5%) △5~10% (5.0%) △10~15% (6.5%) △15% 이상 (8.0%) 등이다. 6월부터 8월까지 방영한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는 최종화인 16회에 시청률 16.6%를 기록하며 8%의 투자 정산을 완료했다.
8월에 개봉한 영화 ‘싱크홀’도 목표금액(2억원)을 초과 달성하며 모집에 성공했다. 최종 관객 수는 219만명으로 손익분기점(약 200만명)을 넘어섰다. 손익분기 매출액에는 극장매출뿐만 아니라 극장외매출(VOD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수익률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은 내년 8월에 투자금을 정산받을 예정이다.
6월부터 시작된 ‘요시고 사진전’ 역시 손익분기점인 관람객 수 8만명을 돌파해 수익이 예상된다. 이 사진전은 다음달 5일까지 열려 아직 한 달 정도 남았다. 관람객에 따른 투자 수익률은 △8만명 이상 0.6% △15만명 이상 46.6% △20만명 79.2% △25만명 110.8% 등이다.
현재 펀더풀은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인 총 제작비 120억원 규모의 영화 ‘데시벨(가제)’의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총 모집액은 1억원으로 3일 기준 6460만원(64%)을 확보한 상태다. 극장매출과 극장외매출의 총합이 총비용(총 제작비·개봉 비용·수수료 등)을 초과할 경우 수익을 거둔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240만명이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는 “MZ세대가 콘텐츠 투자에 관심 있는 이유는 좋아하는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수준을 넘어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고 관객·관람객수와 같은 투자 판단 지표들을 제공함으로써 직관·정서적으로 다가가기 쉽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단 K-콘텐츠 투자 상품은 원금을 보장하지 않으므로 투자 전 반드시 누가 콘텐츠를 만들고 누가 유통하고 수익 정산 구조에 하자가 없는지 등 꼼꼼히 투자 관련 정보들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2030세대는 ‘자본주의키즈’라고 불릴 정도로 투자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레 문화콘텐츠 투자에도 눈을 돌린 것 같다. 아트테크(미술 재테크)처럼 영화, 드라마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문화콘텐츠 특성상 상환까지 오래 걸리고 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하는 돈이 크지 않더라도 위험성과 안정성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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