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건설·자동차
[이슈진단]-시멘트값 인상 놓고 건설업계 ‘셧다운’ 재현 우려
시멘트-레미콘업계 ‘강대강’ 대치에 골머리 앓는 건설업계
유연탄값 폭등에 9월부터 시멘트업계 줄줄이 가격 인상 중
“또 올려?” 반발하는 레미콘업계, “종국엔 셧다운도 불사”
우려 안고 지켜보는 건설업계 “정부가 중재 나서야”
김재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14 00:07:00
▲ 경기도 소재 한 레미콘 회사의 전경. ⓒ스카이데일리
      
주요 시멘트기업들이 원가 상승, 환율 변동 등을 이유로 9월부터 시멘트 가격을 줄인상하면서 레미콘업계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멘트업계와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맞서는 레미콘업계를 지켜보는 건설업계관계자들은 좌불안석이다. 원자재값 하락 흐름을 타고 하반기 도약을 내심 바라던 상황에서 셧다운(조업 중단)의 악몽이 또 다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이 멈추게 되면 건설사뿐 아니라 조합·입주 예정자에게도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누구도 물러설 여유가 없는 업황 속에서 일각에선 정부가 조율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다.
 
‘유연탄값 폭등’에 한계 도달했다는 시멘트업계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한일시멘트는 이달 1일부터 시멘트 납품단가를 각각 11.7%, 13.5%, 15% 인상하고, 한라시멘트 역시 같은 달 5일자로 14.5% 인상했다. 쌍용C&E와 아세아시멘트도 조만간 인상을 검토 중이다. 톤(t)당 가격은 기존 9만2000~9만4000원 선에서 10만5000~10만6000원선으로 평균 1만2000원 올랐다. 작년 7월(5%대), 올 2월(17~19%)에 이은 세 번째 인상이다.
 
주요 건설 원자재 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만이 유일하게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유연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호주의 수출제한 정책, 중국·인도의 동절기용 재고 확보 등 여파도 만만치 않다. 이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멘트업계의 하소연이다.
 
영국 유연탄 평가기관 GCI에 따르면, 올해 5월 t당 463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유연탄 가격은 8월 넷째주 t당 460달러까지 치솟으며 다시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9월 평균 전망 가격도 430~440달러대에 달한다.
 
시멘트업계는 올해 초까지의 수요는 톤당 평균 135달러에 불과했던 지난해 유연탄 가격으로 계약한 원료로 시멘트를 만들었기에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아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상 카드를 부득이 꺼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호소하고 있다.
 
국내 시멘트업체의 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2월 시멘트 가격 인상은 러-우 전쟁 발발 전 상황에서 제조원가 인상분을 반영한 것으로 레미콘업계도 인지하고 있다”며 “전쟁 발발 이후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고 최근 환율마저 급변해 원재료 부담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32%), 중국(26%), 미국(43%), 브라질(31%) 등 해외 시멘트업계도 원가부담 압박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등 국내 만의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금년에만 24% 인상된 화물운임비 등으로 3년간 물류비가 1200억원 상승했고, 전력요금과 금리인상 등이 원가 상승을 가속화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감내하는 데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정부 환경규제에 따른 환경투자로 올해만 약 5400억원을 투자한 데다 환경설비 교체에 따른 생산감소로 올 상반기 수요마저 차질을 빚는 등 안팎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제품가격을 보장받는 것 이외에 다른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 8월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레미콘업계, 시멘트가격 기습인상 관련 규탄대회’에서 중소레미콘업체 관계자들이 가격인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1년 새 30% 올라” 잇단 적자·폐업에 레미콘업계 ‘맞대응’
 
