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과 귀경을 통해 형성된 올 추석 민심은 무엇일까. 3100만 명 정도가 고향을 찾거나 역귀성했다고 하니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서로 섞여 대화를 한 셈이다. 이른바 ‘밥상머리 민심’이다. 세대와 지역, 계층 등으로 나뉘어 있던 생각들이 한 식탁에서 뒤섞이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여론의 큰 물줄기가 형성된다.
정치권이 추석 명절 민심을 가볍게 대할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연휴 직후 이어지는 가을 정기국회의 주도권이 바로 이 식탁 위 평가에서 판가름 날 수 있어서다. 추석 밥상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불통의 화두를 올린 권력은 예외 없이 가혹한 청구서를 돌려받았다.
올 추석 연휴 화제는 부동산과 인사, 민생경제 등이 '3대 숙제'다. 서울 아파트값은 84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 기록에 근접했고, 장관 후보자들의 연쇄 낙마에 청와대 핵심 참모진의 공백까지 겹쳤다. 물가와 청년 일자리 등 체감 경제도 주요 현안으로 꼽혔다. 추석 민심이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부동산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대로 계획대로 진행되길 기대한다. 택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 도시 정비 등을 통해 공급을 신속히 늘리고, 총리실의 일일 점검과 별도로 이 대통령 자신도 매주 지역별 진행 상황을 보고받겠다고 밝혔다.
인사 문제도 27일 이 대통령의 귀국 이후 정리해야 할 주요 현안이다. 지난달 30일 지명된 장관 후보자 가운데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이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국정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김용범 전 정책실장은 이달 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 실장의 사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청와대 3실장 가운데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이 동시에 공석이 된다.
민생경제는 경제지표의 흐름과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 과제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1% 상승해 7월(2.8%)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생활물가지수도 3.2% 올랐다.
고용은 전체 지표와 청년층 사이의 격차가 두드러진다. 8월 전체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만4000명 늘었지만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4만3000명 줄었다. 청년 취업자 감소는 46개월째 이어졌다.
여야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성과 강조와 예산 확보, 개헌 및 개혁 과제를 내세우며 정국 반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실정 대국민 보고대회' 등을 열어 경제·부동산 정책과 인사 실패를 집중 비판하며 대여 공세를 높이고 있다. 협치는 물 건너간 상태다.
정치인들 책무가 중차대하다. 정치권은 국민의 살림살이를 돌아보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 현장에는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다수 중소 및 자영업자의 신음 소리가 가득하잖은가. 정책 지향도 비전도 대안도 없는 겉핥기식 민생 행보는 국민의 가려움을 긁어주지 못하는 이른바 신발 신고 발 긁기일 뿐이다.
이번 추석 민심은 정치권을 향한 질타의 시간이었다. 여야를 떠나 진영논리만 내세우며 정쟁에 매몰된 나머지 국민의 삶을 살피는 데엔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게 추석 민심의 핵심이다. 이를 직시해 여야 정치인들은 구호가 아니라 진정한 민생정치를 펼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저변의 민심에 귀 기울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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