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유로지역의 물가 둔화 흐름이 최근 속도가 더뎌져 각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선진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완만해지면서 물가 안정 목표 수준까지 순조롭게 도달할 수 있을지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6일 ‘한국·미국·유로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흐름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크게 완만해졌고,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라스트 마일(물가 안정 목표 달성 이전 마지막 단계·last mile)’ 과정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순조롭게 수렴해 갈지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은 지난해 4분기 중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됐다는 이유로 연말연초 올해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미국은 올해 1월 CPI상승률이 3.1%로 전월(3.4%) 대비 둔화됐으나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모멘텀이 확대되면서 시장 예상치였던 2.9%를 웃돌았다”며 “유로지역도 지난해 11월 2.4%까지 낮아졌던 물가가 지난달 2.8%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헤드라인(headline) 물가상승률은 정점부터 12개월 동안 에너지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둔화했다. 하지만 최근 중동으로부터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였고, 이런 영향에 물가 둔화 흐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은은 미국의 견조한 경기 및 노동시장 상황과 유로 지역의 높은 임금 오름세의 영향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더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높은 농산물가격 때문에 비용압력이 누적돼 주요국과 비슷하게 물가 둔화 흐름이 더뎌질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를 기록한 이후 둔화 흐름을 재개해 지난달 2.8%까지 낮아졌으나, 여전히 지난해 7월(2.4%)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라스트 마일 과정에서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딘 양상을 보이는 만큼 금리 인하 등 각국의 통화긴축 기조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통화긴축 정도의 차이는 대체로 물가상승률 추이를 따라갔지만 갖은 물가 상승 압력에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에 인상한 이후 네 번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의 금리(3.50%) 격차 최대 2%p도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당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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