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우리 구축함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출동했던 게 ‘김정은 암살공작’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8년 12월20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한 광개토대왕함 레이더 발사가 큰 논란을 불렀다. “우방국 사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이 항의하자 우리 군은 “북한 선박의 조난신고를 받아 구조에 나선 것”이라고만 해명했다.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20일 포브스재팬 기고문에서 김기삼 미국 변호사 말을 인용해 그때 구조된 4명이 ‘김정은 암살’을 시도하다 도주한 사람들일 수 있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졸업 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다(1993~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폭로 후 미국으로 이주했다. 노무현정부 시절의 일이다.
마키노 기자 기고문엔 “김 변호사가 국정원 전 동료와 정통한 대북 관계자들로부터 얻은 증언”이 실려 있다. 그에 따르면 “(2018년 12월) 북한은 목조선 탑승자 4명의 행방을 쫓느라 혈안이 돼 있었다. ‘김정은 암살 공작’에 연루된 잔당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문 정부가 광개토대왕함까지 동원해 북한에 협력한 셈이다.
김 변호사 해석처럼 “광개토대왕함 함장이 청와대 하명을 받고 안간힘을 쓰던 중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보자 흥분해 화기(火器) 관제 레이더를 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키노 기자는 무엇보다 문 정부가 4명을 구조한 지 하루 만에 조사도 안 한 채 북측에 인계했다는 사실, 이들의 정체를 직접 확인할 길이 영영 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심지어 당시 일본 측의 광개토대왕함 함장 접촉 시도를 문 정부가 막았다고 전해진다. 군사기밀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면 한·일 레이더 발사 관련 데이터를 미군에 제공해 객관적 판단을 받자는 일본 측 제안이 거부된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이미 광개토왕의 레이더가 교체되지 않았을까. 기록을 감출 사연이 있지 않겠나 의혹과 호기심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는 지적이다.
마키노 기자가 기고문에서 밝힌 김 변호사의 전언을 요약하면 “문 정부 시절 청와대엔 ‘남북 핫라인’이 있었고 북한 내 휴민트(정보원) 등 정보를 북한 당국에 누설한 혐의가 있다. 김정은 암살공작 움직임이 그 중 하나”였다.
윤석열정부 들어 한·일 방위교류를 일부 재개한 상태지만 해군과 해상자위대와의 양자관계는 여의치 않다. ‘광개토대왕함 사건’은 한일관계 민감 사안들 속에 묻혔으나 일본 측으로선 “남겨진 과제”의 하나였다고 한다. 5월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부산에 입항했지만 어디까지나 다자간 해상훈련 참가일 뿐이다.
양국의 해상 군사교류가 복원되려면 이 사건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게 일본 측 입장이다. 통상 한·미 연합군 설정 작전구역 내에서 활동하는 대형 구축함과 경비조난함이 북한 목조선을 구하러 일본 EEZ까지 급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배후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본 내에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해당 선박은 국제채널을 이용한 구조신호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EEZ에 북한 조난선이 있다는 것을 문 정부가 알고 손을 쓴 것이다. 일본에선 북한 선박을 목격한 자국 어선의 신고를 받고서야 사태를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동해에 자리를 잡으면 거의 미·일 협력 만으로 북한미사일 행방 추적이 가능하다고 본다. 마키노 기자는 한·일 사이에서 중요한 것으로 “미사일 정보공유시스템’을 비롯해 신뢰를 쌓아 공동작전을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임을 짚으며 “5년 전 사건의 진상 규명이 윤 정부가 강조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환경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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