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 프리덤 실드)’가 다음 달 예정된 가운데, 훈련의 축소 또는 연기를 둘러싼 정부 내 엇갈린 기류가 표면화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UFS 조정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국방부는 “현재까지 계획 변경은 없다”며 즉각 선을 그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장관은 전날 서울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UFS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 있다”며 “29일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에서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도 훈련이 적시돼 있다”며, “향후 남북관계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훈련 기조 역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단순히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한미 연합연습은 양국이 합의한 절차에 따라 상호 협의로 진행되는 사안”이라며 “현재까지 변경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훈련 축소를 지시할 경우 미측과 조정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엔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 ‘훈련이 보름도 남지 않았는데 변동 가능성이 현실적인가’라는 질문엔 “가정을 전제로 답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의 발언은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전날 담화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이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 역시 한미동맹 맹신과 대결 기조에서 선임자들과 다르지 않다”며 “남쪽 국경 너머에선 침략적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강행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며 ‘UFS 중단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같은 북한의 담화 직후 훈련 조정 발언이 나온 점에서, 새 정부가 대북정책의 변화를 실제로 실행에 옮길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 것이다. 관련해 정 장관은 “2018년 한미연합훈련 유예에 북한이 호응해 대화 국면이 열렸던 전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며, 훈련 조정이 ‘긴장 완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군 안팎에선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군 관계자는 언론에 “현재까지 UFS는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입장”이라며 “훈련이 임박한 시점에서의 연기는 한미 간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치범 건양대 교수는 “연합훈련은 단순 행사가 아니라 북핵 억제의 메커니즘으로 북한의 지속된 핵·미사일 고도화 속 훈련 축소는 억제력에 구멍을 낼 것”이라며 “협상카드는 막판에 꺼낼 때 힘이 있지, 미리 내주면 흥정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보정책은 일관성이 핵심, ‘롤러코스터 훈련’은 스스로 빈틈을 만들 것”이라며 “연합훈련의 정례화와 실질화입를 통해 형식·규모를 가리지 말고 작전·병참·사이버·우주 영역까지 ‘풀스펙’으로 가야 한다”고했다. 계속해서 “확장억제 실행력을 보장해야 하면서 전략자산 순환 배치나 공동 기획·연습을 통한 초당적 컨센서스를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대 초엔 북한이 핵실험을 안 했던 시절라며 현재 북한은 핵추진잠수함 개발까지 시도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시대 배경이 다른데 같은 해법을 적용하면 달걀로 바위치기가 된다는 것이다. ‘평화주의냐 현실주의냐’의 이분법보다 중요한 건, 힘이 있는 평화를 어떻게 설계할 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실제 전투훈련보다는 도상훈련(Table Top Exercise) 등으로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이 역시 미국 측과의 사전 조율 없이는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한미간 핵협의그룹(NCG) 5차 회의 개최와 관련해서도 “적절한 시기를 조율 중”이라며, 동맹 차원의 전략 논의도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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