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국내 채권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고채 금리는 국내 시장금리의 기준점인 만큼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비용과 대출금리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27일 금융권과 채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은 추석 연휴를 마치고 28일 다시 문을 연다. 연휴 동안 움직인 글로벌 금리가 국내 국고채에 얼마나 반영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20일 윤재호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도완 한국은행 경남본부 경남기획조사팀장, 이형석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BOK 경제연구 제2026-15호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 현상 분석’을 발간했다. 연구진은 일별 금리자료와 가우시언 동태적 기간구조 모형(GDTSM), 미 연준 주요 정책 발표일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 스터디 등을 활용해 한·미 장기금리가 왜 함께 움직이는지 추적했다.
분석 결과 양국 금리는 평소보다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했을 때 더 강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2021년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한·미 장기금리의 움직임뿐 아니라 금리가 출렁이는 폭까지 동시에 커졌다.
쉽게 말하면 미국 금리가 오를 때 한국 금리도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고, 시장이 불안해져 금리 변동폭이 커질 때도 두 나라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는 뜻이다.
美 금리 따라가는 韓… 연결고리는 ‘정책기대’
그렇다면 미국 금리가 오르면 왜 한국 금리도 움직일까.
연구진이 여러 원인을 나눠 분석한 결과 가장 큰 출발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이었다. 한국과 미국이 같은 물가 상승 충격을 받으면서 양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고, 그 결과 장기금리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충격이 한국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을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위험보상 경로’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결국 금리를 올리거나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즉 미국 국채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한국 금리가 자동으로 따라서 오른 것이 아니라, 미국의 물가와 연준의 움직임을 본 투자자들이 한국은행의 다음 행동을 예상하고 이를 미리 국내 채권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국고채 금리는 최근 한 달 사이 상승했다. 국내 시장의 가장 최근 거래일인 23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4.006%, 10년물은 연 4.392%에 마감했다. 지난달 25일 3년물 연 3.830%, 10년물 연 4.320%와 비교하면 각각 17.6bp(1bp=0.01%p), 7.2bp 오른 수준이다. 다만 23일 하루만 보면 전 거래일보다 3년물은 3.4bp, 10년물은 6.9bp 하락했다.
국고채 금리 변화는 대출 이용자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국고채 금리는 국내 채권시장의 대표적인 기준금리로 은행채와 회사채 등 다른 시장금리의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만약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달라지면 일부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실제 대출금리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 가산금리 등 상품별 기준을 따라간다.
물가 충격 없었다면 달랐다… 韓 10년물 최대 1.5%p 차이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1.5%p’다.
연구진은 실제 금리와 특정 충격이 없었다고 가정한 가상의 금리를 비교했다. 그 결과 2021년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이 없었다면 한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실제보다 최대 1.5%p 낮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장기금리 수준에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반대로 미국이 돈을 풀었을 때는 한국 금리도 함께 내려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 등 비전통적 통화완화 정책을 펼친 시기를 분석한 결과 한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러한 정책이 없었을 경우보다 최대 약 1%p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의 단기금리 역시 최대 약 1.5%p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미국 통화정책은 긴축 방향으로 움직일 때뿐 아니라 완화 방향으로 움직일 때도 국내 금리에 영향을 준 양상이다.
연구진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처럼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공통 충격을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의 가장 큰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발생하는 금리 충격 자체를 국내 통화당국이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해외 충격이 국내 장기금리로 넘어오는 과정에서는 한국은행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중앙은행이 향후 정책 방향을 시장과 명확하게 소통하고 금리 기대를 적절하게 관리하면 한·미 금리가 함께 크게 출렁이는 현상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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