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할랄(Hala,이슬람 율법에 따라 인정 받은 생산·가공·유통 식품l)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이 이슬람권 현지 인증 취득과 유통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할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현지 맞춤형 마케팅으로 무슬림 소비자층을 적극 공략 중이다.
14일 시장조사업체 투워즈FNB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약 2조9900억달러(약 4273조 원)에 달하며, 연평균 9% 성장해 2034년에는 6조4900억 달러(약 9272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식품업계도 할랄 인증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라면업계에서는 삼양식품, 농심, 오뚜기가 대표적이고 적극적이다. 삼양식품은 2014년 한국이슬람중앙회(KMF) 인증, 2017년 인도네시아 울라마위원회(MUI) 인증을 획득하며 할랄 시장의 문을 열었다. 이를 기반으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매출이 급성장했고, 2021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유통사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독점 계약을 체결해 중동 진출을 본격화했다.
농심도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라인을 구축해 신라면·너구리·짜파게티 등 46개 제품에 인증을 부여했으며, 4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오뚜기 역시 ‘진라면’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제과·제빵업계에서도 글로벌 할랄 진출이 본격화됐다. SPC그룹은 최근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누사자야 테크파크에 연면적 1만2900㎡ 규모의 제빵공장을 준공하고 동남아·중동 시장을 겨냥한 생산허브로 가동에 들어갔다. 하루 최대 30만 개, 연간 1억 개의 베이커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이 시설에는 800억 원이 투입됐다.
SPC는 이 공장을 거점으로 할랄 인증 제품을 동남아와 중동에 공급하고, 향후 북미·유럽·아프리카 등으로도 수출할 계획이다. SPC삼립은 내년 3월 아세안(ASEAN) 법인을 설립해 한국 생산 제품을 현지에 판매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카페·호텔용 반죽 제품 공급과 함께 현지 트렌드에 맞춘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상품 개발로 리테일 시장 진출도 병행한다.
음료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롯데칠성음료는 ‘밀키스’를 앞세워 인도네시아 최대 편의점 체인 인도마렛(Indomaret)에 입점하며 전국 2만3000여 매장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증청(BPJPH) 인증을 마친 뒤 패키지를 현지어로 리뉴얼하고, 로손·패밀리마트 등에도 진출했다. 올해 7월까지 밀키스 인도네시아 수출액은 전년 대비 318% 급증했다.
CJ제일제당도 할랄 인증 제품군을 확대하며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는 비비고 김·햇반·만두·김치 등 100여 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했으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다. 특히 비비고 만두는 인도네시아 할랄위원회(MUI) 인증을 받아 현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입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가운데, 이제는 단순히 맛이나 브랜드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슬람 문화권의 식문화와 종교적 기준을 존중하는 ‘현지화된 접근’이 수출 확대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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