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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칼럼]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대한민국
박선옥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28 00:02:40
 
▲ 박선옥 논설실장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고전 ‘돈키호테’는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비극적인 모험담이다. 자신이 편력기사라는 환상 속에서 기사의 숭고한 이상을 실천하겠다며 길을 떠난 돈키호테는 저 멀리 거대한 풍차들이 팔을 휘두르듯 돌아가자 이를 무시무시한 괴물로 착각하고는 풍차를 향해 돌진한다.
 
그는 낡은 갑옷에 해진 투구를 눌러쓰고 손에는 반쯤 부러진 창이 들려 있었다. 그의 눈빛은 광기로 번뜩였다. 그는 거대한 괴물을 무찌르겠다며 창을 들었으나, 그가 돌진한 상대는 실은 풍차였다. 결국 회전하는 풍차 날개에 의해 허공으로 튕겨 나간 돈키호테는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의 싸움은 용기가 아니라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비극은 그 착각을 진실이라 믿는 데서 시작됐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보면 이 고전의 장면과 이보다 더 절묘하게 닮을 수 있을까 싶다. 최근 야당이 추진하는 ‘비상계엄 반헌법행위자 처벌 특별법’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음모 프레임은, 그 자체가 거대한 풍차를 괴물이라 설정하고 달려드는 돈키호테식 착시이며, 그 착시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폭주에 가깝다.
 
정치가 법 위에 서기 시작하면 그날부터 진실은 왜곡되고 정의를 표방한 법은 흉기가 될 위험이 있다. 지난해 12월3일, 헌법에 의해 부여된 대통령 권한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비상계엄은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과 일부 언론에 의해 ‘내란’으로 둔갑했다. 계엄령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는 이 전개는 법리와 사실보다는 정서와 선동을 앞세운 전형적인 ‘허상의 괴물 만들기’ 전략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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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논리는 ‘풍차가 거대하고 소리가 크니 틀림없이 괴물일 것’이라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의도에는 눈 감고, 단지 계엄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을 부추겨 ‘내란’이라는 실체 없는 괴물을 상정한다면, 그리고 이를 토대로 단죄를 주장한다면 이는 헌정질서 수호가 아니라 정적 제거용 칼춤으로 보일 뿐이다.
 
야당이 추진하는 ‘비상계엄 반헌법행위자 처벌법’은 그 칼을 제도화하겠다는 시도다. 헌법이 정한 통치 행위를 사후적으로 ‘반헌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곧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며 모든 공직자에게 정치적 충성을 강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만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대 정권의 정책 결정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 어떤 지도자도 결단을 내릴 수 없고 국정은 마비될 것이다.
 
게다가 이 법안이 적용되는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6인의 제안자들은 “2024년 12월3일 발생한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려 하는 등의 반헌법행위와 관련하여 그 진상을 밝히고 그를 주도하거나 가담·방조·선동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일종의 ‘정치적 학살’을 제도화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공직자들은 국가 안보와 국정 운영에 있어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게 될 것이며,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은 허상의 괴물인 풍차와 대결하는 이 싸움을 ‘정의의 실현’이라 주장하고 다수 언론은 그것을 받아 적기 바쁘다. 그러는 사이 대한민국은 실체 없는 괴물과의 전쟁에 몰두하느라, 진짜 국가 문제인 저출생, 안보, 경제 위기, 외교 고립 등에는 관심조차 두지 못한다. 진짜 괴물은 풍차가 아니라 국가 역량을 낭비하게 만드는 이 헛된 싸움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정치적 광풍에서 여야 모두가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침묵하거나 거리두기에 급급해 있다. 헌정의 본질을 지키겠다는 철학이 실종된 정치권 전체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념과 진영을 떠나 국정 운영의 기본 원칙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최소한의 공감대조차 실종된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헌정사에서 유례없는 위험한 전환점에 서 있다. 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위협하고 정의의 이름으로 정치 보복을 정당화하는 일은 결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이 아니다. 풍차를 향해 가차 없이 돌진하는 그들이 맞서 싸워야 할 진짜 괴물은 부러진 창을 들고 허공을 향해 돌진하는 바로 그들 자신이라는 걸 언제쯤 깨닫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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