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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127회> 마침표
저는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2-28 11:10:22
‘이모. 검사에 필요한 것들 제가 준비해서 드릴 게요. 만일 이모가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을 거예요. 엄마라고 불러드리지 못해요. 용서하세요.’
 
선우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문자를 보냈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미경의 모습인데다, 쏟아낸 말들이 머리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미경은 별장에서 소선이 남자와 함께 있는 걸 봤다고 했다. 명환은 절대 아니었다고. 아이가 열이 심해서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남자인 건 분명하다고 했다.
 
선우는 우룡임을 확신했다. 그가 소선을 죽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별장에 함께 있었던 건 분명해 보였다.
 
“저는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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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룡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국회 소통관에 울려 퍼졌다. 텔레비전 볼륨을 줄여놓고, 눈빛이나 행동만으로 판단한다면 대선 출마 선언 같았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선두 주자로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된 우룡이었다. 당대표직만 내려놓는다고 해도 시끄러울 텐데, 정계 은퇴 선언이니 나라가 들썩일 수밖에 없었다.
 
“저를 여기까지 오도록 지켜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우룡은 인사를 하려는 듯하더니 단상 앞에 넙죽 엎드렸다. 예상에 없었던지 주변에 있던 보좌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우룡은 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린 채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절을 하려다 넘어진 것이었는데, 앞으로 몸이 기울어진 탓에 체중이 앞으로 쏠려 쓰러진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우룡의 정계 은퇴 선언은, 그 배경에 대해 많은 말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큰 사안이었다. 거기다 마지막 쓰러짐까지 덧붙여져서, 음모설에 좋은 먹잇감으로 불꽃을 내며 일파만파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룡의 정계 은퇴 선언을 텔레비전으로 시청하고 있던 상훈도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며칠 전 당 대표실로 자신을 불렀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었다.
 
우룡은 뜬금없이 새로운 당 창당에 관심이 있는지를 물었다. 거대 여당 총수의 물음이라 절대 그런 건 없다고 답을 했는데, 그게 이 상황과 어떤 연결이 있다는 건지 머리가 복잡해 왔다.
 
액면 그대로 지금 우룡이 정계를 은퇴하게 되면, 상훈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터폰이 울렸다.
 
“대표님 강남경찰서에서 오셨다는데요. 지금 대표님 뵈어야한다는 데요.”
 
“지금 그럴 상황 아니잖아! 다음에 오라고 해!”
 
인터폰이 끊어짐과 동시에 대표실 문이 열리더니 남자 둘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상훈 변호사님? 바쁘신 것 같은데 이것만 전해 드리고 바로 가겠습니다. 이수빈 씨 살인사건 재수사 참고인으로 출석 좀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가 테이블에 내려놓은 건 경찰 출석 요구서였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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