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고민하다 홧김에 찔렀다? 살인범 장윤기가 거짓말하는 사이에 경찰은 성폭행 관련 증거를 없앴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을 보면서 국민은 보완수사가 왜 필요한지 깨달았다. 광주지검 김진희 검사는 무려 11차례나 보완수사했다. 끈질긴 수사 끝에 장윤기가 성폭행을 목적으로 살인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성폭행 목적을 감추려고 어떻게 증거를 없앴는지도 알려졌다. 검찰 개혁에 찬성했던 국민 여론도 보완수사권은 필요하다로 바뀌었다.
“믿었던 경찰이 살인마 편이었다.” 고(故) 이채원양 어머니는 “어느 국민이 경찰을 믿고 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광주와 더불어 전주에서도 경찰이 가족의 범행 증거를 없앴다. 담임 여교사 뒷모습 사진을 찍다 걸린 고교생 아버지였던 현직 경찰 간부가 증거인 휴대전화를 없애버렸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에서 경찰을 믿을 수 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몇몇 정치인에게 검사가 불신의 대상이라면 일반국민에겐 경찰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대다수 국민은 검사에게 보완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7월 셋째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보완수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61%)이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23%)보다 훨씬 많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 생각은 달랐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노선 투쟁이 심각한 민주당은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완수사를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누구를 위한 입법일까? 당권 주자는 일제히 노무현 정신을 언급했다. 정청래 의원은 “검찰 공화국 폭주를 막았다”고 자평했고 김민석 의원도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친다”고 말했다. 그러자 노무현 사위 곽상언이 발끈했다.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곽상언 의원은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노무현은 검찰과 더불어 경찰 권력의 독주도 경계했다며 마치 노무현의 말처럼 왜곡하고 국민을 속인다고 지적했다.
보완수사 폐지는 훈장이었다. 민주당 강경파 김용민 의원은 노무현 동상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야~ 기분좋다~!!!!’라고 하고 계시지요?” 이런 말과 사진은 누군가에겐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이었다. “지옥에나 가세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는 절규했다. 범죄 피해자들이 지옥에 있는데 정치인은 그 고통을 모른다는 뜻이었다. 왜 피해자가 아닌 정치인을 위해서 형사소송법을 고치냐고 물었다.
야당도 한심했다. 김씨는 무소속 한동훈 의원 초대로 간담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친한계 서범수 의원은 진종오 의원에게 “돌려차기 한 번 하시죠”라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2차 가해성 발언이었다. 그러나 웬걸, 피해자는 “괜찮다”면서 “간담회에 집중해달라”고 부탁했다. 정치인이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기분 좋다고 환호하거나 돌려차기 하자며 웃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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