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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사랑하는 한 여인과 평범하기를 원했던 드라큘라의 격정적이면서도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울려 퍼지며 심금을 울렸다.
뮤지컬 ‘블러디 러브’의 주무대는 1469년의 트란실바니아다. 사랑하는 한 여자와 소박한 삶을 사는 것만이 전부인 한 드라큘라 군주를 중심으로 서정적인 작품의 서사를 담아냈다.
이 드라큘라에게는 신앙과 사랑의 힘으로 버텨내려 해도 강한 악의 기운이라는 또 다른 모습이 몸의 한쪽에서 움트고 있다. 피로 물들고 저주로 채워진 운명을 받아들인 자에게 자비란 없는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 몸을 지배하고 있는 저주를 애써 누른 채 살아가는 왈라키아의 위대한 군주 드라큘라와 영원한 그의 사랑 아드리아나의 고귀한 사랑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관객들은 한순간도 눈을 떼기 어렵다.
블러디 러브는 빅토리아 시대의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대표작 고전 스테디셀러 소설 ‘드라큘라’를 바탕으로 제작된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피알컴퍼니가 제작사로 참여했으며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주인공 등 기본적인 요소들은 뿌리를 둔 원작을 계승하되 현대적 감각에 맞춰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블러디 러브라는 창작 뮤지컬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블러디 러브의 원조 격인 체코의 드라큘라는 국내에서 1998년 초연됐다. 초연부터 재연(2000년)·삼연(2006년)·사연(2019년)·오연(2022년)을 거쳐 지난해 12월7일 개막해 무대에 올려진 블러디 러브는 여섯 번째 시즌에 걸맞은 구성으로 탈바꿈했다.
1막은 중세 시대에 발발한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교황의 권력을 찾기 위한 거짓된 명분의 전쟁 참여를 거부하면서 드라큘라가 부재한 사이 성에 침입한 십자군 전쟁의 실세 반 헬싱 대주교를 중심으로 그가 이끄는 군에 의해 백성은 전멸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납치됐으며 드라큘라의 가문은 기울었다.
이후 성으로 돌아와 자신 앞에 놓인 수많은 시신 앞에 절규하며 결국 모두를 지키기 위해 써서는 안 되는 힘에 이르며 저주를 봉인 해제하는데 이를 꺼낸 뒤 끊임없이 피를 갈구하며 흡혈귀가 된 드라큘라의 모습은 처절하기만 하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영역까지 위세를 확장한 십자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도가 없다.
주변을 몰살한 대가로 트란실바니아를 피로 물들였지만 더 이상 그의 곁에 없는 아드리아나의 존재는 그를 망연자실토록 하며 500년의 세월이 지난다.
2막의 도입부에서는 1969년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미국 라스베가스 한 골목에 드라큘라를 제거하기 위한 모략이 펼쳐졌다. 그곳에는 작전을 세우는 반 헬싱 2세대 그리고 그를 따르는 추종자와 엘로이즈가 모여있다.
힘을 쇠약하게 하는 음료를 드라큘라에게 마시도록 하는 막대한 임무가 부여된 엘로이즈는 아드리아나의 환생이다. 사랑했던 그녀를 한눈에 알아본 드라큘라는 재회의 기쁨도 잠시 앞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어가며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이 작품은 탄탄한 연기력과 매력적인 음색을 겸비한 주인공들로 완성됐다.
왈라키아 공국의 위대한 군주 ‘드라큘라’ 역은 김법래·테이·최진혁이 ‘반헬싱’ 역은 김형묵·김준현이 ‘아드리아나’ 역은 김아선·정명은이 ‘디미트루’ 역의 후이·남우현·상연·유태양·원혁이 맡았으며 ‘로레인’ 역은 여은·이윤하가 표현해냈다.
‘드라큘라’는 아드리아나라는 사랑하는 한 여인을 가슴에 간직한 채 5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인내하고 일편단심 순애보로 그리워한다.
탐욕에 눈이 먼 십자군 전쟁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신의 뜻을 거역하고 거스른 반역자가 됐다. 자신이 가진 저주받은 힘을 사용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백성과 가족을 지켜야만 하는 상황에 저주의 힘을 꺼내며 피에 대한 갈증으로 괴로워한다.
신에 대한 믿음과 영원한 안식처로 여긴 하나뿐인 아내를 잃고 저주받은 흡혈귀로서의 운명을 자기 손으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삶을 살길 원했던 남편이자 군주다.
‘반 헬싱’은 드라큘라 저격수로서 500년이 지나서도 드라큘라를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대적한다. 선대 ‘루치안’은 신을 앞세워 십자군 전쟁을 선동하며 탐욕을 얻다 타락하고 후대 ‘아브라함’은 500년 전 선대를 죽인 복수를 하기 위해 드라큘라를 집요하게 쫓는다.
드라큘라의 반쪽 ‘아드리아나’는 저주받은 드라큘라를 유일하게 평온하도록 만드는 영혼의 안식처이다. 1469년 트란실바니아에서 1969년 미국 라스베가스에 이르기까지 아드리아나를 향한 드라큘라의 변치 않는 사랑은 영겁의 세월로 이어진다.
십자군 전쟁에서는 납치 후 희생양이 되지만 500년 후 엘로이즈의 모습으로 환생하며 드라큘라와의 재회를 기약한다.
‘디미트루’는 드라큘라 군주 옆을 든든하게 지키는 충신으로서 전장을 누비고 전사로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드라큘라에게는 든든한 오른팔이다. 자기보다 주군을 위한 삶을 산 용맹함을 가진 인물이다.
‘로레인’은 먼 친척인 드라큘라를 사랑하며 허락받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품는 인물이다. 더러운 명분을 내세운 십자군 전쟁의 또 다른 희생양이기도 하다.
작품에서는 미적 감각과 예술성을 입혀 무대를 형형색색으로 채운 연출도 돋보였다.
무대 전체를 아우르는 대형 미디어아트 영상을 활용해 이야기가 펼쳐진 배경을 생생하게 그려냈으며 대형 기둥이라는 무대장치가 이동하며 탄생한 새로운 공간은 인물의 서사를 이끌었다.
특히 작품은 초반 1949년의 트란실바니아를 어두운 분위기로 비추며 십자군에 의한 피의 전쟁이 일어나는 장면을 극대화했다. 이후 긴 시간이 흘러 1969년 미국의 라스베가스로 무대가 옮겨간 후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전통성과 현대성을 조화롭게 융합하면서 관객을 흡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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