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이 대형은행의 영향력 확대와 인터넷은행의 성장세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상반기 순이익은 1% 늘어나는 데 그쳤고 대출 및 요구불예금 증가세도 부진하다. 지역 점유율이 30%를 밑도는 가운데 자금 조달 창구인 시금고도 대형은행에 뺏길 위기에 처했다. 이를 두고 관계형 금융 등 지방은행의 강점을 살리는 방안으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21일 5대 지방은행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의 상반기 연결 순이익은 총 9397억 원으로 전년동기(9221억 원)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산은행 2514억 원, 아이엠뱅크(옛 대구은행) 2101억 원, 경남은행 2043억 원, 광주은행 1611억 원, 전북은행 1127억 원 순이었다. 아이엠뱅크·부산은행이 각각 16.1%·5.5% 하락하며 둔화세를 주도했다.
호실적을 거둔 인터넷은행과 대조적이다. 카카오뱅크는 2314억 원, 케이뱅크는 854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1년 전보다 각각 25.9%·241.1% 성장했다. 1년 전만 해도 카카오뱅크보다 순이익이 큰 곳은 2곳(부산·아이엠)이었으나 이제는 부산은행뿐이다. 그 격차도 200억 원 정도다.
대형은행과의 격차도 여전히 컸다. 9년 전인 2015년 상반기 5대 지방은행과 4대 시중은행 간 순이익 격차는 2조332억 원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는 6조162억 원으로 약 3배 벌어졌다. 수치로 환산하면 지방은행은 이 기간 61.3% 성장한 반면 대형은행의 성장률은 165.9%에 달했다.
지방은행의 실적 둔화는 대출금을 크게 늘리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초 부동산 투자 수요 확대 등 대출 호황을 맞이했음에도 지방은행 5곳의 기업·가계 원화대출금 잔액(195조1494억 원)은 올 들어 7조2187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가 늘린 원화대출금 7조6732억 원보다 작았다. 4대 은행 대출금 증가액(60조7347억 원)엔 8분의 1 수준이다.
저원가성 예금을 대거 확보하지 못한 점도 실적에 부담을 줬다. 아이엠뱅크를 제외한 지방은행 4곳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월 말 기준 21조5570억 원으로 지난해 말(19조5904억 원) 대비 1조9666억 원 증가했다.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카카오뱅크(잔액 30조3950억 원) 한 곳에서 6개월간 4조3186억 원의 요구불예금을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지방은행의 자금 조달 이자율은 카카오뱅크(2.16%)를 크게 웃돌았다. 부산은행 2.83%, 아이엠뱅크 2.76%, 경남은행 2.71%, 전북은행 2.70%, 광주은행 2.49% 수준이다. 싼값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을 많이 확보하지 못하면서 지방은행으로서는 대출 금리를 낮출 여력이 줄어들었고 인터넷은행 등과의 금리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차주를 뺏긴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비대면을 무기로 전국적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인터넷은행에 대응할 만한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 2위권 인터넷은행 케이뱅크·토스뱅크에 추월당할 가능성도 크다. 주 대출 대상이었던 지방 우량 기업을 4대 은행에 뺏길 수 있는 점도 위기다. 지역 여신 점유율은 부산은행 28.4%, 경남은행 24.4%, 전북은행 18.0%, 광주은행 29.6% 등 30% 내외다.
요구불예금 확보 수단인 지자체 시금고를 뺏길 수 있는 점도 악재로 다가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14일 부산시가 접수한 제1금고 운영기관 모집에 부산은행을 포함해 KB국민은행과 국책은행 IBK기업은행이 참여했다. 광주시도 10월 시금고 운영기관을 새로 지정할 예정이다. 영남·호남 지역 시금고는 총 210개(191조 원 규모)인데 이 중 97개를 지방은행이 운영하고 있다.
지방은행 위기와 관련해 관계형 금융을 환경변화에 맞게 재정비하고 저비용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형 금융이란 제무제표 등 정량평가 대신 평판·기술력 등 연성 정보를 바탕으로 대출 관리에 사용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의 강점인 관계형 금융을 보다 강화하고 지역·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특화 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 노하우를 시스템화하면서 정부의 지역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거점 점포화·소형화를 통해 기업 접점을 관리하는 등 관계형 금융을 저비용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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