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700만 자영업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자영업자 성장·혁신 종합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종합대책이라고는 하나 정작 수혜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대책 내용을 아는 자영업자가 소수에 불과해 정책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을 품는 여론도 적지 않다.
자영업자와 전문가 등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전에 경제를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기침체로 장사부터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이론을 경기침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책 기조 전환을 통해 경기부터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은 모르는 文정부 자영업자 대책…“언제까지 국민을 기만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말 ‘자영업자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자영업자가 잘 사는 나라’를 위한 중장기 정책로드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종합대책을 수립하며 2022년까지 추진할 8대 핵심 정책 과제도 제시했다.
8대 핵심 정책과제는 △자영업·소상공인 전용 상품권 18조원 발행 △전국 구도심 상권 30곳을 혁신 거점으로 집중 육성(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소상공인 집적지구 내 소상공인복합지원센터 10곳 신설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 100% 및 주요 상권 내 공영주차장 설치 확대 등이었다.
또 △0%대 수수료율 실현을 위한 제로페이 시행 및 국민포인트제 도입 추진 △상가임대차 보호범위 확대를 위한 환산보증금 단계적 폐지 △부실채권 0.9조원 조기 정리(지역신보) 및 소상공인지원센터(60곳) 폐업 지원기능 강화 △1인 자영업자 사회보험 획기적 개선 추진 △소상공인·자영업기본법 제정, 자영업 전문 부설 정책연구소 신설 등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당시 정부는 종합대책을 통해 자영업 점포들의 매출이 증가하면 자영업자가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는 생태계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과 소통하며 종합대책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러나 종합대책 수립 후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은 정부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장사가 안 돼 생계 위협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 대책이 실질적으론 전혀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자영업자 성장·혁신 종합대책이 어떤 내용인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 중에서도 △부실채권 0.9조원 조기 정리(지역신보) 및 소상공인지원센터(60곳) 폐업 지원기능 강화 △1인 자영업자 사회보험 획기적 개선 추진 △소상공인·자영업기본법 제정, 자영업 전문 부설 정책연구소 신설 등의 내용을 알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운영할 시간도 빠듯한 와중에 정부의 정책을 숙지하고 이용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갈수록 장사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데 이는 곧 정부의 정책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신촌거리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화(여·가명) 씨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그게 뭔지 정확히 알지 못 한다”며 “장사하는 데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는 데 정부의 정책을 알아볼 시간이 없고 설령 그걸 알아본다고 해도 이용할 여유조차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감 상 손님의 수가 2~3년 전에 비해 절반, 혹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답답한 마음이 크다”며 “경기가 좋아져야 자영업자들도 살 수 있는 것이므로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따로 만들기 이전에 우리나라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700만 자영업자들을 대표해 전국 주요 상권에서 삼보일배 투쟁에 나서고 있는 청년 자영업자 김현진(남) 씨는 문재인 정부의 자영업자 혁신·성장 종합대책에 대해 “경기가 나빠지고 자영업자들을 둘러싼 환경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대책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효성 떨어지는 대책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자영업자·전문가 “자영업자 살리려면 소득주도성장 꿈에서 깨야” 한 목소리
문재인 정부의 자영업자 혁신·성장 종합대책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는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현실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고려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과감하게 기존의 정책 방향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철폐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역 일대 상권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윤장원(가명·여)씨는 “정부에서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을 여럿 내놓더라도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최저임금을 너무 올려놔서 직원을 고용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워졌는데 경기가 어려워 벌이는 예전보다 줄었으니 더 죽을 맛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좀 현실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진짜 자영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이 뭔지 좀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며 “정말 자영업자들을 살리고 싶으면 청와대에 앉아 이상한 정책만 내놓지 말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 보다 실효성있고 현실적인 정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9일 소상공인기본법 통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상태인데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문가들도 문재인 정부의 자영업자 혁신·성장 종합대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현실성 없는 허울만 좋은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 최저임금 인상 등 자영업자의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이미 실행해 놓고 자영업자들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지금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시킨 데 따른 것이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없는 환경을 조성했는데 벌이가 줄어든 국민들은 당연히 소비를 줄였고 자영업자의 입장에선 손님이 줄어드는 결과와 마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손님이 줄어든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올라 자영업자들은 직원들을 줄여야 하는 상황과도 마주하게 됐다”며 “직원을 줄이다보니 손님에게 보다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또 손님을 잃게 되는 악순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폐지하거나 재논의 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최저임금도 사업장별로 격차를 두는 등 보완작업이 필요해 보인다”며 “실질적으로 자영업자들이 활기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지 이를 외면한 채 정부가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는 정책을 아무리 내놓아봤자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창형 전 울산대학교 교수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정으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위한답시고 내놓은 정책들은 실효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자영업자들의 경영환경을 악화시켜 놓고 자영업자들을 살린다는 정책을 내놓아 봤자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강압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자세를 버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경청하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근본적인 정책기조를 수정하고 자영업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책들을 펼쳐야 자영업자들을 둘러싼 환경이 개선되고 경제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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