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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확인도 안 된 “자진 월북” 발표 의도 소상히 밝혀라

“공개 판결된 정보를 대통령기록물 지정은 위헌”

여권 “월북 공작 사건”으로 규정, 총 공세 조짐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6-19 11:58:46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주임교수
 “내가 네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시편 32 : 8>
 
“지난 정부는 악랄한 정부였다. 이제 진실의 문이 열렸다. 착잡하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기도 하다.” 2년 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당시 47세)씨의 형 이래진 씨가 이 같은 말을 했다. 16일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2020년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자진 월북을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시한 것과 관련한 발언이다.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발생했다. 전날 소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40대 남성 공무원 한 명이 실종되었는데, 이튿날 북한군 단속정이 표류하던 이 남성을 사살한 뒤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워버린 사건이다. 유가족들에게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드리겠다”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일까. 국방부는 공지문을 통해 “실종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 며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 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는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께 혼선을 드렸으며, 보안관계상 많은 사실을 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해경도 이날 해수부 공무원이 당시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사건 발생 1년9개월 만에 문재인 정부 당시의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이 씨의 형 이래진 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며 “현 정부는 약속을 지키고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지난 정부는 정말 악랄한 정부여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재조사 결과가 뒤집히면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유가족 측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관련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기존 소송의 항소는 취하했지만 바로 기록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관장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해 놓은 상태”라며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유족 측은 헌법소원도 제기한 상태다. 김 변호사는 “법원에서 판결을 통해 공개하라고 한 정보까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 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족 측은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지침을 하달 받았다는 전날 국방부의 발표에 근거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권이 문재인 정부 때 벌어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을 “월북 공작 사건”으로 규정하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총공세를 펼치면서 정국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당시 문 정부가 북한에 아주 강력히 항의했고,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이례적인 사과 통지문까지 받은 바 있다” 며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 희생됐고, 항의했으며, 사과를 받았으면 그걸로 마무리 된 사건이 아닌가” 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사건 자료 열람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주장에도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사과를 받았는지 여부가 아니라 문정부가 ‘월북자’로 단정했느냐다. 그리고 그렇게 떳떳하다면 열람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 국방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받은 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북한이 대남통지문을 보내 시신 소각을 부인하자 국방부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당초 발표에서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해야 할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조사를 맡아 사건 발생 7일 만에 ‘자진 월북’이라는 결론을 낸 해양경찰청 간부들은 이 사건 전후 잇따라 승진했다. 해경 안팎에선 ‘이들의 승진이 수사 결과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월북 의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당시 자진 월북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하면서 한 가정이 상처가 크고 불행해진데 대해 문 정부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밝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명확하게 그 이유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이 씨 측 김 변호사는 “공개가 거부될 시 행정소송·정당 원내대표에게 건의, 문재인 전 대통령 고발 등 방법으로 대응할 예정”이라며 “누가 이 사건을 기획한 것인지 끝까지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회에 진실이 밝혀지길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어떤 길은 사람이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니라” <잠언 16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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