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사 10곳에 54兆 몰렸다… IPO 투자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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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증시 데뷔한 상장사 청약 경쟁률 1600대 1… 공모가比 80% ↑
초반 반짝 급등 후 내려가는 ‘거품 우려’는 여전… “투자 유의해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7 16:39:12

▲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한 10개 종목(스팩 제외)의 일반청약 증거금은 총 53조6765억 원으로 집계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업공개(IPO)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4년 만에 발행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부진에 빠졌던 IPO 시장은 연초 50조 원 이상의 청약 증거금을 끌어 모아 부활에 성공했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도 80%를 넘는다.

다만 상장 초반 투자금이 집중적으로 몰리며 얼마 못가 급락하거나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종목도 많았다.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IPO 발행실적은 3조5597억 원으로 전년(13조3515억 원) 대비 73.0% 감소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건당 평균 공모규모도 302억 원에 그쳤다. 1년 전(1161억 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시장별로 보면 중소형주들이 몰린 코스닥이 2조6065억 원을 기록했고 대형주가 속한 코스피는 9962억 원을 기록했다.

새해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투자자들이 종목마다 조(兆)단위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상장한 10개 종목(스팩 제외)의 일반청약 증거금은 총 53조6765억 원으로 집계됐다. 14~15일 공모청약을 실시한 에이피알에는 13조9100억 원이 몰렸다. 이들 10개 종목의 청약 경쟁률도 평균 1617.863 대 1로 높았다.

이 같은 호황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로 풀이된다. 통상 공모주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로 분류돼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릴 확률은 52%로 절반을 소폭 넘는다.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통위원 중 한 명이 사상 처음으로 ‘3개월 후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신규 상장사의 수익률이 높은 점도 IPO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공모청약을 실시하고 신규 상장한 9개 종목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80.2%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0.3% 내린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우진엔텍·현대힘스·코셈은 두 배 이상 주가가 불어났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 상장 초반 급등하다가 얼마 못가 주저앉는 상황을 반복했다. 1만8000원으로 공모가를 형성한 포스뱅크는 상장 첫 날 4만7550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했지만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며 26일 기준 1만7650원까지 내려갔다. HB인베스트먼트도 1만100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장 첫 날 6700원으로 마감했고 상장 2~5일차엔 마이너스(-)로 마감했다. 현재 3300원으로 공모가(3400원)보다도 소폭 줄었다.

시초가 대비 현재(26일) 주가가 오른 곳은 우진엔텍(7.3%) 한 곳에 불과하다. 주가 등락률은 평균 -39.0%다. 상장 첫 날 종가와 비교해도 우진엔텍(7.3%)·코셈(29.9%) 2곳 정도 올랐을 뿐이다. 이는 상장 직후 공모주에 뛰어들었을 경우 손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려갔다가 오르고 다시 하락한 경우도 있다. 우진엔텍은 상장 3일차 장중 3만5800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다시 오름세를 타며 이달 8일엔 3만8250원까지 찍었지만 다시 하락하면서 26일 2만2750원으로 마감했다.

현대힘스도 1월26일 상장 첫날 2만9200원으로 시작해 줄곧 하락하면서 상장 4일차 장중 1만3800원까지 추락했고 이후 2만2800원까지 회복했지만 얼마 못가 하락해 26일 기준 1만567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나타난 고평가 논란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의 급격한 변화 등 우려가 여전해 주의가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대형 공모주는 상장 절차가 시작되면 공모주 투자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이후 공모주 시장의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