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중동 정세 불안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가 맞물리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커졌다. 이에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처음으로 100만 원을 넘어섰고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라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분위기가 반전되며 금값은 80만 원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2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한 돈을 살 때 가격은 1일 기준 82만3000원으로 올해 고점 대비 20만 원 가까이 낮아졌다. 최근 1주일만 봐도 순금 한 돈을 살 때 가격은 지난달 27일 84만5000원에서 31일 82만2000원까지 내려왔고, 1일에도 82만3000원에 머물며 82만 원대 초반의 약세를 이어갔다. 금을 팔 때 가격 역시 같은 기간 71만2000원에서 69만2000원으로 낮아졌다.
美 국채·실질금리 상승에 금 투자 매력 약화
시장에서는 이번 금값 조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 국채금리와 실질금리 상승을 꼽는다. 실질금리는 명목 국채금리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로, 물가 영향을 제외하고 투자자가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지만 채권처럼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자 투자자들이 금보다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으로 자금을 옮기면서 금값이 하락 압력을 받았다. 특히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커져 금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윤원태 SK증권 자산전략부 부서장은 “최근 금값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라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 수준에서 4.6%대까지 올라가면서 금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금은 쿠폰, 즉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반면 미국 국채는 안정적인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는 국면에서는 금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달러 가치도 금값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다. 국제 금값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인덱스가 상승하면 달러 이외 통화를 사용하는 투자자에게 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져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도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구조를 다변화하고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금을 매입해 왔고, 이는 올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중앙은행 수요만으로는 금리 상승에 따른 민간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부서장은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시장 전체 수요에서는 민간 투자수요의 규모가 훨씬 큰 만큼 결국 금리 변화가 금값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매파적 연준 기조까지 겹치며 금값 하락 압력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도 금값 하락을 부추겼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부터 물가와 국제유가 상승 등을 이유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미국 국채금리와 실질금리를 끌어올렸고, 이는 FOMC 결과 발표 이전부터 금값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연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다섯 차례 연속 동결이었지만 물가 안정이 확인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시장에서는 ‘매파적 동결’로 받아들였다.
윤 부서장은 “이번 FOMC 결과 자체보다 연준이 물가를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를 유지한 점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줬다”며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릴수록 금값은 당분간 뚜렷한 상승 동력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커지거나 미국 국채금리와 실질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금값도 반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금은 여전히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만큼 앞으로 연준의 금리 방향과 실질금리, 달러 가치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