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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의 스카이&땅

대한민국 집권당 민주당은 왜 ‘멸공(滅共)’에 불편해할까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었네

기사입력 2022-01-18 10:53:25

편집인·주필 
저는 우리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이를 소탕해 나갈 것입니다.” 19901013일 노태우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1년 만에 경찰은 100여 차례의 검문으로 강도와 폭력범 등 60여만명을 검거하고 2600여명을 구속했다. 선량한 국민은 환호했지만 동네 건달과 조직폭력배들은 죽을 지경이었다. 총기와 수갑을 든 공권력을 주먹만으로 상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주먹 이외에도 발·팔꿈치·무릎을 사용하여 공격하는 태국 킥복싱이나 킥복싱·가라테·쿵푸가 결합된 일본의 케이원(K-1)과 프라이드 FC, 미국의 이종종합격투기 UFC 등은 무시무시한 스포츠다. 때론 피가 튀고 뼈가 으스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관객은 누구도 쫄지 않는다. 여성 관객도 많다. 선수들은 링 안에서 상대 선수하고만 싸우기에 링 밖은 응원 열기로 충만할 뿐이다. 관객이 싸움의 당사자가 아닌 스포츠는 이처럼 상대한테는 격렬하지만 관객한테는 오락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장담은 때 아닌 멸공(滅共)’ 부활로 화룡점정을 찍고 있다. 임기 내내 중국과 북한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했던 용공 정권이 멸공을 유행시킨 기가 막힌 재주를 선보였다. ‘문재인 보유국정권답다. 아련한 추억 속에 잠들었던 멸공을 21세기로 소환한 셀럽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그룹은 불매운동을 뜻하는 보이콧과 정반대 움직임인 바이콧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또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흥미로운 일이다.
 
고즈넉한 일요일, 동도 트기 전인 새벽 4시 소련의 괴뢰국이던 북한은 동족을 살상하는 전쟁을 일으켰다. 그날 이후 3년 동안 한반도는 피비린내로 진동했다. 전 주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5383명이 학살당한 비극은 황해도 신천군만이 아니었다. 유교 예법을 따지는 백성들 앞에 나타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앞엔 어르신도 훈장도 아녀자도 어린아이도 없었다. 붉은 완장 찬 머슴 마음에 안 들면 지주·반동이고, 반동은 죽여도 살인이 아니었다. 8·15 광복 직후와 6·25 전쟁 와중의 실상이다. 광란의 시대였다.
 
그때 자연스레 생겨난 용어가 멸공이다. 무고한 동족을 수백만명 살해하면서도 정당성을 주장하는 흉포한 이데올로기는 공산주의였다. 오죽하면 카를 마르크스마저 공산당선언서문에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라고 기술했을까. 자기가 만든 사상을 스스로 유령에 비유했다. 마르크스는 이미 공산주의가 유령처럼 떠돌며 인류를 괴롭힐 것을 예언한 것이다.
 
무고한 생명의 살상을 정당화하는 악마사상 공산주의를 미워하고 제거하자는 게 멸공이다. 막연히 반대만 하는 반공만으론 성이 안 차 멸공을 부르짖었다. 아버지나 삼촌, 형이 공산주의자들에 학살당한 가족에게 멸공은 신앙 같은 가훈이 됐고, 전 국토가 유린당한 나라는 오랫동안 반공이 국시가 됐다. 학도호국단을 비롯한 군사훈련 시 거수 경례 구호는 늘 멸공이었다. 뭐가 문제인가. 동족을 학살한 공산주의자들을 포용하는 용공이 아니라서 문제란 말인가.
 
정 부회장의 난 공산당이 싫어요’ ‘방공방첩’ ‘승공통일’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은 절박함에서 나온 시대적 담론이다. “사업하면서 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는 일을 당해봤냐는 정 부회장의 하소연은 멸공이 생각 없이 그냥 나온 용어가 아님을 입증한다.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는 말엔 통증이 배어있다. 단순한 말이 아니라 깊은 사유와 슬픔, 억울함이 응축돼 있다.
 
멸공 소동으로 하나는 분명해졌다. 북한 주민 인권과 통일대박론을 주창하며 북한 독재체제 해체를 추진하던 대통령을 탄핵하고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옹립한 더불어민주당은 멸공 담론에 매우 불편해한다는 사실이다. 문 정권에서 장관을 역임한 전 국회의원은 멸공에서 멸한 사람이 누구냐. 자기 자신이라고 정 부회장을 향해 비아냥댔고, 원내대표란 자는 일베 놀이’ ‘멸공 놀이라고 비꼬며 극우 보수의 품이라고 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멸공에 불편해하는 자들은 스스로 공산주의자-용공주의자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커밍아웃이다.
 
갑자기 대학생 병영체험 때 배운 멸공의 횃불이란 노래가 읊조려진다.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오늘을 산다/ 포탄의 불바다를 무릅쓰면서고향 땅 부모형제 평화를 위해/ (후렴) 전우여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 1980년대까지 각 마을 창고·정미소 벽에 붉은 글씨로 쓰여 있던 ‘멸공’ 구호. 우리가 내민 화해의 손길을 외면하고 무력 증강에 몰두하는 공산주의 체제 ‘북한’과 대결을 펼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이중 고민을 드러내는 용어이다.  [출처 보배드림]
 

 [조정진 기자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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