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의 한 협력사를 해킹한 정보가 지난달부터 불법 해킹 커뮤니티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취재를 망설였다. 일반적으로 해커가 해킹한 정보를 어둠의 경로를 통해 판매할 때 자신이 가진 정보가 믿을 만한 자료임을 알리기 위해 샘플을 공개하는데, 샘플 정보 없이 연락 방법만 게재됐기 때문이다.
해커가 획득한 정보가 한정적이여서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이 해커에게 값을 지불하고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이는 엄연한 불법 행위이다. 취재 정보를 얻기 위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탈취한 해커에게 돈을 지불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4일여 시간이 지난 후 이 해커는 갖은 욕설과 함께 새로운 판매 글을 게시했다. 현대차는 해킹 사실을 인지한 뒤 외부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버가 다운돼 더 이상 정보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지자 해커는 자신이 공유할 수 있는 정보들을 헐값에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해커가 판매하는 정보는 현대차와 기아의 차종별 개발 상황과 양산 예정일 등이었다. 경쟁사에 유출되면 수익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전략, 차종을 전기차로 바꾸는 계획 등의 민감한 정보들이 유출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해킹을 당한 업체는 현대차 그룹 본사가 아닌 협력사들인데 이들과 거래하는 대기업의 민감한 정보들이 새어 나갔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그룹은 “현대차와 기아는 보안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 역량이 갖춰져 있는 만큼 현대차와 기아가 뚫렸을 일은 없을 거라는 단언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처럼 보안 전담 조직을 구성할 수도 없고 보안 전담 인력이 갖춰져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소규모의 협력사들이 적지 않다. 해커도 이 부분을 노려 대기업보다는 중소 협력사들을 공략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협력사의 보안 역량을 키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최근 좋은 예시가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10월 자체 개발한 개인정보 위탁·수탁 관리 시스템 ‘위타(WeTA)’를 SK이노베이션 계열 150개 수탁 협력사에 전파했다. 자체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협력사와 공유하면서 비교적 보안 역량이 미흡한 협력사들의 정보보호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이버 침해사고는 전년 동기 대비 35%나 늘었다. KISA는 “올해 상반기 유형별 침해사고 신고 통계를 살펴보면 서버 해킹이 전년 상반기 대비 58% 증가한 504건으로 가장 많다”며 “이는 중소기업 등 보안관리가 취약한 기업에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세한 협력사들은 침해사고를 당하더라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력 부족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중소 협력사의 피해는 대기업의 피해로 번질 수 있고,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핵심 기업의 정보들이 외부로 새어 나가기 시작한다면 국가적 손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위기감을 경영진들이 자각하고 보안 의식을 제고해 협력사 정보보호 지원에도 선뜻 나서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