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로 근무 중인 김승준(26)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등기가 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법원에서 등기가 왔는데 부재 중이어서 반송됐고 집에 있는 시간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전화가 왔다”며 “침착하게 등기 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당한 보이스피싱은 법원 등기를 미끼로 문자를 통해 악성 인터넷 주소(URL)를 전송하거나 사칭 홈페이지에 개인정보를 적도록 해 정보를 탈취하려는 공격 유형이다.
이처럼 검찰·경찰·금융감독원·우체국 등 기관을 사칭하거나 대출 등을 빙자해 정보나 금액을 탈취하려는 보이스피싱은 최근 더욱 교묘해지고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965억 원으로 2000억 원에 육박한다. 전년(1451억 원)과 비교하면 35.4% 증가한 수치다.
이는 대출이자 절감을 위한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 활성화 등 국내 경제상황을 범죄조직이 교묘하게 이용하는 동시에 미끼문자·악성 앱과 원격제어 앱·대포통장·대포폰·중계기 등 각종 범행도구를 활용하는 등 점점 치밀하게 범행을 시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간 총 8434건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근절되지 않는 보이스피싱 실태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은 통계를 인용하면서 보이스피싱이 수십년 동안 지속되면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관련 불법스팸 사전 차단 미흡’ ‘청소년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미흡’ 등을 문제로 꼬집었다.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일반 휴대전화 번호(010 등)가 표시되도록 발신번호를 변작하는 중계기를 범죄에 이용해 피싱 사례가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스미싱이나 이메일 피싱 등의 공격을 통해 피해자의 정보를 알아낸 다음 더욱 진짜 기관인 것처럼 위장해 보이스피싱에 나설 우려도 있다.
예컨대 기관 사칭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신상정보나 개인정보·최근 구매 내역 등을 알아내 이를 토대로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경우로 더욱 교묘한 수법에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경찰은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해 이용하는 각종 ‘미끼문자’의 종류나 발송량 등이 작년부터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미끼문자를 비롯한 범행도구 차단에 주력하는 한편 해외 콜센터 타격을 위한 국제공조 강화·관계기관 협업을 통한 제도개선·대국민 홍보활동 등 보이스피싱의 근원적 예방을 위해 총력 대응 중이다.
우선 미끼문자와 같거나 유사한 내용의 문자에 대해 차단이 이뤄지도록 관련 자료를 통신사에 보내 필터링을 요청하고 있다. 차단을 회피해 발송된 문자에 대해서는 문자 수신자를 대상으로 범죄임을 알리는 내용의 경고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장은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투자리딩 사기와 같은 조직성 사기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신속·체계적 범정부적 대응과 예방을 위한 법률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경찰청에서는 올해 다중피해 사기방지법(가칭)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보안업계도 주의를 당부했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가령 스미싱 문자를 확인하고 공격자가 보낸 링크에 접속해 포털 사이트로 위장된 사이트에 자주 사용하는 계정 정보를 입력하고 이 정보가 공격자에게 넘어간 상황이라면, 공격자는 다른 사이트에 이 계정 정보를 대입해보고 더 많은 정보를 탈취할 수 있게 된다”며 “일명 크리덴셜 스터핑으로 알려진 공격 유형인데, 일부 정보만 알아내더라도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정보를 더 빼올 수도 있고 더 다양한 공격 방식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심 메일이나 악성 URL 등을 확인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자신과 연관 있다고 생각이 들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내놓은 서비스를 이용해보거나 전화로 상담받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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