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M&A) 계약이 파기된 가운데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이스타항공이 13년만에 문을 닫을 위기와 마주했고 직원 1600여명은 대량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 소송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서로간 책임론 공방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 아래서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2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인수 포기 배경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항공업계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로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명의 대량 실직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 직원들은 6개월 이상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가운데 제주항공의 인수를 기다렸지만 끝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이다.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항공업계는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가운데 이미 양측은 계약 파기 시 책임 소재 등을 법리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계약 파기 책임에 대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시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700억원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와 △제주항공이 선지급한 이행보증금 119억5000만원과 대여금 100억원의 반환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매수자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는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다만 계약 해지의 책임이 이스타항공에 있는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양측은 이스타항공의 상황을 악화시킨 셧다운과 구조조정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쳐왔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이달 초 언론에 양사 경영진 간 회의록을 공개했다. 제주항공이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 이스타항공에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공개한 회의록에는 운항 승무직 90명(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 부기장 21명)과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의 구조조정 계획과 구조조정 인력 총 405명에게 총 52억5000만원을 보상하는 안이 기재돼 있었다.
조종사노조는 또한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과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사장(현 AK홀딩스 사장) 간 통화 녹취록도 공개했다.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은 제주항공이 지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기 위해서다.
녹취록에 따르면 3월 20일 통화에서 최종구 사장은 “알다시피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이다”며 “우리는 어쨋든 조금이라도 영업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이석주 사장은 “셧다운 하는 것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맞다”고 말했다.
또 최 사장이 “희망퇴직한 사람에게는 체납 임금을 주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제주항공이 경영할 때 미지급 (임금을) 줘야 한다. (직원들이) 그거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자 이 사장은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거는 저희가 할 것이다”며 “그 돈을 갖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항공은 노조가 공개한 회의록에 대해 “제주항공이 아니라 이스타항공이 3월 2일 SPA 체결 이전에 준비한 자료다”고 반박했다.
양측 경영진 녹취록에 대해서는 “이스타항공이 구조조정을 하기로 한 결정 및 그 구체적인 방안·내용은 이스타항공 자체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한 사항이다”며 “제주항공 측에서 이를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양측은 이스타홀딩스의 선행조건 이행 여부를 놓고도 공방을 벌여왔다.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료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선결조건은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젯의 지급보증 사안 해소 등이다.
제주항공이 해결을 주문한 체불임금과 조업료·운영비 등 각종 미지급금 약 1700억원도 선행조건으로 여겨졌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주식매매계약서 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타이이스타젯의 지급보증 사안은 해소됐고 미지급금 해소는 주식매매계약서 상 의무가 아니며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인수 무산에 따른 소송전을 대비해 명분을 쌓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견이 팽팽하고 책임을 가리기가 불분명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측은 이미 각각 법무법인을 통해 이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이번 ‘빅딜’ 무산으로 이스타항공은 13년여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한 저비용항공사(LCC)다. 이 의원은 지난달 본인의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모두 회사 측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 의원은 이스타홀딩스 설립으로 불법 승계 의혹, 페이퍼컴퍼니 논란 등에 휩싸였던 바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2015년 설립 당시 이스타항공 지분 지분 68.0%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자녀인 이원준 씨(지분 66.7%)와 이수지 씨(33.3%) 등이 100%로 지분을 소유했던 회사다. 당시 자녀들의 나이는 10대, 20대에 불과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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