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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세계자유회의 본지 김연주 기자 현지 특파
[단독 르포] “가족과 생이별 死地 탈출… 내 자유는 목숨보다 소중”
56개 독재국 탈출 200명 참가
탈북 청년 “北은 인권의 지옥”
피 맺힌 절규에 대회장 숙연
김연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09 00:05:00
▲ 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세계자유회의(WLC)’ 2일차 행사에서 56개국 200여 명의 민주주의·인권활동가들이 참여해 각국의 자유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대토론을 이어 갔다. 리투아니아=김연주 기자
 
‘세계자유회의(WLC)’가 5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 도심에서 국제사회의 큰 관심 속에 개최됐다. 올해 행사에는 56개 독재국가에서 200여 명의 민주주의·인권 활동가들이 참여해 소통하고 화합하는 시공간을 만끽했다. 
 
세계 각지에서 인간 이하의 처우로 고통받고 절망하는 이들을 돕고 따뜻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로 힘을 북돋워 주기 위해 각국 민주·인권 단체와 국제사회가 민주적인 동맹을 구축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참가자들은 연설 내용에 공감하며 감탄사를 내뱉거나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태어날 때부터 자유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진정 행운아입니다. 저는 단지 마음껏 ‘긴 머리’를 기르고 스키니 진을 입고 싶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했습니다.” 
 
탈북인 A씨는 5일 WLC 개막 행사에서 “자유는 ‘내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한 대가로 얻은 결과물”이라고 참관 동기를 밝혀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독재 정권의 희생자이기 전에 스스로 '생존자'라고 표현한 그는 “생존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북한 주민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지도록 힘닿는 데까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A씨는 북한의 여성 인권에 관한 비정부기구(NGO)와 민주주의 교육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에겐 미래를 선택할 자유조차 없었다”며 “고등학교 때 간부가 와서 ‘신체검사’를 한 뒤 군대에 가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원대 진학을 준비했는데 공직자인 아버지도 군대에 가라고 권유했기에 내 삶인데도 내가 선택할 수 없어 북한 체제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며 “더 이상 그곳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고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탈북뿐이었다”고 절박했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어 “WLC 같은 단체를 통해 북한 독재 정권의 실태를 보다 많은 국제사회와 인권 단체에 알릴 수 있어 감사하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찾아 탈북한 이들이 제3국인 중국에서 체류하다 북송돼 겪는 고문, 즉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봐 달라”고 간청했다.
 
전 세계 부패한 독재 정권의 타락이 날로 가속화되고 민주국가에서 권위주의가 빠르게 확산하는 이 시대에 각국에서 핍박받는 피지배층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이번 행사에선 참가자들이 비폭력 시민 행동과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한 민주 시대로의 전환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각국 참가자들은 투표를 통해 WLC의 제도적 기구를 설립하고 조직의 핵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지역 간 민주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권위주의 정부의 폭압과 감시에서 벗어나 활동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묘수다. 
 
▲ 5일 리투아니아에서 ‘세계자유회의(WLC)’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리투아니아= 김연주 기자
  
“민주주의는 삶과 바꿀 수 있는 가치”… 자유수호 다짐 
 
망명길 오른 中참가자 “시진핑 독재 멈추게 도와달라” 
독재는 인권 유린 결과물… 국제사회 공동대응 나서야 
 
실제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걸고 함께한 이들도 많았다. ‘자유·민주주의’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징역형에 처하는 극심한 통제 국가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다. 
 
이날 행사에선 중국인 3명이 무대에 올라 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게 된 계기에 대해 경험을 나눴다. 한 남성은 “중국 30개 지역의 대학 100여 곳에서 지난해 11월27일에 일어난 ‘흰색 종이 운동(White Paper Movement)’에 참여했다가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중국을 떠나야 했다”고 했다. 
 
현재 망명길에 올라 해외에 살고 있는 그는 흰색 종이 운동에서 확대된 ‘시진핑 아웃’이라는 캠페인을 벌였다가 당국의 눈 밖에 났다고 한다. 그는 “그는 시진핑 캠페인은 중국내에서 한 번도 보도된 적이 없다. 중국내 주석의 아웃을 제창하며 벌인 흰색 종이 운동은 거의 70년만에 처음이다. 중국이 독재를 멈추게 하기 위해선 중국이 문어다리처럼 협약을 맺고 있는 국가들과 중국이 관계를 단절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제사회와 중국의 노력을 촉구했다. 
 
라우라고 이름을 밝힌 또 다른 참가자는 “변호사인 남편이 여러 명을 모아두고 인권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있다”며 “법조인인 남편은 중국이 제정한 법에 저촉되는 일을 하지 않았지만 그를 감옥에 가둔 이유에 대해 중국 정부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법은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엄연한 독재국가일 뿐이며 법을 따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자신이 학자에서 인권운동가로 탈바꿈하게 하게 된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벨라루스에서 온 니아(Nia) 씨는 우크라이나에서 인권변호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흰색과 빨간색이 섞인 꽃을 들고 길을 걷다가 감옥에 갔다”며 “흰색과 적색은 정치적인 저항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1994년 이래 현재까지 독재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부에 맞서 우크라이나에서 다양한 단체들을 통해 ‘민주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태생으로 티베트 독립을 위해 일하고 있는 23세 B씨는 “최근 중국은 부모와 가족 간의 괴리감을 야기하는 ‘교육 정책’을 쓰고 있다”고 본지에 알려왔다. 
 
그는 “티베트 가정의 아이들은 중국 정부가 시행하는 기숙학교에 가야 하는데 점차 아이들은 자기 정체성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티베트 부모와 자녀 간 갈등과 불화의 원인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동질화 교육으로 티베트 아이들을 가족으로부터 분리하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 개막 이틀째인 6일 리투아니아에서 ‘세계자유회의(WLC)’가 진행되고 있다. 리투아니아= 김연주 기자
 
유럽의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가로 잘 알려진 조야 판(Zoya Phan) 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독재 정부는 그 정권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한 결과물임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을 멈춰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판씨는 “20여 년 넘게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에게 미얀마 독재 정권의 참상을 알리고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계속 활동하고 싶다”며 “민주주의는 분명히 삶과 바꿀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바람을 밝혔다. 
 
WLC참가자들은 지역별 네트워킹 구축과 각국의 민주주의를 증진하고 자유를 구현할 방법을 놓고 대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빌뉴스(리투아니아)=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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