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합 발전소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지하를 관통해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GTX-A노선 사업이 일단 민·관 공동 시추조사를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직접 땅을 뚫어 GTX 노선 지하공간 구조와 공사에 따른 안전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진단 결과가 나와도 정부·민간건설사와 주민들 간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다. ‘열병합 관통노선 폐기’를 주장하며 공사차량의 공사장 진입을 막을 정도로 주민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게다가 GTX-A 파주구간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공사방해 혐의로 주민들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라 안전진단 결과에 상관없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파주시·인근주민 GTX-A 지하노선 공동 안전검증 실시…빠르면 이달 말 결과 발표
GTX-A 노선은 경기 파주 운정∼화성 동탄역 83.1km 구간을 잇는 사업으로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18년 파주 운정역과 기지창을 연결하는 입출고선이 교하지구 아파트 단지와 인근에 위치한 열병합 발전소, 스포츠센터 건물 등의 지하를 관통하는 것으로 노선이 변경됐다.
노선 변경 이후 안전을 우려한 주민들의 거센 바발로 사업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해당 구간은 암반층을 통과해 지하 매설물과 무관하고, 열병합발전소 부지는 무진동암파쇄공법을 적용해 진동 영향이 없도록 설계됐다”며 해명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교하지구 주민들로 구성된 ‘GTX-A 열병합 관통노선 반대 비상 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GTX-A 운정~기지창 노선은 1000여 세대가 거주하는 교하지구 8단지 아파트, 주민 이용시설인 교하청석스포츠센터, 지역난방공사 파주지사가 관리·운영하는 열병합발전소의 지하를 관통한다.
열병합 발전소 지하에는 고압전류를 송출하는 지중선, 도시가스관, 상·하수도관 등이 매설돼 있다. 또한 열병합 관통노선은 열배관, 고압가스관 지하부를 교차해 지나가게 된다. 특히 지상 구조물과 지하 노선과의 이격거리가 정부와 민간업체의 설명에 비해 짧을 뿐 아니라 열병합 관통구간은 열차가 지하에서 기지창을 향해 지상으로 올라오는 구조여서 지하 구조물과의 이격거리가 10m 내외에 불과하다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현재 국토부·파주시·지역난방공사는 주민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사업 차질 우려가 커지자 주민들이 추천한 전문가가 안전검증 작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비대위와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땅속 깊이 구멍을 파 지하 구조와 상태를 조사는 시추방식으로 진행되며 빠르면 이달 말 민관 공동 안전검증이 실시될 전망이다. 시추 장소는 2곳이 결정됐고 장소 추가여부는 협의 중이다.
안전검증 항목은 △지하터널 시공 중 발파하중과 진동하중에 의한 지역난방시설과 발전시설, 열수송관 등의 안전성 △열수송관 위치와 GTX 노선 간 이격거리 △지상건물-지하기반시설-지하 열차 통로 간 실제 거리에 따른 안전성 △GTX 운행 중 진동에 의한 안전성 △부지 지반 검토 등이다.
안순덕 비대위원장은 “당초 지난해 입주민·시행사·파주시·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여한 주민설명회에서 파주시는 주민이 참여하는 안전진단과 실사 검증을 약속했다”며 “하지만 지역난방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난방기술을 통해 주민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또한 “주민들 참여 없인 어떤 전문가가 ‘안전하다’고 말해도 믿을 수 없다는 점을 파주시에 분명히 전달했다”며 “결국 주민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다시 안전성 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하지구의 한 주민은 “이번 민관공동 조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땅을 파서 지하 매설물과 지상 건물들 간의 이격거리 등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시공사 측과 주민 간의 이견이 큰 설계상 각종 데이터를 비교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민관 공동조사 결과를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해 수용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관 공동조사 과정에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소가 발견되거나 조사 참여 전문가가 ‘안전문제가 중대하다’는 결론을 내놓는다면 정부와 파주시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토부와 파주시는 일단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팀 이명곤 주무관은 “주민들과의 공동 안전검증 내용은 건설사 측에서 진행 중이고 우리는 보고를 받고 있다”며 “검증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파주시 남북철도교통과 강민구 주무관은 “현재 주민들과 공동조사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면서 “조사결과가 나오면 전문가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그 다음 단계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공동조사 결과에 따른 사업 추진 방향과 관련해서는 “확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얘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불난데 기름 부은 대우건설…주민상대 ‘공사방해 1회당 500만원’ 소송에 극한 대립 우려
현재 부동산 전문가들과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안전진단 결과가 나와도 정부·민간건설사와 주민들 간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다. 해당 사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공사과 주민들 간에 충돌도 계속되고 있어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주민들의 반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비대위는 민관공동 조사와 별개로 법적 대응에도 나선 상태다. 비대위는 지난 2019년 ‘GTX-A노선 민간투자사업의 실시계획은 구조안전이 취약해 주민 생활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지난 2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각하’ 결정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자료를 보강해 행정심판을 재청구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를 강행하려는 건설사 측과 공사 저지에 나선 주민들 간의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당초 GTX-A 시행사인 GS레일은 5월말까지 공사를 중지하기로 했지만 문화재 발굴조사에 필요하다며 기지창 예정 부지인 연다산 숲의 벌목공사를 강행했다.
지난 4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또 다른 시민모임인 ‘GTX 열병합 관통노선 폐기 주민투쟁위원회’(투쟁위)는 4월 18일부터 연다산에서 철야 농성을 진행하며 공사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은 ‘문화재 조사를 위해 벌목한 것’이라는 입장인 가운데 국토부 또한 ‘GTX-A 본 공사가 아니다’며 해명하고 있다. 이후 대우건설은 지난 4월 27일 안순덕 비대위원장, 김해성 투쟁위원장 등을 상대로 1회당 500만원 지급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안순덕·김해성 위원장을 포함한 주민 8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앞으로 대우건설 측이 ‘공사방해’를 명분으로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법적대응에 나설 경우 건설사와 주민들 간 대치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고양·파주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문제가 건설사와 주민들 간 다툼으로 전개되는데 대해 국토부와 파주시 등 행정기관이 뒷짐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행정기관이 건설사와 주민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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