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계 복귀를 사실상 선언했다. 그러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상욱 의원이 시당위원장에서 사실상 타의로 사퇴하는 등 수족이 잘리는 형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한계인 김 의원은 17일 BBS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의) 구체적 등장 시기는 단언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가치를 재건해 국민의힘이 정상적인 정통 보수 역할을 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본적으로 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려 하는 사람은 ‘비상계엄은 잘못됐다’ ‘(윤 대통령) 탄핵은 해야만 한다’는 용기 있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분만이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분”이라며 사실상 한 전 대표를 차기 대선 후보로 추켜세웠다.
한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SNS에서 “머지않아 찾아뵙겠다”며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책을 한 권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상 정치인의 저서 출간은 선거 출마 징조로 여겨진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 규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다. 모금액은 경조사비로 분류돼 정치후원금과 달리 한도가 없다. 한 전 대표는 당대표 시절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를 주장한 바 있다.
울산 지역 정가에 의하면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울산시당위원장에 선출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 찬성을 이유로 당원들의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그는 결국 14일 시당위원장직을 내려놨다. 김 의원은 “울산 지역 6개 당원협의회의 실질적 추대로 시당위원장이 됐으나 더 이상 추대의 실질을 유지할 수 없기에 사퇴하는 게 민주적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불과 하루 전인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에서 국민의힘 내 탄핵 찬성파들을 ‘반란자’로 규정하며 정계 퇴출을 전망했다. 홍 시장은 “풍전세류(風前細柳·바람 앞에 나부끼는 세버들) 같은 소신으로 왔다 갔다 하며 여론 눈치나 보는 이 ‘간재미’들은 박근혜 탄핵을 주도한 이들이 퇴출됐듯 앞으로 이들도 정계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홍 시장의 ‘정계 퇴출’ 발언 하루 만에 김 의원은 시당위원장에서 사실상의 타의로 물러난 것이다. 이는 곧 해당 지역 당원·지지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차기 총선 공천도 불투명해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당에서 공식적으로 출당 조치만 내려지지 않았을 뿐 사실상 당내 입지가 사라져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셈이다.
최측근인 김 의원의 정치 위기는 한 전 대표의 정계 복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대선 경선은 기본적으로 ‘조직력’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치권의 암묵적 통념이다. 친한계 좌장 격이었던 장동혁 의원이 탄핵 표결 과정에서 이탈하고 김 의원마저 시당위원장직을 상실해 한 전 대표 주변에는 대부분 원외 인사들만 남는 모양새가 됐다.
한 전 대표는 정계 복귀를 강행하는 분위기이지만 그마저도 홍 시장 전망대로 ‘퇴출’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당 내 일각에서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16일 자신의 SNS에서 한 전 대표의 22대 총선 패배 및 윤 대통령 탄핵·구속 책임론을 제기하며 “(정계 복귀는) 한 전 대표나 우리 당에 모두 득은 없고 실만 있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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