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어지러운 시선이 항공업계를 향한다. 기대감의 근거는 코로나19 위기에도 이어진 호(好)실적이다. 화물사업을 기반으로 대한항공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아시아나항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품은 대한항공이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주변의 기대감을 키운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하며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입을 꾀하는 모습이다.
우려는 끝 모르게 이어진 코로나19라는 터널에서 피어난다. 항공업계에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힌 코로나19는 여전히 항공사의 날갯짓을 방해한다. 탈출구라는 화물사업도 LCC에겐 언강생심이다. 대형 항공사의 호실적 배경엔 직원들의 휴업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한숨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크고 작은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주변의 우려를 사는 이유다.
화물로 날아오른 대형항공사 ‘역대급 실적’…LCC는 새 무대 진출 담금질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4.4% 증가한 1조4644억원, 매출은 18.2% 증가한 8조7534억으로 잠정집계됐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은 2010년 영업이익 1조1589억원을 웃도는 사상 최대치다.
아시아나항공도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실적인 영업손실(2764억원)에서 흑자전환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직 지난해 연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이들 대형항공사가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던 배경은 화물사업이 지목된다. 지난해 대한항공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객 매출은 전년 대비 45.9% 감소한 1조839억원, 화물 매출은 57.5% 증가한 6조6948억원 등이었다. 화물 매출이 여객 매출의 6배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대한항공의 여객 매출이 7조7675억원으로 화물 매출 2조5574억원을 크게 웃돌았던 것과 대조된다.
대한항공은 공시를 통해 “코로나19로 여객 매출은 감소했지만 화물기 가동률 제고 및 화물 전용 여객기 운영 등의 대체 전략을 통한 화물사업 호조로 영업이익은 1조4180억원(연결)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아사아나항공 역시 매출 대부분이 화물에서 나왔다. 지난해 3분기만 보더라도 1조360억원의 매출 중 73%를 화물사업이 일으켰다. 여객사업 비중은 국제·국내를 합쳐 17%에 불과했다.
이렇다보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으로 탄생할 메가캐리어를 향한 업계 안팎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두 회사의 결합은 이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최종심사를 앞두고 있다. 최종심사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메가캐리어 탄생과정에서 LCC도 새로운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승인 조건으로 일부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 등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독과점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LCC들은 재분배될 노선을 확보하면서 새 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곳도 적지 않다. 티웨이항공은 조만간 ‘에어버스 A330-300’ 1호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유럽, 미주까지 운항이 가능한 중장거리용 항공기다. 3월 국내선 투입 후 호주시드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등 노선에 투입된다. 이후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등을 운항할 수 있는 중대형기도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제주항공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반납할 단거리 노선 운수권 등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려면 새로운 중대형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제주항공이 운항 중인 보잉 737-800 기종과 도입 예정인 737 맥스 기종 등으론 미주·유럽 취항이 어렵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역시 단거리 운항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그는 지난달 25일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양대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의 통합을 포함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구조개편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긴 호흡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유연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올해 상반기에 B737 화물기를 도입해 화물사업을 강화하고 내년 B737-MAX 기종을 도입해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중단거리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發 피해는 현재진행형…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기대만큼 우려도”
항공업계를 향한 우려의 시선은 기대감 못지않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불러온 코로나19 팬데믹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다.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까지 확산한 데 따라 올해를 기점으로 국제선 여객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은 상당부분 무너진 상태다. 이에 따라 LCC들이 감내해야 할 손실의 규모는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화물사업 여건이 불충분한 LCC들은 이익실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주요 LCC들은 지난해에만 수천억원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LCC 종사자들의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여객사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LCC 직원들 대부분은 휴업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휴업수당이 지급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전보다 수입이 줄었다. 줄어든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거나 아예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휴업수당의 근거가 됐던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다음 달부터 끊길 수 있다는 소식이 업계 종사자들의 한숨을 키운다. 휴업이 3년째에 접어들 경우 원칙적으론 고용유지 지원이 제한된다. 2020년 3월 시작된 항공업계 휴업은 다음달 3년째를 맞이한다. 주변의 우려가 커지며 한국항공협회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공동으로 고용노동부에 항공업계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 연장 요청 및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 확대를 건의하기도 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휴업·휴직 수당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고용유지를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해당 기간엔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 직원들은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 수당을 받아올 수 있었다.
휴업 문제는 LCC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호실적을 거둘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직원들의 휴직이 지목된다. 휴직에 따라 인건비 등 고정비가 절감됐던 것이다. 회사 실적과 별개로 직원 개개인은 크고 작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대한항공만 해도 약 절반가량이 휴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화물사업으로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종료돼도 유급휴직을 이어갈 가능성이 남아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발생가능한 잡음도 주목할 대목이다. 먼저 공정위의 요구대로 운수권과 슬롯 등을 반납할 경우 국제선 운항이 축소돼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기대했던 모습의 메카캐리어가 탄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경쟁당국의 허가가 남아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EU는 엄격한 조건을 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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