이에 대해 레미콘업계는 1년 사이 두 차례 인상으로 시멘트 가격이 30% 가까이 오르는 것은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중소레미콘업체 대표 900여명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비대위는 “화물연대 파업, 원자재가격 상승, 유류비·운반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시멘트업계의 기습 가격 인상으로 올해 시멘트 가격만 30~35% 올랐다”면서 “시멘트 주요기업 5곳이 시장의 94%를 장악하고 있어 이 같은 일방적 가격 인상에 중소레미콘업체는 꼼짝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유연탄이 러시아에서도 수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보다 1.5배 비싼 호주산을 기준으로 인상한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하면서 “전년 대비 실적이 좋은 시멘트업계가 볼멘소리를 하는 사이 레미콘업계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중견 레미콘업체 유진기업은 작년 상반기 327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해 상반기에는 20% 가량 감소한 266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동양 역시 29억원의 흑자에서 영업적자 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규모가 작은 중소레미콘업계에선 3년 사이 폐업 14건, 매각 41건 등 총 132건의 대표자·법인 변경이 있었다.
 
비대위는 가격 인상 철회 또는 내년 상반기 유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요 시멘트기업 본사 앞 집회를 이어감과 동시에 내달 10일 공장 문을 닫겠다고 예고하며 맞서고 있다.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나 아직 따로 진행된 대화는 없으며, 집회 신고 등 움직임에 대한 준비는 다 돼 있다”면서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른 레미콘 단가 인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인상 자체를 철회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신축 건물 공사현장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원자재값 하락하나 했는데…” 건설업계·입주자 부담 가중 우려
 
이러한 양측의 갈등을 바라보는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건설업계는 이미 지난 6월과 7월 원자재값, 운임비 상승 등 비용 증액 관련 갈등으로 화물연대, 철근콘크리트연합회 각각의 파업을 겪으며 현장이 멈춰 선 바 있다. 이들의 요청을 수용해 파업 사태를 진화하면서 건설업계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이로 인해 공사비 증액 목적의 재검증을 조합에 요구하는 시공사도 늘어났다.
 
하지만 그 사이 치솟았던 원자재값은 전반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큰 고비를 넘긴 건설업계는 파업과 혹서기로 다소 지체된 건설현장의 속도를 내 하반기 반등을 모색했지만, 시멘트 가격 인상과 함께 최악의 경우 또다시 ‘셧다운’이라는 변수를 맞닥뜨리게 됐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곧 레미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앞서 2월 시멘트 가격 인상은 3개월 뒤인 5월 레미콘 가격 13.1% 인상으로 작용했다. 이는 건설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만약 건설현장이 멈출 경우 공사비 증가에 따른 분양가 상승은 물론, 공사지연에 따른 추가비용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결국 모든 부담이 조합 또는 입주예정자에게 전가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각 업계 간 서로의 계약이 있고 분양가상한제 등 제도에 따라 정해진 납품단가가 있는 상황에서 모든 인상분을 궁극적으로 시공사가 책임지기는 어렵다”면서 “원자재 인상분을 반영하면 결국 분양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 부담이 최종 소비자인 조합원들에게 가는 것이어서 건설업계 입장에서도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나서서 중재하고 규제를 살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현재 업황과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지목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래 원가가 오르면 최종 완성품 가격도 오르는데, 분양가상한제 등 건설업 특성상 그것이 쉽지 않다”면서 “공공공사와 달리 민간공사에선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 조정 배제 특약을 거는 경우도 많고, 이런 계약들이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에 연쇄적으로 체결되기 때문에 법리적인 문제도 만만찮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 때문에 물가 변동분을 공공 공사처럼 인정해 민간건설사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으로는 모든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 폭등이 문제인데, 건자재를 모두 포함한 공사비 지수의 최근 2년치 상승률은 24.8%로, 그 전 2년(2018~2020년) 6.1%보다 거의 4배 올랐다”면서 “워낙 자재 값 인상 폭이 크기 때문에 모두가 고통을 안고 있는 상황이며, 어느 한 쪽이 맞다거나 어느 쪽이 좀 더 나은 방향이라고 말하기가 참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