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살인이에요. 절대 교통사고 아니에요. 아저씨가 잡아주세요. 소영이 죽인 놈 잡아주세요!”
장례식장에서 환석의 울부짖음을 들으면서도 진욱은 소영이 누군가에 의해 죽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진욱의 오피스텔 건너편 블록의 네거리 교차로는, 큰 건물들로 가려 교통사고가 빈번한 곳이었고, 내리막으로 연결돼 있어서 자칫 부주의한 운전으로 대형 사고가 종종 일어나던 곳이었다.
누구에게든,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부당하고 억울하게 여겨지는 것이라는 걸 진욱도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부모도 없이 여태껏 아등바등 혼자서 열심히 살아왔다는 사실이 더 마음 아프고 더 억울하게 여겨지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환석의 울부짖음도 그런 아픔과 안타까움에서 터져 나온 비명 같은 거라 생각했었다. 적어도 현관 알파룸에서 그것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오 비서관이 등산 도구를 빌려달라고 하지만 않았더라도 알파룸을 열어 배낭과 가방을 다 열어젖히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버너와 코펠을 넣어둔 가방이 있었는데, 장 보좌관 친구가 새로 개업한 스포츠용품점에서 구입해서 가방에 넣어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 그 가방이 손에 잡힌 것이었다.
“잠깐 내 오피스텔로 와 줄 수 있을까? 같이 확인해야 할 게 있어.”
소영의 가방이 거기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가방을 열어본 순간, 선우를 부르지 않으면 안 되는 물건이 거기에 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슨 일이에요?”
선우는 진욱이 말했던 그것을 꺼내 놓았다. 키링으로 만든 작은 마트료시카 인형이었다.
진욱은 소영의 가방을 열어 커다란 마트료시카 인형을 보여주었다. 예상대로 선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바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똑같은 거 맞아. 엄마가 만든 거. 어떻게 찾았어요?”
영혼이 빚어 들어간 것이라는 말 외에는 다른 비유가 없었다. 딸에게 전해 달라는 소선의 말대로 35년 만에 주인의 손에 와 닿은 건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이건 뭐지?”
마트료시카 인형을 열자 비닐에 꽁꽁 싸인 카세트테이프 두 개가 나타났다. 비닐에 꽁꽁 싸인 듯 보였지만 풀어헤쳐진 양상으로 보아 이미 소영이 뜯어보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알파룸 깊숙한 곳에서 제대로 작동이 될지 안 될지 모를 카세트플레이어를 찾아낼 때만 해도 이 테이프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진욱도 선우도 알 수 없었다.
“우룡아… 형 한 번만, 한 번만 봐 주라. 네 눈앞에서 싹 없어질 게. 응?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봐 주라, 우룡아 제발.”
테이프 플레이가 끝날 때까지 진욱과 선우는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다만 동원의 입에서 핏덩이 같은 울음이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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