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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의 열사일침(烈士一鍼)] 누가 우리를 기억해 줄까요
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01 06:31:00
 
▲ 정창옥 길위의학교 긍정의힘 단장
“식민지였던 내 조국보다 더 비참한 한국의 모습을 보고 참전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기억해 줄까요?”
 
1950년 남아메리카 북부 카리브해 작은 나라 수리남의 20살 청년 반 러셀은 네덜란드 식민지 군인으로 6·25전쟁에 참전한다. 네덜란드 참전용사 5322명 중 수리남 청년 병사는 102명이었다. 이들 중 2명이 전사하고 5명이 팔다리를 잃었다. 전쟁이 끝나고 수리남으로 귀국한 참전용사들에게 돌아온 것은 네덜란드 정부의 무관심이었다. 74년이 흐른 지금 수리남 참전용사들은 가난과 질병으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90세가 넘은 반 러셀은 힘없이 말한다. “누가 우리를 기억해 줄까요?”
 
서울에서 9162㎞ 떨어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에 위치한 빈민촌 이름은 ‘Korea Safari’다. 한국 마을이란 뜻이다. 그러나 이곳에 한국인은 없다. 74년 전 6·25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이다.
에티오피아는 1935년 이탈리아의 침략을 받았으나 세계 어느 나라도 도와주지 않았다. 무솔리니의 잔인한 광기에 침략당한 에티오피아는 결국 이탈리아 식민지로 전락하고 만다. 다행히 셀라시에 황제는 영국으로 망명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을 지원하는 댓가로 독립을 이룬다.
 
국가 재정이 파탄난 상태였던 에티오피아는 1950년 한국에서 6·25전쟁이 발발하자 황제의 명으로 지상군 3518명을 파병한다. 자유의 소중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셀라시아 황제는 청년 병사들에게 명했다.
 
“가라! 살아 돌아올 생각 말고 싸워라. 그들에게 자유를 안겨 주기 위해 장렬하게 전사하라!”
 
에티오피아는 오직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신념 하나로 머나먼 아시아의 끝 한국으로 청년들을 보냈다. 그리고 총 253개 전투에서 불패 신화를 이어 가며 적군에게 잡힌  포로는 단 1명도 없었다. 다만 536명이 부상하고 122명이 전사하고 말았다. 황제의 명처럼 ‘이길 때까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싸운 것이다. 
그런데 살아남은 청년들이 고국으로 돌아간 20년 후인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며 공산 정권이 들어선다. 이들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을 ‘동맹국인 북한에 총을 쏜 반동분자’로 낙인찍어 고문·투옥·처형은 물론 자녀들 교육 기회까지 박탈하고 만다. 고향에서 쫓겨난 이들은 평생 동안 한국전쟁 참전 사실을 숨기며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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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 전 6·25전쟁이 발발하자 태국은 가장 먼저 공군을 투입해 쌀 5만t을 공수한다. 그리고 전쟁물자와 부상자를 일본으로 신속하게 수송하고, 한겨울 부산으로 입성한 태국 육·해군은 혹한 속 유엔군 철수를 돕고 적에 맞서 유격전을 펼친다. 그리고 5배가 더 많은 중공군을 상대로 치열하게 맞선 ‘포크찹고지’를 사수해 ‘리틀 타이거’란 칭호를 받는다. 전쟁이 끝나고 대부분 나라의 군대는 철수했지만 태국 군대는 돌아가지 않고 포천과 철원에서 1972년까지 무려 20년간 휴전선 철책 경계근무를 수행하고 돌아간다. 6322명의 청년 병사를 파병한 태국 21연대는 현재 태국 왕실근위병 최정예 부대다.
 
미국·캐나다·콜롬비아 북남미 3개국, 호주·뉴질랜드·필리핀·태국 아시아 4개국, 영국·프랑스·벨기에·그리스·룩셈부르크·터키·네덜란드 유럽 7개국, 에티오피아·남아프리카공화국 2개국. 이들 국가는 유엔이 요구하는 최소 규모인 1개 대대병력(1200명) 이상을 파병했다. 그리고 세계 60개국 195만 유엔참전용사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항구적 평화를 지킨다.
 
▲ 수리남 6·25 참전용사 웰프레드 반 곰(Wilfred Van Gom).
6·25전쟁터에서 부모를 잃고 거리를 헤매는 고아들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던 수리남 참전용사 반 러셀은 은퇴 후 장애아동을 돌보는 봉사활동에 평생을 바친다. 2023년 현재 생존한 수리남 참전용사는 웰프레드 반 곰(Wilfred Van Gom)과 안드레 뒤이커(Andre Duiker) 2명뿐이다.
 
에티오피아는 인구 1억2000만 명 중 7.7%인 880만 명이 시각장애를 앓고 있다. 그러나 안과의사는 160명에 불과하다. 1년 전 친환경 욕실 화장품 브랜드 ‘인프레쉬’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가족들의 백내장 등 시각장애를 모두 치료해 주었다.
 
바로 엊그제 한국캐피탈은 소아심장병을 앓고 있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손자손녀 어린이 5명의 심장 수술을 해 주었다. 에티오피아는 산모의 영양 부족으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어린이 환자가 속출하는 최빈국이다.
 
1991년 군사정권이 붕괴되고 자유를 되찾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62명이 한국의 눈부신 성장을 바라보며 눈물로 말한다. “우리가 흘린 피가 헛되지 않았음에 오히려 감사하다. 지금 다시 한국에 전쟁이 난다면 자손들까지 데리고 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9000㎞나 떨어진 아프리카의 한 빈민촌. 노병의 가슴엔 대한민국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우리는 기억하고 약속해야 한다.
 
“74년 전 가장 척박한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당신들을 대한민국이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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