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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의 세계] “이웃 사랑이 곧 목회입니다” 병원동행서비스 매니저 김일곤 목사
사회적 약자 위해 낮은 곳서 ‘함께’ 실천
서울시 1인 가구 대상, 할 수록 ‘同幸’쑥쑥
임요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27 09:36:54
        
▲ 목회 활동을 병행하면서 병원안심동행서비스의 동행매니저 일을 해오고 있는 김일곤 산들바람공동체교회 담임목사. 임유이 기자
 
 
목회 준비만으로도 일주일이 빠듯하게 흘러가는 목회자 생활. 그런데 목회 활동을 병행하면서 병원안심동행서비스의 동행매니저 일을 해오고 있는 목회자가 있다. 김일곤(57) 산들바람공동체교회 담임목사다.
 
병원안심동행서비스 제도는 병원 동행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 서비스다. 서울시 1인 가구 특별대책의 하나로, 병원에 갈 때부터 귀가할 때까지의 과정을 동행매니저가 함께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이 제도를 누가, 어떻게 이용하는지 시민의 ‘인싸’ 김 목사를 만나 들어 보았다.
 
혼자 병원에 가기 어려운 시민이라면 누구나
 
“혼자 병원에 가기 어려운 서울 시민은 누구나 동행 서비스를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1인 가구는 물론 가족이 있어도 같이 갈 형편이 안 되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신청 가능합니다. 병원 진료 일주일 전 거주지역 동사무소·보건복지부나 비지팅 엔젤스 동행 서비스센터에 연락하면 매니저와 매칭시켜 줍니다.”
 
약속 날이 되면 동행매니저가 신청자의 집으로 찾아가 병원까지 함께 이동하며 진료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약국에 들러 다시 집에 데려다준다. 내원부터 귀가까지의 모든 과정을 1대1 맞춤 서비스로 진행하는 것이다. 
 
▲ 신청자가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동행매니저는 곁에서 말벗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손발도 되어준다고 말하는 김일곤 목사. 임유이 기자
 
동행의 개념은 단지 이동 경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신청자가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곁에서 말벗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손발도 되어준다. 숱한 신청자를 만났을 텐데 특별히 김 목사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을까.
 
인연 닿은 시민의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니기도
 
“10개월째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니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72세 어르신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그분은 한창때는 무역업을 하며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습니다. 힘들게 번 돈을 고학생에게 희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자 돈도 떨어지고 결혼도 하지 않아 홀로 고시원을 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덜컥 폐암 3기 판정을 받았고 인근 종합병원으로 항암치료를 다니게 되면서 저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지금은 시스템이 바뀌었지만 그때만 해도 신청자가 원할 경우 특정 매니저와의 매칭이 가능했다. 그가 병원 치료를 위해 고시원을 잠깐 나왔을 때 김 목사는 그가 모텔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 LH 단칸방 전세 자금 수혜자로 선정된 것이다.
 
김 목사는 그가 병원에 입원에 있는 동안 입주할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의 조건에 맞는 집들을 고르느라 여러 날 다리품을 팔아야 했다. 마침내 그분에게 맞는 집을 찾아냈고 퇴원과 동시에 입주할 수 있었다. 그가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김 목사도 뿌듯했다고 한다.
 
“그 뒤로도 생활용품이며 집기를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했습니다. 시민님은 작은 공간이지만 고정적인 거주공간이 생겨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일생의 소원이었던 글쓰기도 시작했습니다.”
 
큰돈을 벌며 세상을 호령하던 사람도 병들고 늙으면 남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렵게 된다. 그런 분들을 위해 서울시가 발 벗고 나서준 것은 퍽 고무적인 일이다. 그분이 김 목사 같은 분을 만난 것 역시 젊어서의 선행에 대한 과보일 것이다.
 
시민의 긍정적인 모습에 오히려 위로 받아
 
“또 한 분은 가죽공예가로 수십 년을 성실하게 살아온 분인데 부인과 이혼하고 백혈병으로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양쪽 눈을 실명했는데 저와 동행하는 동안 다행히 개안 수술의 길이 열렸습니다. 지금 그분은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으리란 희망으로 열심히 치료받고 있습니다.”
 
그분의 희망은 하루빨리 시력을 되찾아 어떤 형태로든 자기보다 더 약한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며 사는 것이라고 한다. 정해진 동행서비스 외에 김 목사가 신청자와 사적으로 전화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런데 그분은 종종 전화를 걸어와 소소한 이야기도 나누고 일상의 기쁜 소식도 전한다고 한다. 비록 곤궁하고 고단한 현실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밝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김 목사가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
 
그는 어떻게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일반인도 쉽지 않은 일인데 목회자 신분으로 이 일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신학대학을 다닐 때부터 교회 밖으로 나가 하나님의 사랑을 직접 실천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일공동체에서 활동하며 목회와 봉사를 겸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아내의 투병을 계기로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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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목사가 동행서비스 봉사를 실천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5년 전 아내에게 편마비를 동반한 뇌종양이 찾아왔다. 2년 넘게 아내 곁을 지키면서 사회복지사 공부를 했고 자격증을 획득했다.
 
이 자격증을 활용해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할 게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병원동행서비스를 만났다. 시급 1만 3000원의 일이었고 교통비와 식비는 자기 부담이다. 병원으로 이동할 때 택시비는 신청자가, 버스비는 각자 부담한다.
 
“병원을 오가는 일이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1대 1 동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살이를 듣게 되었고, 못 가진 이와 장애인의 슬픈 현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주중에는 시민을 섬기고 주일에는 목회의 자리로 돌아가 목양을 하는 게 목회적 영성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아내는 긴 투병 끝에 세상을 등졌다. 김 목사는 아내가 다니던 병원에 시민을 데려다줄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동행서비스가 곧 목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이웃 사랑을 직접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목회에 현실성과 구체성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지금 경기도 양평 운길산에 있는 ‘산들바람공동체교회’를 이끌고 있다. 작은 교회지만 교회다움의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소신껏 목회의 길을 걸어온 것에 큰 자긍심을 느낀다. 아울러 교회 공동체 차원에서 삶의 고통과 외로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가게 되길 희망한다는 말을 전했다.
 
△ 김일곤 목사 약력 
1965년 전북 순창 출생
1995년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
1998~2009년 다일공동체·풀무평화공동체 목회자
2009년~현재 산들바람공동체교회 담임목사
저서: ‘날마다 새벽일기- 걷고 느끼고 쓰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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