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5일 인터넷 방송 ‘트위치’를 통해 인기를 몰았던 BJ(Broadcasting Jockey) 잼미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에 따르면 그녀는 악플과 루머로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고, 이 점이 기폭제가 돼 스스로 세상을 하직한 것으로 보인다.
유명인이 악플로 사망하는 사고는 이뿐만이 아니다. 배구선수 김인혁이 사망한 채 발견된 시점도 지난 2월4일이고, 2019년에는 유명 걸그룹 출신인 설리와 구하라가 한 달 간격으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사생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점화되면서 쏟아지는 부정적 여론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절대적 다수의 응축된 혐오를 개인에게 쏟아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악플과 루머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SNS가 사회의 공론장이나 연결고리가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풀지 못하고 내재된 분노와 혐오를 쏟아내는 용광로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한 사건이었다.
20대 2명 중 1명은 SNS에서 혐오 표현 자주 접해… 혐오에 성역은 없다
혐오 표현이 반드시 유명인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사이버 명예훼손 연도별 처분결과’에 따르면 2016년에는 8691건이던 수치가 2020년 2만3374건으로 급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 웹 보고서’에서도 소셜미디어 이용자 4명 중 1명은 소셜미디어에서 혐오 표현을 자주 접한다고 답했다. ‘전혀 접하지 않는다’는 7.4%에 불과했다.
특히 세대가 젊어질수록 소셜미디어 내 혐오 표현에 노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50대의 12.9%가 혐오 표현을 ‘자주 접한다’고 답변한 것에 비해, 20대는 2명 중 1명이 소셜미디어 내에서 혐오 표현을 ‘자주 접한다’고 답했다.
혐오 표현이 유명도를 가리지 않은 만큼 유형은 정치·성별·종교·지역 등 주제를 가리지 않았다. 당장 SNS에 올라온 기사 한 건을 보더라도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서든 토론이 아니라 서로 인신공격을 주고받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SNS를 생산·소비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정보 생산·유통자가 조회 수를 위해 정보를 자극적으로 편집하거나 과장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선택한 이용자는 알고리즘으로 편향된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뒤틀린 정보를 접한 사람들은 오픈형 SNS에서 뭉쳐 피해자를 양산하거나, 상호 충돌하면서 강한 파열음이 나는 패턴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필터 버블’에 갇힌 우리 사회
이용자도 많고 사회적 영향력도 커진 소셜미디어가 사회 공론장이 아닌 혐오 표현을 양산하는 분화구가 된 원인을 두고 광고 수익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SNS 광고 수익이 조회 수와 비례하는 만큼 이를 소비하는 이용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편향적이고 과장된 방식으로 어필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유튜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유튜버들에게 다소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유도할 만한 최소 자격요건을 두고 있다. 특히, 최근 12개월간 공개 동영상의 유효 시청 시간이 4000시간 이상일 것과 구독자 수가 1000명을 초과해야 한다는 요건이 적시돼 있다.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자연스레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 등은 내용과 썸네일(Thumbnail, 콘텐츠 내용을 나타내는 작은 크기의 이미지)을 자극적이고 과장되게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한다.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를 소비자가 선택하면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한 추천 시스템으로 더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추천하게 된다.
유튜브의 추천 콘텐츠와 추천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던 구글 개발자 기욤 샤슬로는 “개발자들은 유튜브의 동영상 시청 시간을 연장해 광고 수입을 늘리는 방법을 계속 실험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샤슬로는 또한 “유튜브 추천을 끄고 직접 콘텐츠를 선택”하라며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광고 매출을 위해 사용자에게 흥미로운 콘텐츠를 추천하겠지만, 여기에 의존하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도 소비자가 SNS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필터 버블’에 갇히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정윤경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필터 버블’ 현상에 대해 “같은 의견을 공유하는 집단 내 소통만 강화되고 반대 의견을 접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SNS 해석 능력 갖춘 사회인 길러야
SNS에서 넘쳐나는 무분별한 정보 때문에 해결책을 고민중인 곳은 비단 한국만은 아니다. 몇몇 국가에서는 SNS로 인한 부작용을 잡기 위해 법안을 통한 규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이다. 독일은 2017년 ‘페이스북 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 따라 가짜 뉴스·명예훼손 게시물·증오 표현물 등이 게시된 것을 알면서도 이를 24시간 이내에 조치하지 않으면 5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토록 했다.
다만, 페이스북은 해당 법안을 두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반발했고, 독일 내부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라는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 미디어 기구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넘어 미디어에서 퍼지는 정보를 올바르게 판단·접근·활용·제작하는 것으로 서구권 국가에서는 1970년대부터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다.
핀란드와 호주 등은 학교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1980년대부터 중등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치고 있다. 문해력·수리력·비판적 사고·윤리적 행동·문화상호간 이해 등을 핵심역량으로 제시하고 미디어 활용 능력을 키우고 있다.
2018년 3월 유럽평의회는 EU 회원국들에게 ‘미디어 다원주의와 소유의 투명성 증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상업적 콘텐츠와 왜곡된 정보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과 판별 역량,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교육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미디어 교육을 진행한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0년 내놓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융합적 접근’에 따르면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은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불안정한 형태로 정규 교육과정 주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에야 코로나19로 비대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논의가 이뤄지는 수준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최근 개정될 교육과정 논의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을 역설했다.
아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식이나 전문 강사 양성 등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정윤경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시민단체의 활동이나 조직의 활동으로만 미디어 교육전문강사 양성 과정이 있다”며 전문 강사에 대한 공적 양성 과정이 없는 점을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입시 제도에 매몰돼 주변적인 것들로 처리되고 있다”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 양성이 교육의 근본임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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